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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페수스를 지속시키는 힘

2024.08.12. 1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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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는 방대한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의 유적을 보유한 나라다. 성경과 역사서로 익숙한 많은 지명이 여전히 튀르키예의 행정 지명으로 남아 있다. 소멸해 버린 제국과 도시. 그 이후를 가늠할 지표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켜켜이, 층층이, 알알이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 흑해와 마르마라해의 풍경이 에게해로 바뀌는 순간 비행기는 튀르키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이즈미르(Izmir)에 착륙했다. 여전한 기내식의 포만감을 안고 향한 곳은 중소 도시 셀축(Selcuk)의 에페수스(Ephesus) 고대 도시 유적지였다. 셀축에서 단 한 곳을 보아야 한다면 이곳이라는 뜻이리라. 가이드의 뜨거운 열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알고 보면 튀르키예는 유럽 최고, 최대로 꼽히는 고고학 유적의 보고입니다. 아쉽게도 영국이 많은 것을 훔쳐 가긴 했지만, 튀르키예에는 이탈리아보다도 많은 로마 시대의 유적이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쓰러진 기둥과 흩어진 돌조각이지만, 그가 나열하는 이름과 숫자로 금방 설득이 된다. 에페수스 고대 도시에는 기원전 10세기 그리스인이 건설했고, 로마인이 점령했다가, 알렉산더 대왕이 재건한 후 15세기에 오스만제국의 일부가 된 역사가 켜켜이, 층층이, 알알이 축적되어 있다.

그 많던 사람은 어디로 갔나요?
에페수스 고대 도시

도시는 멈춰진 시간을 품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로마 시대 소아시아 지역의 수도였기에,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인구와 기반을 갖춘 도시였음을 남은 잔해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테미스 신전(기원전 356년 건설), 2만5,000명을 수용하는 원형극장, 1만2,000권의 책을 소장했다는 셀수스 도서관, 의과대학, 메두사와 니케 여신을 새겨 넣은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이 모두 이곳에 있었다. 아니 지금도 기둥으로, 터로, 무덤으로, 타일로, 조각으로, 문자로 남아 증명하고 있다. 찬란했던 번영기는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37년 사이(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황제 통치 기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라클레스의 문에서 셀수스 도서관 사이의 화려한 쇼핑가였다는 쿠레테스 거리, 로마의 발달한 치수 기술을 증명하는 트라야누스 분수와 목욕탕, (칸막이도 없이 적나라한) 공중화장실 등은 발굴된 작은 부분일 뿐이다. 계속 파면 첫 정착민이 살았던 기원전 6,00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원전 104년경에 세워진 트라야누스 분수. 황제의 분수라고도 불렸다
기원전 104년경에 세워진 트라야누스 분수. 황제의 분수라고도 불렸다

에페수스 고대 도시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2015년)되기 전이었다. 여전한 것은 가이드의 열정, 한낮의 열기, 여행자들의 감탄사였다. 영감에 휩싸인 방문객들은 에페수스의 잔해 위에서 놀라운 건축 기술과 디테일을 간직한 2,000년 전 도시를 상상으로 재건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이키’로 더 익숙한 승리의 여신 니케(Nike) 여신상은 위태로울 만큼 카메라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인구 50만명의 항구도시를 지탱했던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들
인구 50만명의 항구도시를 지탱했던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들
복원된 전면부만으로도 뛰어난 건축술을 보여 주는 셀수스 도서관. 1만2,000권의 책을 소장했었다
복원된 전면부만으로도 뛰어난 건축술을 보여 주는 셀수스 도서관. 1만2,000권의 책을 소장했었다

기원전 2세기에 동로마제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로 번성했던 에페수스는 항구에 퍼진 말라리아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멸 도시가 됐다. 누군가 물었다.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가이드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갔죠!” 그에게 요즘 한국의 도시 소멸과 인구 감소에 관해 물으면 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도시의 소멸 이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 것인가. 사족이지만, 지인 중 하나는 물려받은 선산에 작은 나무집을 지으며 땅에서 나오는 그릇 조각을 버리지 않고 모은다. 청자, 백자가 아니어도 조상님이 쓰던 것이니 유품이고 유물이라는 것이다. 나무집이 완성되면 한 편에 전시할 예정이니, 와서 보라고 했다. 꼭 갈 것 같다.

