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소비 이상의 가치와 경험으로 빛났다.
이탈리아의 찬란한 태양처럼.
패션의 거장들이 탄생한 곳
밀라노는 두말할 필요 없이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다. 프라다, 아르마니, 베르사체, 에트로 등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역사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고,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 오고 있다. 전 세계의 쇼퍼들에게 밀라노는 쇼핑의 성지인 셈이다. 진짜 현명한 쇼퍼들은 밀라노 시내 쇼핑에 만족하지 않는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96.5km, 차량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유럽 최대 규모의 아웃렛에 갈 수 있으니까. 앞에서 언급한 명품들과 함께 구찌, 살바토레 페라가모, 펜디 등을 비롯한 약 240개 브랜드를 50% 이상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Serravalle Designer Outlet)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문 앞 지도 표지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여 미리 점 찍어 둔 매장의 위치를 확인한 것이었다. ‘유럽 최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넓은 규모의 아웃렛에서 최적의 동선으로 최선의 쇼핑을 누려야 하겠다는 목표는 마치 즐거운 미션과도 같았다.
쇼핑은 섬세한 탐색과 발견
내가 이번 쇼핑에서 공략할 매장은 엘리자베타 프랑키, 산드로, 마쥬 등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이었다. 먼저 이탈리아 브랜드인 엘리자베타 프랑키 매장으로 향했다. 여행에서는 로컬 브랜드부터 둘러보는 것이 습관인데, 현지에서 사는 것이 가격이 가장 싸고, 상품의 폭도 다양해서다.
매장에 들어가서 다채로운 옷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즐거운 탐색을 하던 중 하늘거리는 드레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울 앞에서 몸에 대 보고, 입어 본 후에는 이미 머릿속에서 그 옷은 내 옷이 돼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옷은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비슷한 옷으로 셈했을 때의 가격도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첫 번째 매장에서 무턱대고 사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좀 더 신중한 선택을 위해 돌아서는 내게 매장 점원은 결정적인 한마디를 날렸다. “그 옷 딱 한 장 남았어요!”
모든 쇼퍼의 두 손을 들게 만드는 마법의 말, ‘딱 하나 남았어요’. 결국 그 옷은 내 손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들어선 매장들에도 마치 누군가 나를 위해 미리 준비라도 해 둔 것처럼 마음에 쏙 드는 옷들이 ‘어서 내게로 와요’라고 손짓했다. 어느새 손에는 다섯 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두어 시간의 탐색전을 통해 얻어 낸 결과물들을 끌어안으면서 다시 한번 만족감이 차올랐다.
소비가 아닌 새로운 체험
쇼핑을 다니는 동안 깜짝 놀라거나 눈길이 간 풍경이나 시설도 많았다.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 파스텔톤 벽면으로 된 고풍스러운 건축 디자인의 아웃렛 건물들은 조용한 소도시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큰 건물들은 회랑이 이어지거나 탑이 올라선 형태여서 웅장한 멋을 더했다. 중앙부의 초대형 분수는 연못을 연상케 할 만큼 넓어서,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재미가 뛰어났다.
골목처럼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간혹 하네스를 멘 강아지들이 견주와 함께 매장들을 드나드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반려동물을 위한 식수대와 배변 봉투까지 마련돼 있어서 꼼꼼한 배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다른 손님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그 제품이 담긴 쇼핑백을 매장에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일이 무겁게 손에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모든 쇼핑이 끝난 후 게스트 인포메이션에서 한번에 받아 가는 ‘핸즈프리 쇼핑 서비스’라는 매장 직원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곳에서는 쇼핑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새로운 체험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냥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얻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다음에 오게 되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누려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벌써 다음 밀라노행 항공권을 그려 볼 정도로.
Shopping News
1. 이탈리아는 2024년 2월부터 택스 리펀 혜택에 적용되는 최소 구매 금액을 대폭 낮추었다. 기존의 154.94유로에서 70유로로 무려 55%를 인하했다. 하나의 숍에서 최소 금액을 구매해야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아웃렛은 하나의 매장이므로 여러 숍에서 구매한 것을 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게다가 세라발레 아웃렛은 내부에 택스 리펀 오피스까지 있다. 쇼핑 중에 숍에서 택스 리펀 서류를 받아 두었다가, 마지막에 택스 리펀 오피스에 여권과 신용 카드를 함께 제시하면 처리를 도와 준다.
2. 신규 서비스인 ‘프라이빗 교통 서비스(Private Transfer)’에도 주목하자. 호텔에서 세라발레 아웃렛까지 럭셔리 미니밴으로 픽업, VIP 게스트 라운지 사용권, 아웃렛 가격에서 추가 10% 할인되는 카드인 패션 패스포트, 양손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핸즈프리 쇼핑 등의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쾌적한 휴게 룸, 샤워 룸과 선별된 식음료가 준비돼 있는 VIP 게스트 라운지 이용은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가격은 80유료다.
