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세어는 이번 컴퓨텍스 2024에서도 특별했다. 잘 알려지다시피 지난 4일부터 타이이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컴퓨텍스 2024의 메인 전시장은 난강(南港)전시관이다. 하지만, 커세어는 항상 그랬듯 난강홀을 떠나 101 타워 옆 그랜드 하얏트 호텔 특별 전시장을 따로 마련해 'World's AHEAD'라는 케치프레이즈를 표방하며 자사의 신제품을 전시했다. 이번 컴퓨텍스 2024가 역대급 참관 인원수를 기록해 혼잡스러웠던 것을 감안하면 혼잡스럽지 않은 커세어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쌓기에 충분했다.
1000D의 명성, 파워업! 9000D RGB AIRFLOW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차세대 워크스테이션급 PC 케이스 9000D RGB AIRFLOW였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엄청난 크기에 화려한 커스텀 수랭 시스템을 갖춘 이 PC는 전시장 가장 가운데 자리 잡았고, 참관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든 곳이기도 했다.
9000D는 일단 기존 옵시디안 1000D의 명예를 잇는 케이스다. 따라서 전면은 물론 상단까지 2라인으로 4열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는 크기를 물려받았다. 때문에 쿨링팬을 전면에만 16개, 상단에는 14개를 구동시키는 괴물 같은 존재감을 뿜어냈다. 전면 라디에이터에서 'ㄱ' 자로 꺾어지는 워터 파이프 때문에 32개를 풀로 채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더불어 상단부에는 시리즈 최초로 인피니티 레일을 설치해 규모가 큰 라디에이터 설치가 용이하도록 설계되었다. 가령 4열 라디에이터 2개와 3열 라디에이터 2개를 직접 본체에 부착한다고 생각하면 무게와 크기 때문에 상당히 곤욕을 치르겠지만, 인피니티 레일에 라디에이터 여러 개를 미리 장착하고 슬라이드 방식으로 밀어 고정만 시키는 방식으로 시스템 구축에 편의성을 높였다.
넉넉한 내부 공간을 활용해 ITX 폼팩터로 구성된 PC 세트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파워서플라이 커버 윗부분의 남는 공간에 엘가토 4K 캡처카드까지 장착한 독립 시스템을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 후술할 스몰 폼펙터 SF 시리즈 PSU로 듀얼 PC를 구성했다
워낙 9000D RGB AIRFLOW의 크기가 남다른지라 독립적인 케이스에 조립된 PC 2대보다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된다. 이런 듀얼 PC 시스템은 공간 절약과 동시에 2 PC 운영도 쉽게 가능케해 상당한 2컴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나 멀티 PC 환경을 구축하려는 유저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어필될 것이라 예상한다.
BTF의 시대가 오리라, 3500X
9000D의 위용에 살짝 존재감이 옅어진 3500X도 나름 혁신적인 면모를 갖췄다. 바로 최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BTF 규격으로 꾸며진 것이다. BTF는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에 연결되는 케이블 구성을 최소화한 규격으로 커세어 케이스의 스펙에는 '히든 리버스 커넥션'이라는 용어로 지칭된다.
거기에 요즘 대세인 이른바 어항형 케이스, 랩어라운드 강화유리로 구성되어 개방감이 상당하다. BTF 규격의 케이블리스 구성에 랩어라운드 강화유리의 조화로 9000D가 그저 꿈인 일반 유저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다.
고급진 디자인에 iCUE, 그리고 커세어 감성을 섞으면?
그동안 QX와 LL 시리즈로 고급스러운 RGB 컬러와 iCUE 연동으로 구성하는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으로 유명한 커세어 쿨링팬에도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 바로 LX, RX, RS 시리즈다. X가 붙은 LX와 RX 시리즈는 커세어 전용 커넥터로 연결되며 iCUE 소프트웨어로 다양한 불빛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 LED를 지양하는 유저들을 위해 RX, RS 시리즈 모두 액정폴리머로 강화된 비RGB 계열도 제공한다
물론 ASUS AURA SYNC같은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튜닝 프로그램과 플러그인 형식으로도 연동이 가능하다. 반면, S가 붙은 RS 시리즈는 ARGB 방식으로 5V 커넥터로 연결된다.
이중 LX RGB 시리즈는 듀얼 RGB 라이트 루프를 적용해 회전축 중심부와 가장자리에 모두 발광 소자가 있어 커세어만의 화려한 조명 시스템을 이루기에 충분하다.
