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9000 시리즈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됐다.
IPC 개선 두 자리수 라는 놀랄 만한 떡밥으로 게이머들과 PC 사용자의 마음을 설래였던 ZEN5 마이크로아키텍처의 첫 번째 라이젠 9000 시리즈가 드디어 평가대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어제 밤 일제히 공개된 리뷰 기사들을 통해 소비자의 평가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오늘은 라이젠 9000 시리즈에 대한 평가들이 어떠했는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 IPC 16% 개선했다더니 다 어디갔나?
라이젠 9000 시리즈의 기대감은 IPC 개선 수치에 있었다. 두 자리 수 개선, 그것도 16%라니 클럭빨로 대충 때운 그런 세대 교체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AMD가 공개한 ZEN5 아키텍처 구조만 봐도 이러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CPU 코어의 특정 파트만 개선한 것도 아니고 디코드 부터 분기 예측 라인에 Op Cache와 실제 계산 유닛에 전달되는 모든 라인이 다 확장됐고 AVX512가 모든 단계에서 한 사이클에 전달되고 처리될 수 있게 만들어져 이러한 기대감을 뒷받침 했다.
하지만, 어제 공개된 라이젠 9700X와 9600X는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해 보인다.
▲ ANANDTECH 리뷰 총평 중
단일 스레드를 처리하는 조건에선 IPC 개선을 넘어선 성능이 확인되기도 했지만 멀티 스레드로 전환된 작업에선 그렇게 인상적인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로드가 심하지 않은 조건들, 그러니까 가벼운 오피스 작업이나 일상 작업에선 단일 코어 성능이 높은 라이젠 9000 시리즈의 체감 성능이 훨씬 우월하겠지만 전반적인 모든 작업에서 큰 폭의 성능 향상을 기대해 왔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라이젠 9000 시리즈를 리뷰한 ANANDTECH이나 Techpowerup 뿐만 아니라 많은 매체들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전력 제한이다.
■ 인텔 못지 않던 온도 잡았지만..
▲ Techpowerup CPU 온도 테스트 결과 중
인텔은 원래 그랬지만 AMD까지 그럴꺼라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CPU 온도 말이다.
라이젠 7000 시리즈 온도가 90도에 육박하는 걸 보며 AMD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라이젠 9000 시리즈 온도는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Techpowerup 데이터만 봐도 7700X에서 89.3도였던 것이 9700X로 오며 59.1도로 크게 개선됐다. 2열 수냉으로도 70도 이하 안정적인 온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공냉으로도 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성능에 대한 실망감을 온도에서 만회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꼼수(?)가 존재한다.
Techpowerup과 Computerbase 그리고 몇몇 외신에서 확인한 결과 라이젠 9700X와 9600X의 전력 제한 기준은 80W였다. 아무리 많은 작업을 처리하려고 해도 80W가 넘어가면 클럭을 낮추거나 부하를 줄이게 만든 것이다.
그에 비해 7700X와 7600X는 135W와 102W까지 전력을 소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온도 차이가 발생했고 AMD는 이러한 점을 활용해 라이젠 9700X와 9600X의 온도를 낮춘 것이다.
라이젠 9700X와 9600X의 전력 제한을 PBO로 풀어버리면 59.1도 였던 CPU 온도가 95도까지 상승한다고 Techpowerup 자료에 나와있다. 녹투아 NH-D15를 사용한 공냉 환경이라서 AIO 수냉을 사용하면 90도는 넘지 않겠지만 전력 제한으로 온도를 낮췄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 AMD는 온도와 소비전력을 선택했다
PBO로 전력 제한을 풀면 성능도 개선된다. Techpowerup에 따르면 5.1% 수준이던 씨네벤치 2024 멀티 스레드 테스트가 15.6%까지 증가했고 미디어 인코딩과 AI 머신러닝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물론, 사이언스 시물레이션이나 파일 압축, 게임 처럼 효과가 거의 없는 작업들도 있어 전력 제한을 높여봤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AMD가 전력 제한을 전세대 기준으로 유지하는 건 모험이나 다름 없는데 그래서 전력 제한을 낮추고 온도를 낮춰 전성비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차피 전력 제한을 풀수 없는 것도 아니니 PBO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서도 이런 선택은 나쁘지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무언가 트릭을 쓴 것 같아 찜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라이젠 9000 시리즈, 가격 내렸지만 현실은..
어제 공개된 가격은 AMD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젠 7000 시리즈 초기 출고가 보다 20~50달러 낮게 책정했으니 그렇게 눈치 볼일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책정한 가격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라이젠 9000 시리즈를 리뷰한 외신들 반응이다.
라이젠 9700X와 9600X의 기본 사양 성능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세대나 경쟁 제품이 더 나은 가격이나 성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은 다르겠지만 9700X 보더라도 게임에서 더 나은 7800X3D가 겨우 10달러 차이일 뿐이고 모든 조건에서 나은 14700K도 20달러 차이면 선택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7700X도 290달러면 살 수 있는 상황이라 성능 차이를 고려하면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이란 평가도 있다.
아직 실제 판매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생각보다 저렴할 수도 있겠지만 라이젠 7000 시리즈의 출시 초기 가격을 생각하면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800 시리즈 칩셋, 기다릴 필요 없다
아쉽게도 이번엔 800 시리즈 칩셋이 등장하지 않았다. 라이젠 9000 시리즈와 짝을 이룰 800 시리즈 칩셋과 이를 탑재한 메인보드는 9월에나 출시된다는 것이 외신들 설명이라서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신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9월까지 기다려서 8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선택하거나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600 시리즈로 만족해야 하는데 몇몇 외신에서 공개한 자료만 보면 굳이 9월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600 시리즈와 800 시리즈 칩셋은 사실 상 같다. 재활용이라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최상위 모델인 X870E와 X670E만 비교해도 USB 4.0이 기본으로 추가된 걸 빼면 다른 사양은 모두 동일하다. PCIe Lane 구성이나 SATA 포트 구성 등 다른 것이 없고 딱 USB 4.0만 기본이라는 차이가 있다.
USB 4.0이 꼭 필요하다면야 800 시리즈 칩셋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6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도 서드 파티 컨트롤러를 이용한 기술 구현은 된 상태라서 꼭 800 시리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가성비만 따진다면 600 시리즈가 더 낫다.
기사원문 : https://kbench.com/?q=node/258906 Copyrightⓒ kbe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