Shopping Tips
1. 정문 앞 지도 표지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매장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지도가 떠서 원하는 매장의 위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2. 표지판 맞은편의 게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전체 지도, 추가 세일, 시즌 할인 등의 정보를 문의하거나, QR 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0% 추가 할인이 되는 패션 패스포트를 챙기도록 하자. 할인이 적용되는 브랜드와 품목이 정해져 있으며, 사용 가능 여부는 각각의 숍에서 확인하면 된다.
3. 쇼핑 내내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 맡겼다가 마지막에 게스트 서비스에서 한번에 수령할 수 있는 핸즈프리 쇼핑 서비스도 고려해 볼 것. 게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가격은 9시간 기준 10유로다.
4. 식음료 매장은 2024년 7월 기준으로 11개 업장이 들어서 있다. 다채로운 이탈리아 요리와 커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이탈리’, 명성 높은 스위스 초콜릿 기업의 초콜릿 음료와 디저트가 있는 ‘린트’, 다양한 퓨전 아시아 요리와 김치 덕분에 인기가 높은 ‘와가마마’ 등을 추천한다.
5. 밀라노 시내에서 아웃렛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탑승 장소와 운행 시간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예약도 가능하다. 가격은 성인 기준 25유로.
6.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위해 ‘플레이 랜드’도 마련돼 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베이비 파크, 시원한 물놀이 시설인 아쿠아 파크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이용 방법과 시간 및 가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7. 아웃렛 내의 모든 매장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며, 야외 곳곳에 반려동물 전용 식수대와 배변 봉투도 마련돼 있다.
화이트 와인의 고장 ‘가비’
밀라노 근교를 찾는 여행자의 주요 부류가 쇼퍼들이라면, 또 하나의 큰 부류는 와인 애호가들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있는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다. 그 안에서도 가비(Gavi) 지역이 특히 세라발레 아웃렛에서 가깝다. 지명과 동일한 가비라는 품종을 비롯한 몇 가지 품종의 포도로 만든, 무게감과 살집이 있고 산미와 섬세함까지 살아 있는 화이트 와인이 나오는 곳이다.
세라발레 아웃렛에서 서쪽으로 5.2km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빌라 스파리나(Villa Sparina) 와이너리는 레스토랑과 호텔까지 갖추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른 아침 방문해 먼저 이곳만의 매력 중 하나인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다. 함께 참가한 사람들과 파스타의 일종인 뇨끼에 이어, 티라미수 케이크도 만들었다. 감자와 밀가루 반죽을 빚은 뒤 뇨끼 특유의 모양대로 자르고, 크림과 마스카포네 치즈, 커피에 적신 쿠키를 차곡차곡 쌓아 오븐에 구우면서 모두들 즐거워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 후에는 와이너리 지하 셀러 투어를 하면서 발효, 숙성, 저장을 통해 와인이 완성돼 가는 과정을 살펴본 후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여행은 시각은 물론이고 후각, 미각, 촉각까지 모든 감각으로 맛보는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좀 더 북쪽에 있는 까시나 비네(Cascina Bine)에서 맞이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해가 저물기 시작한 포도밭 한가운데에는 근사한 디너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디바가 바이올린 연주와 노래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긴 테이블에 앉아서 요리와 와인, 석양, 바람, 노래와 연주, 풀숲의 향기까지 모두 누렸다. 몇몇은 그 낭만에 취해서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머물며 그럴 것처럼.
ACCOMMODATION
우체국의 럭셔리한 변신
로칸다 라 라이아 Locanda La Raia
한때 여행자를 위한 우체국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다. 파스텔 그린의 건물 내부에는 17세기의 고가구와 미술품이 남아 있으며, 밖으로는 예쁘게 정돈된 정원, 다양한 식물이 숨 쉬는 들판, 너른 포도밭이 펼쳐진다.
TRAVEL SPOT
명소들이 넘쳐나는 밀라노
밀라노 시내의 대표적인 명소로는 대성당인 ‘밀라노 두오모’와 유리로 덮인 19세기 아케이드로 된 쇼핑몰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를 꼽을 수 있다. 밀라노 외곽에서는 현지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노비 리구레(Novi Ligure) 마을을 추천한다. ‘마리아노 델레피아네(Mariano Dellepiane)’ 광장, ‘산타 마리아 마조레(Santa Maria Maggiore) 성당’, ‘로무알도 마렌코 극장(Teatro Romualdo Marenco)’ 등을 따라 한 바퀴 산책하면 좋다.
글 나보영 사진 나보영,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