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씨티에스 공급 애즈락 데스크미니 X600을 통해 알아본 시장 진단
PC를 좀 더 작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2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시도돼 왔다. 데스크톱 영역에서는 작은 케이스와 메인보드, 파워를 일체화해 적당한 성능과 크기의 CPU와 VGA 정도만 고르면 제법 쓸 만한 PC로 완성되는 베어본이 출시돼 왔다.
다만, 베어본은 하드웨어에 대한 선택이 제한되는데다 자꾸만 느려지는 성능, 조금만 사용하려고 하면 굉음을 내는 파워와 쿨러 등 상당한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들타워 케이스에 비해 명확한 장점을 가졌다 할 만큼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쉽사리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론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더 작은 PC도 시도됐다. UMPC로 불리는 초소형 핸드헬드 PC는 당시 기술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반도체의 한계와 최적화된 OS의 부재 등으로 결국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극한의 다운사이징, 이번엔 기회를 맞을까?
얼마 전, 컴퓨텍스 부스에서는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꽤 재미있는 제품이 하나 등장했다. 조텍의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던 조텍 게이밍존은 손으로 들고 다니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핸드헬드 게이밍 콘솔이다. 이미 출시돼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팀 덱을 비롯해 핸드헬드 게이밍 콘솔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여 년 전에 등장했던 UMPC와 현재의 휴대용 게이밍 콘솔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둘은 동일한 기기이다. 과거의 UMPC가 멀티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기기였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보면 두 기기 모두 극도로 소형화된 PC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베어본으로 대변돼 온 소형 PC 시장 역시 이제는 다시금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이보다 작은 핸드헬드 PC도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을 제공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면, 오히려 이보다는 크기의 여유가 있는 베어본 등의 기기 역시 새로운 중흥기를 맞을 시기가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환경적인 요인도 긍정적이다. 최근 PC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 역시 작고 저렴한 PC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주고 있는 느낌이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높아진 가격은 소비자에게는 그만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무르익은 기술, 무르익은 시장
이러한 시장 환경은 PC 시장의 양극화를 유발하고 있다.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메인스트림 이상의 하드웨어를 갖춘 PC는 이제 200만 원 선에서도 구매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높아졌다. 최근 PC 구매를 위해 견적을 내본 소비자라면 하드웨어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고성능 PC를 구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발전한 기술은 이제 저렴한 CPU와 적당한 메모리, NVMe 방식의 SSD 정도만 갖추어도 업무나 학습을 쾌적하게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다시금 베어본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장점은 또 있다. 과거의 베어본이 애매하게 작아진 크기 탓에 데스크톱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베어본은 모니터 뒤에 붙여놓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관리나 공간의 활용성에서 분명한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인보드로 유명한 애즈락이 출시한 데스크미니 X600 같은 제품이 바로 이런 트렌드의 현재형이다. 이런 타이니PC는 메인보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메인보드를 설계하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은 대단히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메인보드와 CPU 쿨러, 전력 공급을 위한 어댑터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GPU가 내장된 프로세서와 메모리, SSD만 선택하면 된다. 모니터 뒤에 붙여두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작을 뿐만 아니라, 학습이나 업무를 위한 PC로 넉넉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PC를 구성하는 것과 비교해 확연히 저렴한 구축 비용도 큰 장점이다.
AMD의 최신 라이젠 8000G/7000 시리즈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TDP가 65W를 넘지 않는 AMD의 GPU 내장 AM5 프로세서라면 어떤 제품이든 사용할 수 있으며, DDR5-6400+ 이상의 듀얼 채널 메모리를 지원해 동일한 프로세서를 장착한 데스크톱과 비교해 동일한 성능을 제공한다. PCIe 5.0을 지원하는 M.2 SSD를 장착하면 웬만한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빠른 성능의 타이니PC를 완성할 수 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은 PC는 여러 케이블을 연결하고 나면 오히려 케이블로 인한 불편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데스크미니 X600은 전력 공급을 어댑터로 대체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별도의 M.2 WiFi 모듈을 선택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무선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면 별도의 연결 없이 원하는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외부 기기를 위한 포트 구성도 충실하다. 최근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Type-C 포트를 지원하며, USB 2.0 포트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 포트 확장 킷을 별매로 구입해 확장할 수 있다. VESA 마운트를 이용해 모니터 등에 설치하면 공간 활용성도 배가된다.
AMD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출력 기능을 활용하면 3개의 모니터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HDMI, DP, D-SUB를 지원하므로 두 개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환경에도 능히 대응한다. D-SUB 연결이 최근 추세에 맞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듀얼 모니터까지는 무리 없이 확장이 가능하다.
# 필요한 건 다 갖춘 타이니PC, 시장이 반기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반갑지만, 가격이 높아지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크기까지 커지는 것은 역시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현재의 PC 시장은 고가의 게이밍 PC와 저렴한 업무·학습용 PC 시장으로 양극화되어가는 추세이다.
과거 80~100만 원 수준이면 구입이 가능했던 메인스트림 레벨의 PC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이제는 구매에 따르는 부담이 커졌다. 이때 필요한 기능만 쏙 빼내 저렴한 가격에 구성할 수 있는 PC가 있다면 이는 분명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데스크톱 PC를 구성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 확실히 장점으로 느껴질 만한 작은 크기. 성능 역시 데스크톱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만큼 보급형 PC 시장의 일부는 데스크미니 X600과 같은 타이니PC로 서서히 이전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작은 PC로 구성한다 해도 어느 용도로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타이니PC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관리 측면에서도 이미 조립된 반 본체에 필요한 것만 추가해 조립할 수 있다는 구성은 사후 유지보수 측면에서 많은 번거로움을 줄이는 강점이 된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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