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파트 2'가 4월 1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누적 수익 6억 2천만 달러(약 8,36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듄 파트 2'는 손익분기점이 약 5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으며 큰 흥행에 성공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관람객이 약 190만 명을 돌파하며, 전작인 '듄'의 관람객 약 150만 명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 티모시 살레메가 맡은 주인공 폴의 각성과 복수를 위한 여정을 지켜본 관람객들은 '듄'에 미친 '듄친자'를 자처하는 모습이죠. 이번 작품을 통해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면서 벌써부터 3편을 기대하는 관람객이 나올 정도입니다.
1960년대 등장한 '듄'이라는 소설이 2020년대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좀 즐겨봤다는 올드 게이머라면 '듄'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90년대 게임 시장을 뒤흔든 '스타크래프트'라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장르의 원조로 항상 '듄'이 언급됐기 때문이죠.
1992년 등장한 '듄 2(Dune 2)'는 1995년 첫 작품이 발매된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로 유명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선보인 게임임입니다.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실시간 전략 장르로 '스타크래프트'와 경쟁하기도 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게임이죠. 특히 실사 동영상을 게임 중간에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었죠.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커맨드 앤 컨커'를 선보이기 앞선 1992년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듄'을 활용한 게임 '듄 2'를 PC용 도스 버전으로 내놨습니다. 이후에는 메가드라이브용도 내놨습니다. '듄 2'라는 이름은 당시 게임의 유통사가 '듄'이라는 이름의 다른 게임을 내놨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듄 2'는 RTS 장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물론 '듄 2'보다 앞서 RTS 장르의 재미를 구현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는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 RTS의 기틀을 정립한 게임이 '듄 2'라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웨스트우드는 '듄 2'를 선보이면서 기존의 게임과는 차별화된 장르임을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게임 패키지에 명확하게 'Real-time strategy'라는 것을 명시했을 정도로 기존의 게임과 다른 재미를 갖춘 게임인 것을 알렸습니다.
'듄 2'가 RTS 장르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이유는 게임 내에 현대 게이머들이 흔히 생각하는 RTS의 요소인 자원 채취, 건물 건설, 병력 생산 등의 요소가 확립되어 있고 전투를 진행할 때 이들을 컨트롤해 적을 물리치는 요소까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트레이데스, 하코넨, 오르도스라는 세 가문의 특수 유닛 등도 담아냈죠.
또 이른바 테크트리라 불리는 건물 간 관계나 전장의 안개(FOG) 등도 정립되어 있었죠. 다만 아쉽게도 별도의 유닛 부대 지정은 지원하지 않아 하나씩 클릭해서 명령을 내려줘야 했던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이런 '듄 2'의 재미와 RTS 요소는 이후 등장하는 RTS 장르 게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의 것을 표절에 가까운 수준으로 모방해 더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 내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도 처음에는 '듄 2'의 아류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그리고 '듄'을 활용한 게임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1998년에는 '듄 2'의 리메이크 격 작품인 '듄 2000'이 출시됐습니다. 웨스트우드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 '커맨드 앤 컨커'의 엔진을 활용해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듄 2'와는 스토리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게임은 PC를 넘어 플레이스테이션 1으로 발매되기도 했었는데요, 실제 배우가 등장하며 열연을 펼쳤던 장면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네요. 2001년에는 후속작인 '엠퍼러: 배틀 포 듄'이 출시됐습니다. 3D로 탄생한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게임 구성은 비슷했죠.
'듄'은 RTS 장르의 게임들만 있던 것도 아닙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프랑스의 크리오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어드벤처 장르 게임인 '듄'이 존재했었는데요. 어드벤처 장르와 전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담은 작품입니다. 게임은 아라키스 행성에 존재하는 스파이스를 채굴하며 동시에 하코넨과 전쟁을 펼치는 재미를 그렸습니다.
크리오 인터랙티브는 이후 2001년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라는 어드벤처 게임도 선보였는데요, 이는 2000년 방영된 Sci Fi 채널의 미니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게임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게임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크리오 인터랙티브는 문을 닫고 말죠.
한동안 '듄'을 활용한 게임 제작이 끊겨 있었던 가운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이 등장한 이후 다양한 게임들이 또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로게임즈가 개발하고 펀컴에서 유통한 '듄: 스파이스 워즈(Dune: Spice Wars)'와 역시 펀컴에서 준비 중인 '듄: 어웨이크닝(Dune: Awakening)'이 대표적입니다.
'듄: 스파이스 워즈'는 4X 스타일의 실시간 전략 장르 게임으로 돌아왔습빈다. 앞선 웨스트우드의 작품은 아트레이데스, 하코넨, 오르도스라는 세 가문의 다툼을 그렸지만, '듄: 스파이스 워즈'는 오르도스를 제외하고 '듄 2'에서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특수 유닛으로 등장한 프레멘을 별도 세력으로 등장시킨 것이 특징이죠, 외에도 밀수 업자와 애카즈, 버니우스 가문 등이 등장합니다.
다만 별도의 캠페인 미션을 담아내지 않아서 이용자들로부터 아쉬운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듄'을 가장 잘 담아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죠.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듄: 어웨이크닝'은 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샌드박스 생존 MMORPG 장르 게임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듄'에 입문한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일만한 게임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다만 출시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 같이 '리산 알 가입'을 외치며 기다려보도록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