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청룡이 용솟음치는 새해다. 거의 매년 친구들과 새해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로 새해의 진심인 필자. 필자의 경험상 새해 선물은 여자 거를 고를 때보다 남자 거를 고를 때가 더 고민된다. 여자들은 취향이 확고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르기가 쉽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을 새해 전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게 없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거나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 티를 안 내서 그렇지, 다들 취향은 있더라. 하지만 선물은 결국 받는 사람이 기뻐야 하는 법. 내가 준 선물이 그 남자에게 최악의 새해 선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이 콘텐츠를 참고해 보자.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별 지인들의 의견에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을 더해봤다. 물론 우리가 이 연령대의 남자들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참고하지 않는 것보단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이 글에 도움을 준 이들은 S는 20대 프로 자취남, M은 20대 상남자, C는 센스쟁이 30대 남성, J는 까탈쟁이 30대 남성, W는 가정에 충실한 40대 남성, L은 화라고는 모르는 40대 남성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남성 중 여자친구나 아내가 있는 이들은 조용히 이 콘텐츠의 링크를 파트너에게 은근슬쩍 공유해 보자. 자기야, 이거 봤어? 재밌더라~하고 말이다.
20대
#자취 #실용성
1. 케이크
케이크 주지 마! 둘 데 없어! 이미지: <거인의 별>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케이크를 선물 받는 게 부담이 됐다. 보고 있으면 저걸 혼자 어떻게 다 먹지 싶다. 그리고 다이어트할 때 받는 케이크도 정말 별로다. 요즘은 남자도 관리하는 시대니까. - by. S
2. 꽃다발
자취생인 나에게 꽃다발은 실용성 없고 공간만 차지하는 선물일 뿐. 감성은 SNS 할 때만 챙기면 된다. 아니, 근데 진짜로 꽃다발은 도대체 용도가 뭐지?- by. M
왜 최악이냐고요?
케이크를 받고서 드는 기분은 유쾌함보다는 난감함이다. 이유는 주로 냉장고 공간, 유통기한 같은 것들 때문이다. 차라리 치킨, 피자 기프티콘이면 쟁여 놨다가 먹고 싶을 때 먹지. 이건 빨리 먹어 치워야 하니 소식가들에게는 식고문에 가깝다. 실제로 필자의 20대 시절 주변에 자취하던 친구 놈들을 돌아보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우거나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렇게 해도 남더라.
진짜 진상은 꽃다발이다. 이건 먹거나 나눠 주지도 못한다. 심지어 여자들도 선물로 꽃다발만 주면 싫어한다. 그래도 간혹 선물 받은 거라고 안 쓰는 컵에 대충 꽂아 두는 이들도 있긴 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방치형 게임 마냥 내버려 둔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생각나 ‘슬슬 치울 때가 됐나’하고 봤을 땐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있더라’라는 괴담은 나만 겪어본 건 아닐 거라 믿는다.
30대
#여자친구가 #잘못했네
1. 너무 비싼 선물
내 선물 돌려줘! 그 재킷도!
N년 전,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새해에 생일선물 겸해서 정말 갖고 싶어 했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못 사고 있던 패딩 자켓을 선물로 받았다. 문제는 선물을 받고 일주일 뒤에 헤어졌는데, 그게 아까웠던 건지 다시 돌려달라고 하더라. 심지어 무인 택배함을 통해서…. 그로 인한 후폭풍으로 이제 그런 고가의 선물은 다시는 새해 선물로 받고 싶지 않아졌다. 또 돌려 달라고 할까 봐 무섭다. - by. C
2. 핸드크림
핸드크림 좀 그만줘!
나는 겨울철이 되면 손이 무척이나 잘 튼다. 그래서일까? 나는 새해 선물로 핸드크림을 받은 적이 많다. 그렇게 받은 핸드크림은 그다음 해까지 새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보존(?)하게 된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거기에 또 하나가 추가되어 화수분처럼 계속 늘어난다. 영원히…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오징어 게임 톤으로) - by. J
왜 최악이냐고요?
그녀들의 선물이 오히려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값비싼 제품을 선물 받았을 경우가 그러한데, 이건 뭐 받을 때만 좋지 관계가 안 좋게 흘러갈 경우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 사람이 제일 서러울 때가 줬다가 다시 뺐을 때다. '이럴 거면 주지나 말던가!'라는 생각이 들어 홧김에 내가 지금까지 준 선물도 다 돌려달라기에는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 안 하고, 사내대장부 자존심의 스크래치 제대로 나는 순간.
그리고 똑같은 선물만 계속 줄 때도 은근히 상처다. 아니, 정확히는 짜증 난다. 뻔히 안 쓰는 걸 알면서도 계속 같은 선물을 주는 사람들. 예를 들면 핸드크림 같은 것들 말이다. 아니, 핸드크림 바르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면 애초부터 손틀 일도 없다고요. 비슷한 맥락으로는 향수나 화장품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제품들은 향기 때문에 더욱 취향이 갈리니 주의할 것.
40대
#우리도 #취향이있다 #의류 옷
1. 옷
옷은 그냥 내가 사 입을게
옷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내 취향에 안 맞는 옷을 싫어하는 거다. 일단, 내 취향을 저격하는 옷을 선물받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 40대 아재도 취향이 있다. 등산화나 스포츠 의류 준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요~ - by. W
2. 양말
사실 양말이야 아무거나 신으면 그만 아니냐 싶지만, 무슨 소리. 멋쟁이들은 다 알지만, 패션의 완성은 양말이다. 그래서 내 취향이 아닌 양말을 선물받으면 안 신게 된다. 위아래 쫙 빼입었는데 양말이 구려? 윽! - by. L
왜 최악이냐고요?
사실 남자들은 살면서 선물을 받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남자들끼리는 선물을 잘 안 챙긴다. 그리고 받는 것보다는 보통 주는 역할에 더 익숙하다. 이러한 슬픈 현상은 40대에 접어들면 더욱 심화한다. 그런 그들에게도 새해는 그나마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정말 몇 안 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내나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더 심하다. 주는 일조차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또 여자가 주는 선물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재라고 무시하면 혼난다. 40대도 취향이 있다. 심지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 확고해진 경우도 있어서 의류 같은 경우에는 정말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게 아니라면 피하도록 하자.
“되돌려 받을 때도 고려해야 좋은 선물”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의 나라였다. 선물을 받으면 돌려주는 게 국룰. 그래서 너무 고가의 선물은 받을 때만 좋지, 나중에 돌려줄 때는 부담이 된다는 점도 기억하자. 이러한 적정선과 취향, 두 가지를 완벽히 고려한다면 그 남자에게 당신은 두고두고 센스 있는 선물을 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획, 글, 편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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