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PS2 게임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거대 괴수를 사냥하는 독특한 컨셉의 게임 수준이었지만, 20년 동안 PS2, Wii, PSP, 3DS, PS3, PC, PS4, PS5, XBOX,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기종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제는 헌팅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독보적인 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갓이터, 토귀전, 와일드하츠 등이 몬스터헌터의 영향을 받은 게임들입니다.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온라인 게임인데 캐릭터 레벨이 없고, 몬스터를 때려 잡거나, 채집을 통해 획득한 재료를 가공해서 강력한 장비를 갖추고, 더 강력한 몬스터에 도전한다는 개념을 당시에 어떻게 떠올렸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첫 작품인 몬스터헌터때만 하더라도 캡콤에서는 이 게임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비디오 게임 개발사가 시도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보니, 온라인 모드만으로 출시하면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급하게 오프라인 모드를 추가했고, 광고도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발매 첫주만에 12만장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확장판인 몬스터헌터G를 바로 발매하게 됩니다.
국내 이용자에게 몬스터헌터라고 하면 첫 작품보다는 몬스터헌터G가 더 친숙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게임인데, 당시 유통사였던 코코캡콤을 통해 한글 정식 발매됐으니까요.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인 몬스터헌터를 한번 더 팔기 위해 더 높은 난이도의 몬스터들과 더 험난한 노가다를 추가하면서, 이후 본편 출시 이후 G가 붙은 확장판이 추가로 발매되는 시리즈의 전통을 세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소니에서도 소콤 U.S 네이비씰 등 멀티 플레이 게임을 강조하면서 PS2 네트워크 어댑터를 적극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이들이 나름 많았습니다.
이후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 것은 몬스터헌터G를 PSP로 옮긴 몬스터헌터 포터블부터입니다. 잘 나오지 않은 재료를 획득하기 위해 같은 몬스터를 수없이 잡아야 하는 노가다성이 짙은 게임이다보니, 거실에 앉아서 장시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인 PSP에서도 PS2와 거의 흡사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후 PS2로 등장한 정식 넘버링 후속작 몬스터헌터 도스는 태도, 수렵피리, 건랜스, 활 등 새로운 무기들이 다수 추가되면서 액션이 다양해졌으나, 그만큼 재료 노가다가 심해졌고, PS2 기기의 한계로 전작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습니다.
하지만, 몬스터 헌터 도스를 PSP로 옮긴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가 다시 한번 인기 몰이를 하면서 휴대용 게임기인 PSP가 메인이 됐습니다. PSP에서 최초로 100만장을 돌파한 게임이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일 정도로 몬스터헌터를 즐기기 위해 PSP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PSP가 몬스터헌터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때 등장한 새로운 총괄 프로듀서가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얼굴 마담이라고 할 수 있는 츠지모토 료조라는 것입니다. 츠지모토 료조 PD는 전 캡콤 회장인 츠지모토 켄조의 셋째이자 현 캡콤 사장인 츠지모토 하루히로(첫째)의 동생입니다. 흔히 말하는 낙하산 인사입니다. 하지만, 츠지모토 료조 PD 이후 몬스터헌터가 캡콤을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로 자리를 잡으면서,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와 더불어 낙하산은 낙하산인데 공수부대였다는 말을 듣는 대표적인 게임업계 인물이 됐습니다.
몬스터헌터 포터블 세컨드 이후로는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 G까지 PSP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지켰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글 지원도 안됐지만, 몬스터 사냥에 빠진 열성팬들은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네요.
이때 몬스터헌터 프론티어라고 PC 버전도 발매됐습니다. 몬스터헌터 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식작으로, 한국에서도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됐습니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키보드 세팅과 어설픈 운영으로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한게임이 운영의 신이라는 밈을 얻게 된 것이 이 시기입니다.
PSP로 전성기를 맞이한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이후 다음 세대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개발비 부담 때문에 몬스터 헌터 트라이의 플랫폼으로 당시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PS3 대신 Wii를 선택한 것입니다. Wii도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콘솔 게임기이긴 했지만, 몬스터헌터와의 궁합은 좋지 않았습니다. Wii 특성상 위모콘과 눈차크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조작 미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존 컨트롤러와 같은 몬스터헌터 전용 클래식 컨트롤러를 쓰면 해결되는 문제였긴 했지만, PSP 시절보다는 낮은 판매량으로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한 것은 당연하게도 본가(?)인 PSP였습니다. PSP로 발매된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서드가 무려 40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PSP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콘텐츠만 보면 이후 발매된 3DS용 몬스터헌터 트라이G가 완전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용자들은 익숙한 몬헌그립(몬스터헌터에 최적화된 PSP 쥐는 방법)에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PSP의 시대가 저문 이후 몬스터헌터4부터는 3DS가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본가가 됐습니다. 몬스터헌터4, 몬스터헌터4G, 몬스터헌터 크로스, 나중에 닌텐도스위치로도 이식된 몬스터헌터 더블 크로스까지 모두 3DS로 발매됐습니다. 원래 PSP가 본가였는데, 후속 기기인 PS 비타가 아니라 경쟁 기기 3DS로 계속 발매가 됐으니, 배신자 소리를 들을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 3DS 판매량이 좋지 못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몬스터헌터4를 그래픽이 안좋은 3DS로 출시한다는 소식 때문에 캡콤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중 몬스터헌터4와 몬스터헌터4G는 국내 팬들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몬스터 헌터G 이후에 발매됐던 PSP 버전들은 모두 한글 미지원이었는데, 한국 닌텐도가 힘을 좀 썼는지 한글 버전으로 출시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3DS가 NDS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에, 몬스터헌터4와 몬스터헌터4G도 해외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거대 몬스터와의 싸움이 핵심인 게임이다보니, 3DS의 조그만 화면으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2018년에 발매된 몬스터헌터 월드입니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서드 이후 8년만에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으로 돌아왔고, PC와 XBOX로도 발매된 몬스터헌터 월드는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을 한방에 날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다시 한번 도약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맵을 넘어갈 때마다 로딩이 있었던 에어리어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심리스 오픈월드로 바뀌면서 여러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재미가 늘었고, 몬스터를 다른 몬스터가 있는 지역으로 유인하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믹이 추가돼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등장한 확장팩 아이스본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덕분에, 몬스터헌터 라이즈와 확장팩 선브레이크가 발매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몬스터헌터 월드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출시 전에는 넘버링이 붙지 않아 본편이나 외전이냐 말이 많았지만, 프로듀서가 로고에 몬스터 5마리가 있는 것이 정식 넘버링 후속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몬스터헌터 와일드도 숫자는 붙지 않았지만, 로고에 몬스터 6마리를 넣어서 정식 후속작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몬스터헌터 월드 이후로는 닌텐도 스위치가 메인인 몬스터헌터 라이즈와 확장팩 선브레이크가 발매됐습니다. 시리즈 자체가 점점 더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초보자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도 화면이 커서 3DS 시절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단일 플랫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출시 3일만에 400만장을 돌파하면서 예전 PSP 시절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네요. 이후 PC로도 이식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몬스터헌터스토리즈, 몬헌일기 따끈따근 아이루 마을 등 다양한 외전 작품들을 몬스터헌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선보여 호평받았습니다. 캡콤이 아니라 나이언틱이 개발한 AR게임 몬스터헌터 나우도 있네요.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꾸준한 모습을 보이면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덕분이겠죠. 현재 개발중인 차기작 몬스터헌터 와일드는 오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몬스터헌터 월드 이후 계속 파격적인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보니, 이번에는 또 어떤 변신을 선보일지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