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거익선(巨巨益善)에 역행 초소형 PC
계속된 불경기에 새로운 주자로 부상
100만원 미만 ASRock DeskMini X600이 대표적!
나는 한국인이다. 유독 큰 것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성향에 작은 PC가 어울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꽤나 잘 어울린다. 물론 초미니 PC라고 해서 가격까지 초저렴하지는 않다. 비슷한 사양의 중대형 PC보다 비쌀 수 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과시욕을 한껏 뽐내기에는 내 주머니 사정이 별로다. 그럼에도 당장은 카드 할부 신공에 기대어 본다. 어차피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나일 뿐이니까. 마침 주요 카드사는 최대 12개월 할부라는 초유의 혜택을 제공해 우리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어차피 가격 가지고 고민해봐야 결국 사야 할 제품은 사게 된다. 망설임은 배송만 늦춘다는 점을 간파한 전략이다.
▲ 24년 7월 기준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초미니PC 5종, 이중 게임까지 제대로 즐기려 한다면 ASRock DeskMini X600이 하드웨어 기준, 가장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작고 가벼운 PC가 내 생활 속에 들어올 때 과연 어떤 제품이 좋을까. 주요 제품 5종을 뽑아 소개해 본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부분이 케이스를 중심으로 메인보드 정도만 확정지은 베어본 형태라 몇몇 스펙이 세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 레노버 아이디어센터 Mini 01IRH8 48KA
손바닥 위에 올려진 레노버 아이디어센터 미니 01IRH8을 본 사용자는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반문할지도 모른다. 흔히 사람들은 크기가 작으면 성능이 떨어질 거라 짐작한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근거 있는 말이다. 자동차가 아무리 발전해도 기차만큼의 힘을 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전자가 회로를 빛의 속도로 달리는 ICT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들고 다니는 현대 스마트폰의 연산 능력은 수십 년 전 큰 방 하나를 가득 채우던 슈퍼컴퓨터를 넘어선다. 그 당시 최첨단 항공기를 설계하고, 탄도미사일의 궤도를 계산하며, 수백만 고객의 금융 정보를 처리할 만큼의 엄청난 능력이 이제는 손바닥 위에서 오로지 내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공간 절약형 초소형 고성능 데스크탑 PC'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고작 1.8킬로그램의 가벼운 무게와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연산 능력이 숨겨져 있다.
13세대 인텔 i5-13420H의 능력은 8코어 12쓰레드로 묵직한 파워를 자랑한다. 여기에 16GB DDR4 메모리와 256GB M.2 SSD가 결합되어 일상적인 쓰임새에서는 못할 게 없다. 사무 업무, 웹 검색, 캐주얼 게임은 물론 멀티미디어 감상, 영상 편집, 콘텐츠 제작까지 모두 가능하다.
확장성도 좋아서 썬더볼트4, USB 3.2 Gen2, 마이크, 이어폰 단자, HDMI, DP 단자까지 전부 갖췄다. 거추장스러운 유선 네트워크 연결이 싫다면 내장된 무선랜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여기에 '레노버'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까지 첨가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그만한 가치를 한다. 일상 PC 생활 속에서 더 가볍고 작지만 성능까지 추구할 수 있다면 저렴한 편일 것이다.
2. ASRock DeskMini X600 120W M.2 대원씨티에스
ASRock DeskMini X600. 출시된 지 한 2개월된 녀석이다.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초미니 PC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멀리서 보면 그냥 평범한 녀석인데 막상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만져보고 자주 볼수록 좋아진다. 볼매란 말처럼 묘한 매력이 담겨 있다. 그동안 존재감을 크게 강조하는 빅 미들 타워형만 보던 눈에는 작고 귀여운 검은 고양이 같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반사적으로 PC를 켠다. 세로로 서 있는 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듯 전면 위쪽 전원버튼을 누르면 그 옆에 있는 LED 두개가 번쩍 눈을 뜬다. 어쩐지 아래쪽에 연결된 USB 3.2Gen 타입 포트에 연결된 케이블을 앞발처럼 잡아주고 싶은 기분까지 든다. 모니터 화면이 뜨면 포털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유튜브를 통해 뉴욕 증시와 주요 경제 뉴스 브리핑을 듣고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소식을 접한다.
나에게 PC는 하루를 여는 뉴스페이퍼이고 브로드캐스트이며 매거진이다.
