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리니지2M 유저 381명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제 1심 판결이 공개됐습니다. 이 사건은 리니지 2M 유저들이 BJ 프로모션에 관련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채무불이행 혹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인데요,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을 토대로 리니지 2M 유저들의 주장과 제시한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살펴봅시다.
프로모션 계약과 리니지 2M 유저들의 주장
먼저, 프로모션 계약이 무엇인지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근래 게임계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는데요, 대개 '대상 게임을 몇 달 동안 몇 회 이상 방송할 것'과 같은 내용으로 게임사와 인터넷 방송인이 광고 계약을 맺는 방식입니다.
프로모션 계약 자체는 정상적인 마케팅 수단이지만, 리니지 2M 유저들은 "리니지와 같은 경쟁 게임에서 엔씨소프트가 특정인에게 프로모션 광고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 경쟁 게임에 직접 개입하여 유저들에게 과금을 유도했다"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리니지2M은 소위 '페이 투 윈(P2W)' 게임으로,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과금이 요구됩니다. 즉, 이 사건 원고인 유저들은 "게임사와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인터넷 방송인들이 게임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과금해 일반 유저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공정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니지 2M 유저들의 첫 번째 주장 및 법원 판단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법적으로 크게 두 가지 주장을 중심으로 소송을 전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입니다. 이번 사건에 맞춰 간단히 설명드리면, 결국 이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2M에 대해서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저들과 맺은 계약을 위반한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라"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게임사가 유저들과 체결한 계약은 약관과 약관을 보충하는 운영정책 등입니다. 구체적으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이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인터넷 방송인들과 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그들에게 리니지2M 홍보 대가로 금전을 지급한 행위는 약관 제 12조 제1항·제14조 제3항 또는 조리(일반 상식)상 인정되는 '게임세계에의 개입금지의무'를 위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먼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대해서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 사건 소송에서 문제된 인터넷 방송인이 처음에는 리니지W에 대한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인터넷 방송인 측의 요구로 엔씨소프트가 소극적으로 리니지2M 방송시간도 리니지W 프로모션 계약 이행으로 인정해 준 것에 불과하다"라며 "이를 두고 엔씨소프트와 인터넷 방송인 사이에 리니지2M에 대한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법원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 게임 세계에 대해 중립의무나 질서를 유지할 의무,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권리를 행사할 의무를 위반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서는 그 근거로 ① 인터넷 방송인이 프로모션 계약을 통해 받은 돈을 리니지2M에 과금한 것에 대해 엔씨소프트가 어떠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② 리니지2M 약관상으로도 엔씨소프트에게 게임에 대한 중립의무가 있다거나 프로모션계약 체결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습니다.
이 판결문만으로는 법원이 어떤 증거자료를 근거로 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법원 판단 중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라도 '엔씨소프트에게 게임에 대한 중립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리니지2M 운영정책 제 1조 제 2항 '운영정책은 약관에서 정한 사항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 3조 제 2항에서는 '회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원 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중립의무와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리니지 2M 유저들의 두 번째 주장 및 법원 판단
두 번째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법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입니다. 첫 번째 주장인 채무불이행 책임은 피고인 엔씨소프트가 계약상 책임을 위반했다는 것에 근거를 둔 주장인 반면, 불법행위 책임은 엔씨소프트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유저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라는 주장입니다.
이 사건에 맞춰 풀어보면 "엔씨소프트가 인터넷 방송인들과 리니지2M에 관한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이를 숨김으로써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게임(리니지2M) 일반 이용자들로 하여금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게임으로 신뢰하며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도록 기망했다"는 뜻입니다.
채무불이행 책임과 비교해 불법행위 책임은 소송적으로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약상 의무 위반이 존재하기만 하면 다소 쉽게 인정되는 채무불이행 책임과는 달리, 불법행위 책임은 상대방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과 '손해'의 발생에 대해서도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인 유저 측이 주장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관련해 1심 법원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인터넷 방송인들과 리니지 시리즈 관련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해 리니지2M 등을 이용한 동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는 것에 대해 특정 BJ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 ▲그 BJ는 리니지2M에 거액을 사용한 사실 ▲ 엔씨소프트와 이 BJ가 이 사건 프로모션 계약 조건이나 보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위 행위가 불법이라 판단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요. 이에 대해 판결문에서는 여러 근거를 들고 있습니다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프로모션 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그로 인해 과금이 감소했다는 사정이 분명하지 않다"라며 "프로모션 계약 존재 여부가 유저들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있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입니다.
즉,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처럼 엔씨소프트가 인터넷 방송인과 프로모션 계약을 몰래 체결해 일반 이용자들이 과도하게 과금을 했다면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과금이 감소했다는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원고 측이 그러한 사실에 대하여 제대로 입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거 외에도 법원은 ① 해당 BJ 방송에 '유료광고 포함' 배너가 표시된 점 ② 엔씨소프트 측이 프로모션 계약 존재여부와 관련해 이용자들에게 거짓 답변을 하거나 과장된 사실을 알린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점 ③ 리니지2M 약관 및 운영정책 등을 고려해 엔씨소프트에 이 사건 프로모션 계약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소송
이번 사건은 '리니지 라이크' 프로모션 계약과 관련한 첫 판례이기에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사건이었습니다. 다만 해당 소송을 진행한 유저들이나, 법원이 유저 측 손을 들어주는 것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판결이 나왔습니다.
물론, 긴 소송 기간 동안 존재한 많은 주장과 증거를 판결문 안에 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재판부에서도 그만큼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것입니다. 비교적 작은 소가의 사건임에도 12페이지가 넘는 충실한 판결문을 작성한 재판부의 노고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소송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고, 이 사건과 같은 판결문을 받은 것 자체가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이 많이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항소심이 남은 만큼. 원고 측이 주장을 보충하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반전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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