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몰디브가 파도칠 수 있도록.
그런 몰디브로 가면 될 일이다
허니문 아니고 혼자 간다. 승진 안 했고 상여금 안 나왔다. 개인적인 경사도 없고 로또도 안 됐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불현듯 꺼낸 한마디가 이 모든 대답의 화근이었다. “저 내일 몰디브로 혼자 여행 갑니다.” 장작 1시간에 걸친 공방전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잘 지내고 있는 아내와 불화가 생긴 남편으로 몰아가더니, 어느덧 두 번째 허니문이 아니겠냐는 의심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몰디브가 뭐길래.
애틋한 사랑 없인 절대 결심할 수 없는 곳이 몰디브란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에게만 허락되는 성역의 여행지.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지갑에서 돈이 쏟아질까 걱정되고 맥주보단 샴페인, 잠옷보단 가운, 민소매보단 셔츠가 어울리는 곳. 일생일대 특별한 이벤트로 기억될 여권 속 단 한 번의 도장이 바로 몰디브란다. 이런 맥락에서 뜬금없이 몰디브로 혼자 여행을 가겠다는 나의 발언은, 어쩌면 가방이 필요해 명품관에 가야겠다는 소리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 자랑과 과시, 그 어디쯤에서 느껴지는 사치와 은은한 여유. 속된 말로 정말 재수 없어 보였을 거다. 아니 도대체 몰디브가 뭐길래.
몰디브는 모든 커플의 환상과 사치를 품은 여행지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세상 그 어디에도 엘도라도는 없다. 특별하고 값비싼 건 몰디브가 아니라 몰디브로 떠나는 이들의 계기와 상황뿐이다. 수치만큼 확실한 게 없으니까 천천히 따져 보자. 인도와 스리랑카의 남서쪽에 있는 1,192개의 섬을 전부 몰디브라고 부른다. 이 섬들은 인도양의 중심으로부터 871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데, 섬마다 환경이 전부 다르다. 어떤 섬은 바나나와 코코넛을 기르는 농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어떤 섬에는 작은 원주민 마을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또 어떤 섬은 섬 전체가 리조트로 꾸며져 있는데, 1,192개의 몰디브 중 고급 리조트가 들어선 섬은 약 100여 개에 이른다. 이 수치를 확률로 환산하면 몰디브는 대략 8.3%의 확률로 비싼 여행지란 결론이다. 완벽한 수치는 아니고, 계산이 그렇다는 소리다. 어쨌든 확률의 요지는 이거다. 몰디브도 여느 휴양지와 같다는 사실. 오키나와, 사이판, 괌, 다낭처럼 혼자 가도 된다. 맥주를 마셔도 되고, 민소매를 입어도 된다. 애써 지갑에 힘을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당신이 가벼운 몰디브를 바란다면 그런 몰디브로 여행 가면 될 일이니까.
Avani + Fares Maldives Resort Minor Hotels
몰디브에 가면 지구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떤 형태의 예술도 그 바탕에 이 바다를 한 번쯤은 담았을 것이다. 바다 밑에는 어항을 벗어나 고유의 색으로 빛나는 산호와 물고기가 살아간다. 바다 위에는 물새가 자유로이 비행한다. 그래서 몰디브에 가면, 이따금 지상에 갇힌 사람의 무게에 대해 실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푸른색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인 세상인데 후기는 극과 극이다. 몰디브가 좋았다는 사람 반, 할 게 하나도 없다는 사람 반. 몰디브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이동의 제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섬이 하나의 리조트라서, 리조트 이외에 모든 곳은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 한다. 수상비행기는 생각보다 비싸고 개인 보트 역시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몰디브 여행이란 어디서 머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여행의 질을 100% 좌우한다. 몰디브 리조트는 십만원대부터 수천만원까지 다양한 가격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오로지 휴양이 목적이라면 비싸면 비쌀수록 만족할 확률이 높다. 반면 합리적인 여행이 목적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무작정 저렴한 리조트를 찾아가면 된다는 미련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 여행자가 몰디브의 가벼움을 위해 찾아야 할 곳은 ‘좋은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룸 타입’이다.
‘아바니 플러스 파레스 몰디브 리조트’를 다녀왔다. 오픈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따끈따끈한 신상 리조트다. ‘아바니 플러스’는 마이너 그룹에 속해 있는 리조트 브랜드인데 스타일리시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참고로 이곳은 몰디브에 들어선 첫 번째 ‘아바니 플러스’다. 총 17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고 룸 타입을 촘촘히 세분화했다. 전통적인 몰디브 리조트의 룸 타입은 크게 2개로 나뉜다. 해변에 위치하는 비치빌라와 라군에 위치하는 워터빌라. 이곳은 비치 파빌리온 객실을 새롭게 만들어 소규모 여행자부터 대가족 혹은 그룹 여행객을 위한 객실을 선보였다. 압권은 파빌리온 타입 2층에 자리한 호텔형 객실이다. 빌라 타입에 비해 독립성은 떨어지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리조트의 하드웨어를 누릴 수 있다. 몰디브는 여행 시기에 따라 가격이 매우 유동적이다 보니 정확한 금액을 명시하긴 어렵지만, 비수기 기준 동남아시아 여느 휴양지 리조트와 비슷한 가격에 눈을 비볐던 기억이다. 내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몰디브는 정확히 이런 곳이다.