그 과정에서 ASRock DeskMini X600은 빅 미들 타워가 주는 위압감을 전혀 주지 않는다. 마녀의 귀여운 시종, 혹은 연금술사의 반려동물처럼 얼러주듯 깨워 필요한 정보를 묻고 대답을 듣는 존재에 가깝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AMD 라이젠 라파엘 9 CPU를 통해 고성능이 필요한 콘텐츠 제작, 게임,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다양한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책상 위에서 작은 공간만 차지하며, 소리도 거의 내지 않는 이 제품은 편리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럼에도 책상 위에서 아주 작은 공간만 차지한 채 소리도 별로 안내며 작게 그르렁대는 이 녀석은 그저 귀여울 뿐 어떤 부담감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당연히 불편함도 주지 않는다. 작은 것은 단지 크기일 뿐, 깔끔하고 귀여운 전면에는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앞발처럼 준비됐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 것 같은 뒷면에는 다양한 모니터, 인터넷, 전원, 확장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충분히 붙어있다. 정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귀여운 녀석이다.
얼마전까지는 사용자가 이미 나와 있는 PC에 자기 생활을 맞춰갈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제품 종류도 많지 않았고 초창기라 기술발전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자기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이 나와있고 기술 성숙기라 제품 교체 주기가 그렇게 빠를 필요도 없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생활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일상속에서 경쾌하게 PC라이프를 즐기려는 타입에게 ASRock DeskMini X600는 마치 슬그머니 어제부터 들어온 반려 고양이처럼 언제든 책상 위에서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3. DELL 옵티플렉스 7020 MFF i5-14500T
1980년대, 일본 가전제품이 전세계를 석권한 비결로 꼽힌 건 경박단소. 기존 제품을 훨씬 가볍고 얇고 짧고 작게 만들면서 시작된 포터블화가 열풍처럼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미국 거리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미국인이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를 어깨에 메고 다닐 때, 일본에서는 가볍게 손에 들고 다니는 워크맨이 등장했다. 이후 모든 젋은이들에게 워크맨은 새로운 문화코드가 됐다. 그만큼 작고 가볍다는 건 강력한 매력과 영향력을 주는 요소다.
DELL 옵티플렉스 마이크로 7020는 배치가 자유로운 비즈니스용 PC를 내세운다. 근손실, 아니 성능손실도 없이 엄청난 감량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면서 말이다. 델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30년 동안 축적된 비즈니스 브랜드는 이럴 때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크기가 아무리 줄어도 델이라는 회사에서 고객이 쓸 수 없는 수준의 물건을 만들 리 없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신 1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확장가능한 DDR5 메모리, SSD를 위한 M.2 NVMe 슬롯 두 개를 통해 충분한 성능과 확장성도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충분히 맞춰줄 수 있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안정적인 제품을 만들며 보안 솔루션까지 얹어서 출시할 수 있다. 사무용이지만 작고 가벼운 PC가 필요하다면 눈에 딱 들어올 수 밖에 없다.
특히 DELL 옵티플렉스 마이크로 7020에서 '작업 공간을 빼앗지 않는 설계'라는 부분을 주목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연필길이라는 높이 180밀리미터, 얇게 만든 케이스, 충분히 제공되는 성능이라는 걸 살펴보더라도 책상 위 어딘가를 일정부분 차지할 텐데 공간을 빼앗지 않을 수 있나? 하고 보는데 설명을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작은 케이스 자체에 마운팅 옵션을 주어서 모니터 뒤쪽에 붙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치 아이맥처럼 모니터와 하나가 되니 따로 차지하는 공간은 전혀 없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발상만 전환했는데 매우 괜찮은 결과가 나온다. 사무용으로서의 실용성과 함께 극한의 공간절약이란 두 마리 토끼는 이렇게 잡혔다. 단순히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을 넘어선 이런 변화에 동참해보고 싶다면 이 제품이 적격이 아닐까.
