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현대 사람들에게 그리 낯선 존재가 아니다. 1897년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로 알려진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지금까지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물론 게임 분야에서도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며, 시대가 지날수록 독특한 설정이 더해지며 다양한 모습의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있다.
뱀파이어 게임이라고 하면 역시 캐슬배니아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1986년 첫 출시한 캐슬배니아 시리즈는 시몬 벨몬드가 드라큘라를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게임으로, 원작의 고딕 호러 느낌을 살린 그래픽과 사운드로 호평을 받았다. 원작의 드라큘라는 악역으로 등장하는 만큼, 게임의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 드라큘라 역시 이를 고증해 사악함을 한껏 살렸다
캐슬배니아의 흥행으로 한동안 게임 사이에서는 ‘뱀파이어는 사악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는 1994년 출시된 캡콤의 대표 격투게임 다크스토커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게임은 서큐버스 모리건으로 더 유명하지만, 주인공은 엄연히 뱀파이어인 데미트리 막시모프다. 다만 이전까지 뱀파이어 이미지와는 달리, 데미트리는 악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해도 가끔 인간미를 보이기도 한다. 즉 뱀파이어는 무조건 적이어야 한다는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는 과도기적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뒤로 뱀파이어는 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월희 시리즈에 등장하는 ‘알퀘이드’다. 발랄한 성격과 미형의 외모로 이전까지의 뱀파이어와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에 더해 가끔씩 드러나는 뱀파이어의 잔혹성은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을 더했으며, 아직까지도 미소녀 뱀파이어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는 뱀파이어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한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철권 시리즈는 서큐버스를 연상케 하는 뱀파이어 캐릭터 ‘엘리자’를 등장시키기도 했으며, 반다이남코에서 만든 액션 RPG ‘코드 베인’은 뱀파이어를 재해석한 레버넌트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였다. 또한 2018년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뱀파이어(Vampyr)’는 뱀파이어가 된 의사를 중심으로 묵직한 내러티브를 그리기도 했다.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에 등장한 알치나 드미트리스쿠 역시 뱀파이어의 특성을 다수 띄고 있는 매력적 악역으로 게임 흥행을 견인했다.
2024년 현재,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얼마 전 앞서 해보기를 끝내고 정식 출시한 V 라이징이다. 특히 V 라이징은 뱀파이어에 오픈월드 크래프팅 장르의 결합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캐릭터뿐 아니라 장르적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좋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V 라이징에서는 고전적 뱀파이어 특색 대부분을 고증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햇볕에 있으면 대미지를 입거나, 마늘밭 근처에 가면 능력치가 감소하는 패널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약점이다. 그 외에도 인간이나 적의 피를 흡수해 새로운 능력과 기술을 얻는다는 설정도 피를 마시며 생명을 유지하는 원작의 뱀파이어를 충실히 구현한 부분이다.
여기에 V 라이징은 중세 판타지를 어두운 그래픽과 사운드로 그려냈으며, 이는 드라큘라 원작 소설의 고딕호러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뱀파이어의 대명사 드라큘라가 보스로 등장하는 만큼, V 라이징은 뱀파이어의 재해석을 기반으로 원작 고증까지 현대 뱀파이어 게임이 가지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앞으로는 어떤 뱀파이어 게임이 등장할지, 많은 뱀파이어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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