최애의 수랭식 CPU 쿨러가 되려는 TITAN
이번 컴퓨텍스 2024에서 새롭게 등장한 커세어의 수랭식 CPU 쿨러의 이름은 타이탄이다. 그동안 커세어는 1100i와 1500i 시리즈로 성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명품으로 통했다. 그 열기를 2024년에도 이어가기 위해 이번 TITAN에는 성능 지표 이외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펌프 부분의 캡을 바꿀 수 있는 Capswap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뚜껑을 교체하는 것인데 단순한 교체에 그치지 않는다. 그루브 모듈, VRAM Fan 모듈, LCD 스크린 모듈로 총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각 모듈마다 지향하는 기능이 다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 하나 모듈은 바로 VRM Fan 모듈이다.
위 사진상 가운데 있는 VRM Fan 모듈은 펌프 부분에 70mm 쿨링팬을 추가로 내장해 CPU는 물론 CPU 주변의 메인보드 전원부, RAM 접속부, M.2 SSD 접속부까지 쿨링 영역을 확대하는 솔루션이다. 바람의 방향이 펌프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흐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대 회전수는 3,000rpm까지 올라가며 오버클럭으로 인해 CPU와 더불어 함께 온도가 올라가는 주변 부품들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중앙에 커세어 로고와 RGB 컬러만 표시하는 Groove 모듈
▲ CPU 온도와 각종 상태를 표시하는 LCD 스크린 모듈
반면 커세어 로고와 함께 단순히 RGB 조명 효과를 누리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Groove 모듈과 CPU의 온도 및 각종 상태를 표시해 주는 LCD 스크린 모듈도 옵션으로 제공되어 유저의 취향과 수요에 따라 바로 교체할 수 있다.
커세어 파워의 존재감, 작은 거인으로도 태어나다
그동안 커세어의 파워 서플라이는 명품 반열에 올라 안정성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제품이라 평가받았다. 거기에 최근 TDP의 상승과 그래픽카드의 소비전력이 높아짐에 따라 정격 출력 1000W 이상의 풀모듈러 파워서플라이 시장에서 커세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ATX 3.1을 호환하는 스몰 폼팩터 파워서플라이 라인업을 새로 구성했다.
커세어는 이런 스몰 폼택터 규격 파워를 SF 시리즈로 명명하고 750W, 800W, 1000W 세 가지로 분류했다. 각각 정격 출력만 달랐지 세부 스펙은 비슷한데, 우선 제로 rpm을 지원하는 92mm PWM 팬을 탑재했고, 80PLUS 플래티넘과 Cybenetics 플래티넘 인증을 받아 효율성까지 증명한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라 여겨지는 파워서플라이다. 앞서 제일 먼저 살펴본 9000D RGB AIRFLOW 케이스에 추가된 ITX PC 세트에 이 SF 시리즈 파워서플라이가 장착됨으로 PC 시스템 2개를 한 케이스에 담는 혁신에 성공한 것이다.
가능한 변화는 모두 시도한 커세어
이 밖에도 WQHD 해상도, 240Hz 주사율을 가진 34인치 커브드 QD-OLED 게이밍 모니터, 제논과 브랜드 PC인 ONE도 전면 패널과 측면 메쉬 패널을 보강해 내놓은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중 ONE은 전면 패널을 우드 다크, 우드 브라이트, 메탈 다크 등으로 교체할 수 있는 브랜드 PC다.
듀얼 챔버 시스템으로 커세어 케이스 매니아층에게 찬사를 받은 2500D를 이용한 시스템 데모와 각종 커스텀 키보드에 관한 전시도 이어졌다. 매년 커세어 고유의 매력이 넘치는 기계식 키보드가 새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알루미늄, 강화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의 교체형 커버와 반지의 제왕의 콘셉트를 차용한 커스텀 키보드들이 즐비해 보는 재미가 아주 많았다.
많은 PC 유저들에게 커세어란 PC에 감성을 불어 넣은 기업으로 통한다. 그만큼 뛰어난 성능은 기본으로 보장되면서 거기에 따른 자부심,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말이다. 그런 고집스러운 행보를 걸어온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할인된 가격으로 커세어를 사는 것은 진정한 커세어의 매력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제품 하나하나의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다는 말도 되므로 올해의 컴퓨텍스 2024의 커세어 부스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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