4. ASUS ExpertCenter PN64-S5505AD
형태가 내용을 만들까. 아니면 내용이 형태를 구성할까. 아주 옛날부터 나온 철학적인 고민이지만 명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 굳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면 '내용을 반영해 형태를 만들지만 형태를 변화시켜 내용을 바꾼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간은 두 바퀴로 가능한 멀리 편하게 가려고 자전거란 전형적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그 자전거를 접을 수 있게 변화시켜서는 들고 싣고 다니는 도구로 바꿨다. 어쩌면 초미니PC 역시 이런 흐름에 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단지 작게 만들었을 뿐인데, 나중에는 작은 형태를 통해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누가 초미니PC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우선 그 사람이 생활 속에서 뭘 가장 중시하는 지 물어볼 것이다. 만일 PC라는 형태가 생활 속에 없다면 전혀 PC스럽지 않은 이 제품을 제안해 볼 수 있겠다. 그만큼 ASUS ExpertCenter PN64는 한없이 셋탑박스에 가깝다. 일반적인 PC에서 연상되는 타워 형태가 아니다. 가만히 놓고 보면 오디오 컴퍼넌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 설계 아키텍처라는 자신만만만 문구 안쪽으로 13세대 인텔 코어 i5, i7 까지 탑재 가능한 성능을 품었다.
인텔 내장그래픽을 통해 4K 디스플레이 4개를 동시에 쓸 수 있고, 최대 2개의 SSD 혹은 HDD를 탑재 가능하다. 초고속 2.5Gbps 유선 네트워크와 와이파이6 무선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심지어 엄격한 밀리터리 레벨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극한의 온도, 습도, 충격과 진동이 가해지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작동한다. 공주님처럼 귀하게 모시며 살아야 하는 장치가 아니라 어떤 곳에 툭 던져놓아도 묵묵히 제 할일을 다 해주는 성실함까지 갖췄다. PC를 위한 생활이 아니라 생활을 위한 PC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형태부터 시작해 성능까지 모든 면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신경도 쓰지 않게 해주는 이 제품을 써보기 바란다.
5. MSI Cubi N100 ADL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 우리는 편리해진 현대를 살면서도 다시 불편해진 IT생활에 당혹해하고 있었다. 직장인 한명이 통화를 위한 휴대폰, 긴급호출을 위한 삐삐, 영어공부를 위한 전자사전, 음악 감상을 위한 MP3플레이어, 휴대용 게임기와 보조 배터리까지 챙겨 나오면서 '이거 편리해진 거 맞죠?'라고 반문하던 개그만화를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다. 편리하다는 말이 결코 전체 무게가 가볍다거나, 전체 부피가 작다는 의미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 그건 잊을 만하면 지금도 가끔 상기되는 교훈이다.
보통 생활 속에서 PC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커다랗고 묵직한 직사각형 케이스를 향해 다가가 전원 스위치를 올리면 소음을 내며 냉각팬이 돌고 큰 전력이 소모를 알린다. 파워서플라이 뒤쪽에서는 뜨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모니터를 켜고 사용하는 내내 PC는 사용자에게 자기가 상당히 큰 대가를 치르며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한다.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놓아야 사용자는 전기요금을 아끼고, 열도 안나며, 거슬리는 소음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MSI Cubi N100 ADL은 꽉찬 직사각형 박스 안에 저전력 저발열 저소음의 PC 한 대를 담았다. 업무와 생활 양쪽을 통틀어 이 제품이 주는 큰 매력은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켜놓아도 전력 소모가 적으니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끄지 않고 갔다가 와서 바로 쓰면 된다. 열이 적게 나오니 더운 여름에도 부담이 없고, 소음이 적기에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 제품을 통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의미다.
성능도 크게 모자라지는 않는다. 인텔 N100 CPU는 4코어의 4쓰레드의 처리능력과 4K UHD그래픽 능력을 제공한다. HDMI, DP, USB 타입C 단자를 통한 트리플 모니터와 듀얼 인터넷을 지원한다. 최신 썬더볼트 규격까지 지원하는 USB 3.2 Gen2 를 통한 외부 기기 연결은 10Gb/s의 대역폭을 자랑한다. 커버만 분해하면 메모리, SSD, HDD 등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다.
그만큼 유지보수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작은 크기로 인해 모니터나 다른 장치 뒷면에 붙여서 완전히 공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한 베사마운트까지도 지원한다. 동급 제품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지만 데스크탑 PC수준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그저 강력한 성능과 범용성만 쫓다가 정작 나에게 필요한 편리함은 놓쳐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는 진정한 '현대인'에게 주어진 좋은 선택지다.
By 안병도 에디터 Byeongdo.An@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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