2023년 기준으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 형성하고 있는 90년대생의 음악 역사를 되짚어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카세트 테이프부터 시작해 CD,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유튜브까지 음악 감상 디바이스의 변화가 잦다는 것이다. 음향 기기는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가 아니라 당시 유행과 시대상을 담고 있는 거울과 같다. PART 1에서는 90년대생과 함께 자라온 음향기기 중 카세트 테이프, CD, MP3 플레이어에 대해 말해본다.
스타로드가 음악 듣던 그것 '카세트 테이프'
▲ 요즘 세대는 카세트 테이프를 영화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 OneVIEW)
90년대생에게 카세트 테이프는 고속도로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덜 하지만 90년대생이 어렸을 때 여름 휴가와 명절 귀성길은 고속도로에 갇혀있는 것을 뜻했다. 옴짝달싹 못 하는 차 안에서 울리는 것은 트로트 카세트 테이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길보드 인기 카세트 테이프는 지루함을 못 견디는 90년대생을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카세트 테이프는 LP에 비해 부피가 작고 음질 차이가 적어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크게 유행했다. 단점은 재생할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점. 반복해서 들을수록 테이프가 늘어지기 때문인데 나중에는 음악이 느려지거나 뚝뚝 단절되는 왜곡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해봤다면 끊어진 테이프를 복원하려고 하나하나 이어 붙이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되었던 '마이마이'
국내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대표 주자는 ‘삼성의 마이마이’였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와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굳이 기기를 꺼내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는 유선 리모콘, 녹음 기능, 15분 쾌속충전 등 알찬 기능들도 인기의 요인 중 하나였다.
▲ 1,0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듀스 카세트 테이프 (출처 : 듀스 오피셜)
카세트 테이프 앨범은 요즘에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 가수를 막론하고 빈티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카세트 테이프 앨범을 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출시하기도 했고 작년에는 듀스 한정판 카세트 테이프가 출시되어 전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 슈프림 이츠 오케이 투 카세트 플레이어 (최저가 확인은 여기서)
지금도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출시되고 있다. 물론 음악 감상의 목적이 아니라 인테리어, 수집 목적이 더 앞선다. ‘슈프림 카세트 플레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나 90년대생에게 슈프림은 동경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슈프림 정품이라는 말에 속아 가품 반팔 티셔츠와 가방을 샀던 경험은 90년대생에게 흔하다.
인테리어 오브제 용도로 나와 깨끗한 음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방 안에 두면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유용하다. 슈프림만의 색감과 폭력적인 폰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슈프림을 꿈에 그리던 90년대생이라면 어른의 힘으로 방안에 모셔보자.
컴퓨터로 뭘 굽는다고요? 'CD'
90년대생에게 CD는 친숙한 디바이스다. 지금이야 디지털 방식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지만 90년대생의 학창시절까지는 CD를 PC에 넣어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했다.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들은 공CD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넣거나 음반 CD에서 파일을 추출해 소장하기도 했다.
요즘 음반 CD는 아이돌 팬들만 구매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음반 CD 구매는 흔했다. 테이프나 LP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음질면에서도 잡음이 없어 깨끗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크래치에 취약하고 CD 종류에 따라 카세트 테이프보다 사용 기한이 짧은 점은 단점으로 뽑힌다.
▲ 영화 건축학개론 수지가 사용하던 CDP로 유명한 'SONY D-777' (출처 : 다음 영화)
CD를 재생할 수 있는 CD플레이어 시장의 히트템은 단연 ‘CDP Sony D-777’이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사용한 CD플레이어로도 유명하다. 1995년 4월에 출시된 소니의 고급형 CDP로 디스크맨의 10주년을 기념하며 발매한 제품이다. 깔끔한 사운드, 10초의 튐방지 기능, 슬림 타입 충전지를 도입한 얇은 두께 등으로 명성을 날렸다.
CD플레이어는 최근에도 출시되고 있다. 최신 음반들이 CD 형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음악 감상의 주된 수단이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요즘 CD플레이어는 인테리어 용도의 가성비 제품과 고급 HI-FI 제품으로 양분되어 있다.
▲ 아이리버 IAW-200C 94,560원
가성비 제품으로는 ‘아이리버 IAW-200C’를 추천한다. 거치대와 결합해 스탠드 형식으로 사용하거나 벽에 걸 수도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제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외부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고 오디오 단자로 유선 이어폰, 헤드폰과 연결해 사용도 가능하다. 디자인은 하얗고 심플한 패브릭 디자인으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더하게 해준다.
