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종합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이 내놓은 스팀덱(SteamDeck)의 성공은 휴대용 게이밍 PC(UMPC)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후 다양한 제조사에서 유사한 제품을 쏟아냈다. 아야네오(AYANEO), 원엑스플레이어(ONEXPLAYER)에 이어 에이수스 ROG 앨라이(ALLY), MSI 클로(CLAW) 등이 대표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포함하면 UMPC는 이미 수십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부 휴대용 게이밍 PC 신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기들이 출시 1년 이상 지난 상태여서 고장 수리에 대한 구매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한 경우라면 정식 보증이 어려워 사설 수리점 문을 두드려야 된다. 수리 가능한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리점을 찾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정식 수입됐다면 해당 유통사 서비스센터 이용이 가능하다. 지정된 수리점에 방문하거나 택배를 보내면 되니 편리하다.
하지만 휴대용 게이밍 PC를 유통하는 한 기업의 서비스 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그 유통사는 원엑스플레이어를 국내 수입 유통하는 제이씨현온비즈다. 이 기업은 제이씨현시스템의 자회사로 2018년 7월 설립됐다. 온비즈숍이라는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데스크톱과 노트북 PC, 동영상 촬영 장비, 생활가전 제품 등을 판매한다. 휴대용 게이밍 PC인 원엑스플레이어도 제이씨현온비즈에서 다루고 있다.
‘수리 선택권, 데이터 보호’ 사용자 동의는 없었다
문제는 원엑스플레이어 서비스를 접수하는 과정부터 발생했다. 지난 6월 19일, 원엑스플레이어 구매자 전모 씨는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 용산을 찾았다. 기자도 이 자리에 동행했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원엑스플레이어는 전원이 인가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배터리 혹은 전원부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식 수입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수리가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시간을 내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제이씨현온비즈 서비스센터는 자사 쇼핑몰에도 자세히 안내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제이씨현이라는 이름을 보고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 위탁 기업, CS이노베이션에 문의를 한 번 넣은 상태였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서비스 담당자는 “오락기는 자신들이 서비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이씨현 계열사에서 수입하는 제품임에도 CS이노베이션에서 서비스를 안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가 현장 방문을 결정한 이유다.
사전 통화 안내와 마찬가지로 CS이노베이션은 원엑스플레이어 서비스를 담당하지 않았다. 제이씨현빌딩 1층에 있는 CS이노베이션 입구를 지나 상담 대기표를 받으려는 그때, 안내 직원이 “오락기는 여기서 접수가 안 되고 나가서 건물 2층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제이씨현빌딩 2층에 올라가니 제이씨현온비즈 물류센터라는 푯말이 적힌 입구가 있었다. 그마저도 계단 정면이 아닌 왼쪽에 있었다. 정면에 있는 사무실은 드론 연구소였다. 처음 방문한다면 정문에 있는 드론 연구소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제이씨현온비즈 물류센터는 서비스센터와 거리가 멀었다. 사무실 내 전등은 대부분 소등되어 있었고 물건이 쌓여 있는 창고 같은 공간 일부만 점등되어 있는 상태였다. 서비스 접수대도 담당자도 없었다. 이때 창고 안에 있던 한 직원이 나와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물었다. 원엑스플레이어 서비스에 대해 문의한 후 서비스 담당자는 자연스럽게 “구매내역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서비스 절차 중 하나같지만, 한편으로는 일련번호를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요즘 중대형 수입사 다수는 국내 수입한 제품을 전자 관리한다. 재고 파악부터 창고 내 위치 파악까지 가능하다. 아무리 자회사라도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는 제이씨현시스템 계열사인데 고가 제품을 전자 관리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무엇보다 해당 원엑스플레이어는 제이씨현온비즈가 단독 유통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구매내역을 찾아 담당자에게 보여준 후 접수를 시작했다. 포스트잇과 펜을 가지고 오더니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적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담당자는 연락을 줄 테니 돌아가라고 말했다. 제품 반품 승인(RMA) 과정이 필요하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그게 끝이었다. 수리가 불가능해 유상 RMA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날, 전 씨는 제이씨현온비즈 서비스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는 내부에서 모두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었다. 담당자는 “배터리 문제로 전원이 인가되지 않아 교체했다”면서 “설치된 운영체제도 문제가 있는지 계속 재시작 하는 현상이 있어 초기화하는 중”이라고 안내했다. 수리비는 6만 원이 청구됐다. 입금 계좌를 안내할 테니 수리비를 입금하라고 안내까지 받았다. 자신에게 사전 동의 없이 수리 절차가 다 처리된 상황에서 전 씨는 어쩔 수없이 안내 받은 계좌로 비용을 입금했다.