환초(Atoll)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환초는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산호섬의 집합이다. 아바니 플러스 몰디브 리조트를 예로 들면, 이곳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바아 환초’ 안에 있는 파레스(Fares) 섬에 위치한 리조트다. 몰디브는 모래를 바닥에서 퍼 올려 인공으로 만든 섬과 자연적으로 생긴 섬이 있다. 파레스 섬은 과거 바나나를 재배하던 농장으로 사용되었던 자연섬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실제로 과일박쥐가 이 섬에서 자생한다. 정확한 명칭은 인도날여우박쥐, 세계에서 가장 큰 박쥐 중 하나로 망고와 바나나, 꽃이 있는 곳에서만 살고 잘 익은 과일을 으깨 먹은 뒤 씨를 땅에 뱉는 습성이 있다. 섬 곳곳에 과일 씨앗을 퍼트려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이다. 아바니 플러스의 모래사장에는 신기하리만큼 여러 종류의 넝쿨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게 다 과일박쥐의 작품이다. 풀이 많으니 숨을 곳이 많고, 그 사이사이에서 크고 작은 도마뱀들이 살아간다. 호흡하는 섬이다.
살아 숨 쉬는 건 파레스의 숲뿐만이 아니다. 리조트 주변으로 총 12개의 다이빙 장소가 있는데 그중 해안에서 220m 정도 떨어진 하우스 리프와 600m 정도 떨어진 파레스 리프가 스노클링 명소로 꼽힌다. 몰디브의 바다를 여행할 때 명심해야 할 것. 겉으로 봤을 때 물색이 아름다워 보이는 곳에는 모래와 산호 조각이 섞여 있을 뿐이다. 겉에서 어둑어둑하고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바다, 그곳에 산호가 있다. 물고기는 산호가 있는 곳에서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 몸 흠뻑 적시며 빠져 놀기에는 못생긴 바다가 진국이다.
이렇게 몰디브에서 자고 노는 것은 가볍게 해결했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무거운 문제가 무엇인가. 먹는 것, 사실 이게 제일 간단한 문제다. 리조트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될 일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리조트 레스토랑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역시 가격인데, 아무래도 몰디브는 섬 여행지 특성상 재료 단가가 기본적으로 높고, 주문할 때마다 부가세가 별도로 붙는다. 이런 여행객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조트에서는 다양한 ‘밀 타입’ 선택지를 제공한다. 밀 타입은 리조트의 식사 시스템을 뜻하는데, 크게 기본형과 하프보드, 풀보드로 구분된다. 가장 기본형은 보통 조식만 포함되고, 하프보드는 조식과 석식, 풀보드는 모든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음료를 포함하는 밀 타입도 있고, 주류를 포함하는 밀 타입도 있으니 선택은 오롯이 여행자의 몫이다.
아바니 플러스 파레스에는 무려 7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메인 레스토랑인 ‘오션 테라스(Ocean Terrace)’와 풀 사이드 바인 ‘스킵잭(Skipjack)’에서는 파스타, 샌드위치, 타파스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오션 테라스 옆쪽에 위치하는 ‘차콜(Charcoal)’에서는 그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로비 뒤편에 있는 ‘해먹(Hammock)’은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다. ‘트라이브(Tribe)’와 ‘스머글러스 섹(Smuggler’s Shack)’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참고로 아바니 플러스는 몰디브에서 가장 다양한 럼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리조트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대부분 리조트의 미니 농장에서 조달한 유기농 농산물이고 해산물의 경우 당일 잡은 현지의 생선을 주로 사용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몰디브 최초의 어린이 전용 레스토랑, ‘쁘띠 비스트로(Petit Bistro)’도 좋은 선택지다.
몰디브 여행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바다와 낭만을 기사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고하고 여유로운 표현들을 마음껏 써가면서 말이다. 샴페인을 마시며 바라본 몰디브의 그믐달, 선베드에 누워 느낀 야자수의 리듬, 모히또의 명쾌함에 대해. 그런데 다녀와서 보니 알겠다. 바다를 고민하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몰디브를 기념이 아닌 여행으로 인식하기 위한 가벼움이다. 그 가벼움의 시작으로 아바니 플러스 파레스 몰디브 리조트를 선택하면 되겠다. 아름다운 몰디브의 바다가 우리 삶에서 파도칠 수 있도록.
Editor’s Pick
아바니 스파, 비노 테라피
별표 세 개, 밑줄 쫙. 최근 ‘비노 테라피(Vino Therapy)’가 인기다. 비노 테라피는 ‘와인 스파’라고도 불린다. 포도밭에서 일하는 이들과 와인 주조사들은 대체로 얼굴과 손에 주름이 없고 안색이 맑다. 그 이유가 바로 포도와 와인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이란 성분 때문인데, 최근 이 성분이 피부 노화 방지 및 미용에 탁월하다는 효과가 차례로 입증되며 보디케어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바니 스파는 비노 테라피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진토닉, 샴페인, 와인 등 다양한 주종의 향을 마사지에 사용하는 캔들에 첨가한 것이다. 마사지는 불이 붙은 캔들에서 떨어지는 촛농을 베이스로 하는데, 오일과 로션 사이의 질감이다. 전혀 뜨겁지 않고 따뜻하고 꾸덕한 알로에 젤을 전신에 펴 바르는 느낌이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다양한 주종의 향기에 취해 잠이 든다. 숙취는 없다.
*강화송 기자의 호소문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강화송 기자의 휴식 호소문. 어떻게 하면 호텔에서 좀 더 뒹굴 수 있을까. 기자 생활 내내 고민 끝에 찾은 단 하나의 돌파구. 1년 365일 쉬고 싶은 그가 선택한 세계 곳곳의 호텔 소개문.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Avani+ Fares Maldives Resort, 해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