▲ 데논 DCD-1700NE 1,334,830원
CD 음질을 하이 퀄리티로 감상하고 싶다면 '데논 DCD-1700NE’를 권한다. 하이엔드 CD플레이어 모델 중 하나로 DAC 마스터 클럭을 통해 원음 그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2개의 오실레이터를 통해 44.1/48kHz의 샘플링 주파수를 담당해 지터 노이즈는 줄이고, 더욱 정확한 피크의 소리를 표현했다. 고음질 컴포넌트와 넓은 주파수를 지원해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을 디지털로 소유한다고? 'MP3 플레이어'
▲ 90년대생의 그 시절 히트템 (출처 : 다나와)
MP3 플레이어다. 이것이야말로 90년대생의 학창 시절을 대표하는 음향 기기라 할 수 있다. MP3 플레이어에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고 교복 소매에 넣어 팔을 괸 채로 몰래 들어본 경험은 90년대생에게 한 번씩 있다. 지금이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아무 노래나 검색해서 틀면 되지만, 당시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하나하나 다운 받아 직접 삽입해야 했다.
▲ 음악을 돈 주고 들어야 한다고? (출처 : 14F)
MP3 플레이어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저작권 인식이 아직 낮을 때라,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이었다. 소리바다나 인터넷에서 음원 파일을 다운 받는 경우가 성행했다. 당시 필자는 건당 500원에 음악을 구입해서 들어 음악 구매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MP3 플레이어의 장점은 콤팩트한 기기에 수백 개의 곡을 담을 수 있고 물리적인 손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초창기 MP3 플레이어의 용량이 16MB, 32MB 수준으로 낮아 MDP가 잠시 유행하기도 했다. 휴대용 CDP보다 휴대성이 뛰어나고 녹음 기능이 있는 점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내 128MB, 1GB 이상의 MP3 플레이어가 나오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MP3 플레이어의 히트템은 아이리버의 ‘엠플레이어’를 꼽을 수 있다. 깜찍한 미키마우스 모양을 한 제품으로 왼쪽 귀를 딸깍 돌면 다음 곡으로 넘기기, 오른쪽 귀를 딸깍 돌리면 볼륨조절이다. 불편한 점이라 하면 액정이 없어 무슨 곡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이조차도 나름의 낭만이었다.
음악 감상 수단이 MP3 다운로드에서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면서 MP3 플레이어는 존재감이 사라졌지만 오디오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니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 두 가지가 있다.
▲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norma SR35 949,000원
1990년대생의 학창시절을 책임졌던 아이리버는 이제 오디오 마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norma SR35는 고해상도의 마스터링 퀄리티 사운드(Mastering Quality Sound, MQS)를 그대로 재생한다. 새롭게 Quad DAC 모드가 적용되어 다이내믹, 공간감, 해상도가 향상되었다. 또한 아스텔앤컨만의 New Generation AMP 기술이 더해져 편의성과 성능 모두 잡은 것이 특징이다.
▲ 소니 Walkman NW-ZX707 1,486,000원
소니 Walkman NW-ZX707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워크맨의 철학을 계승한 제품이다. 8~90년대 놀라운 편의성으로 중고등학생에게 히트를 했듯, 가벼운 기기 안에 최고의 음질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니 고유 기술인 S-Master HX를 통해 왜곡과 소음을 줄였다. 또한 압축 음원을 AI로 실시간 업스케일링하는 DSEE Ultimate를 통해 CD 음질 이상의 무손실 오디오를 제공한다. USB-Audio를 지원해 PC와 연결하여 USB DAC로 아날로그 출력을 사용하거나 오디오 기기와 연결하여 디지털 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 지금도 느끼고 싶다면?
지금까지 글을 읽고 ‘아날로그 감성’에 흥미가 생겼는데 선뜻 구매하기엔 망설여지는지? 그렇다면 먼저 ‘음악’ 그 자체와 친해져보자.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두 공간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01 종로 '서울 레코드'
음악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이곳은 1976년부터 5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역사 깊은 음반샵이다. 오래된 LP판부터 최신 K-POP CD까지 빠짐없이 구비돼있다. 노포 느낌의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필시 ‘서울 레코드’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 것이다. 가게에 방문하면 앨범 입고 일정이나 구매 예약까지 가능하니 참고하자.
02 이태원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이태원의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은 바이닐(Vinyl)은 국내 최대 음반 매장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2층 규모의 건물로 LP, CD, 카세트 테이프 앨범은 물론 LP 플레이어, 헤드폰 등 다양한 음향기기도 만나볼 수 있다. 1층에서는 현대카드가 선정한 200장의 바이닐 명반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청음 공간이 있으니 웨이팅이 길지 않다면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최정표 wjdvvy@cowave.kr
글 / 정누리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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