전 씨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문제가 있어 RMA 과정을 밟을 때 소요되는 비용, 내부에서 수리할 시 소요되는 비용, 사설 수리점에 맡겼을 때 비용 등을 계산할 틈도 없었다. 수리 선택권에 대한 안내 못 받았다고 했다. 전화를 받았을 때 이미 수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전 씨는 “어차피 수리를 할 생각은 있었지만, 나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무작정 처리해 놓고 비용을 청구한 경우는 처음이다”며 “만약 수리할 생각이 없으니 입금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원래대로 돌려줄 것이냐?”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제이씨현시스템에 연락했다. 안철중 제이씨현시스템 사업2본부장은 “제이씨현온비즈는 자회사로 제이씨현시스템에서는 해당 기업의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제이씨현온비즈 대표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고 담당자 실수에 대해 고객과 통화해 사과 및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안철중 본부장에 따르면 제이씨현온비즈 내 원엑스플레이어 담당 부서는 지난 5월, 대대적 개편이 있었고 직원이 대거 변경됐다. 그 과정에서 제품 이해도가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이씨현온비즈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을 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데이터 초기화 관련 동의와 서비스 선택권 안내가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재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수리비 입금을 받았다?
황당한 일은 따로 있다. 수리 후 입금한 계좌가 제이씨현온비즈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 씨는 “입금한 후 확인하니 기업명이 아닌 개인 이름이 출력됐다. 처음에는 기업 대표 이름을 쓰나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확인하니 제이씨현온비즈 계좌는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제이씨현온비즈의 온라인몰에는 해당 기업의 법인 계좌번호가 등록되어 있다. 기업은행 계좌로 명의는 제이씨현온비즈다.
하지만 전 씨를 통해 확인한 입금 계좌에는 장모 씨의 이름과 국민은행 계좌가 등록되어 있었다. 안내받은 6만 원이 입금된 상태였다. 제이씨현온비즈 법인 계좌가 아니라 수리 담당자로 추정되는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받는다면 이는 직원의 횡령을 의심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안철중 본부장도 “현재 해당 사안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제이씨현온비즈 내부적으로 해당 직원을 불러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식 서비스센터는 수리 비용이 발생하면 기업 법인 계좌 혹은 위탁 서비스센터의 기업 계좌 등을 쓴다. 카드 사용이 가능한 곳도 있다. 만약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은 후 비용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법인 계좌가 아닐 경우, 한 번 의심해 봐야 한다.
휴대용 게이밍 PC 출시한 다른 브랜드는 어떻게 다루고 있나?
제이씨현온비즈의 휴대용 게이밍 PC 서비스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다른 수입사는 어떤 기준으로 사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또한 사설 수리점도 휴대용 게이밍 PC 제품을 어떻게 서비스하는지 물었다.
ROG 앨라이를 서비스하고 있는 에이수스는 노트북과 동일한 기준으로 수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다. 고객이 로얄클럽으로 현장 방문하면 유ㆍ무상 여부를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고 수리 선택권을 제공한다. 운영체제 재설치나 저장장치 문제로 데이터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고객을 상대로 사전 동의를 얻는다. 현장 방문은 서류로 동의를 구한다.
택배 혹은 서비스 대행을 이용한다면 담당자가 고객에게 전화해 상태를 안내하고 서비스 여부를 파악한다. 데이터 손실에 대한 동의도 통화 과정에서 진행된다.
클로를 서비스하는 엠에스아이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노트북과 동일한 기준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출시 시기가 오래된 제품이 아니지만 유상 처리가 이뤄질 경우 고객에게 고지 후 선택권을 제공한다. 데이터 손실 관련 동의도 함께 이뤄진다. 택배 접수 시 전화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같았다.
한 사설 수리점 대표는 “스팀덱 같은 제품은 아직 서비스 의뢰가 들어온 바 없지만, 수리 구조는 노트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트북은 수리 전 비용과 수리 결정 여부, 데이터 관련 고지 등은 반드시 하고 있다. 만약 휴대용 게이밍 PC 수리 의뢰가 있다면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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