성모 마리아상. 성모 마리아의 집은 여러 교황의 방문으로 가톨릭교회의 인증을 받았다
성모 마리아상. 성모 마리아의 집은 여러 교황의 방문으로 가톨릭교회의 인증을 받았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성모 마리아의 집

에페수스 유적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모 마리아의 집(House of the Virgin Mary)이 있다. 성모 마리아가 말년을 보내고 승천한 곳에 대해서는 예루살렘과 에페수스 사이에서 ‘원조’ 논쟁이 있었다. 교회의 문헌 중에는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위해 산 위에 집 한 채를 지어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가톨릭교회의 공식 인증과 여러 교황의 방문으로 논란이 종결되면서, 성지순례지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코레소스 산중에 있던 작은 집에서 성모 마리아는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전세계 순례객이 찾아오는 채플이 되었다
코레소스 산중에 있던 작은 집에서 성모 마리아는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전세계 순례객이 찾아오는 채플이 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집은 현재 아담한 채플로 꾸며져 있다. 내부 촬영은 절대 금지되어 있고, 늘어선 대기 행렬 때문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수분 이내. 뭔가 아쉬운 듯 허무한 듯한 마음을 채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소액의 봉헌금과 교환한 작은 초 하나를 켜 두는 것, 그리고 빈 생수통을 하나 준비해 성수를 받아 오는 것이다.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했던가. 간절한 순례자들이 놓고 간 지극한 염원은 종종 기적으로, 치유로 보상받기도 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촛불에 담긴 간절한 소원이 때론 기적으로 풀어지기도 했다
촛불에 담긴 간절한 소원이 때론 기적으로 풀어지기도 했다

숨은 보석 같은
튀르키예 부티크 호텔
더 스테이 The Stay

오너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호텔이 있다. 이스탄불에서 2박, 알라차티에서 2박을 했던 더 스테이(The Stay) 호텔 그룹이 그런 곳이다. 범상치 않은 인테리어와 콘셉트, 미디어아트와 패션 브랜드까지 다방면의 코업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 모기업의 정체성이 영화 제작 및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체인 호텔이 아닌 튀르키예 브랜드의 디자인 부티크 호텔을 찾는 이에게 튀르키예 내에 6개의 체인을 가진 ‘더 스테이’을 추천한다.

로비에서 맞아 주시는 이는 반갑게도 한국작가 박승모의 작품, ‘유현정’
로비에서 맞아 주시는 이는 반갑게도 한국작가 박승모의 작품, ‘유현정’
오래된 창고를 모던하게 개조하고 데크 정원과 수영장을 더해 팜 하우스 분위기를 연출한 더 스테이 웨어하우스
오래된 창고를 모던하게 개조하고 데크 정원과 수영장을 더해 팜 하우스 분위기를 연출한 더 스테이 웨어하우스

에페수스를 여행하면서 머물렀던 더 스테이 웨어하우스(The Stay Warehouse)는 에게해 인근에 자리 잡은 유명 휴양지인 알라차티(Alaçatı)에 있다. 오래된 창고에 정성과 센스를 덧입혀 개방감 가득한 리조트로 개조했다. 백종원이 천상의 맛이라고 극찬했던 ‘카이막’이 매일 나오는, 튀르키예 가정식 조식이 일품이다. 장난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호텔의 공식 애견 보더 콜리의 애교는 덤이다. 참고로, 이스탄불에 있는 2개의 체인 호텔은 가장 ‘핫’하다는 니산타시(Nişantaşı) 패션 지구, 아름다운 보스포루스 해협에 각각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상 경력을 지닌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손을 거쳤다. 이곳의 덤은 호텔 내부에 전시된 유망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이다.


미슐랭인데 이런 가성비가?
오디 우를라 OD Urla

올리브 나무 아래 놓인 야외 테이블에서 마지막 디저트를 비우며 극한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미쉐린(1스타)이 보증하는 레스토랑에서 12개의 코스 요리를 즐기는 비용이 한화로 17만원이 넘지 않았다. 6잔의 와인 페어링을 더하면 30만원이 조금 넘었다. 맛과 분위기, 서비스 등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의 관점에서,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리브나무 그늘 아래서의 식사. 다양한 올리브 오일을 맛볼 수 있다
올리브나무 그늘 아래서의 식사. 다양한 올리브 오일을 맛볼 수 있다 ©OD Urla

무엇보다 놀란 것은 튀르키예 와인의 퀄리티와 풍부한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 지리적으로만 동양과 서양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 식문화가 만나서 최고의 것이 되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넘쳤다.

동서양의 문화와 친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긴 음식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오디 우를라
동서양의 문화와 친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긴 음식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오디 우를라 ©OD Urla
분주한 오픈 주방.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일까, 식당은 자정까지 바쁘다
분주한 오픈 주방.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일까, 식당은 자정까지 바쁘다

잠시 일행의 테이블에 들른 오스만 세제네르(Osman Sezener) 셰프는 피곤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확장을 계획하는 이유는 레스토랑이 창출하는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대한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고향 우를라로 돌아온 오스만 세제네르 셰프는 레스토랑을 열기 전에 과수원과 밭을 사고 농사를 먼저 시작했다. 로컬 식재료 사용을 위해 직접 농축산물을 재배하거나 10km 이내의 지역 농부와 장인들에게 구입하는데, 그 중심에는 올리브가 있다. 마치 와인리스트처럼 빼곡하게 기록된 올리브 오일 리스트가 따로 있을 정도다. 제로 웨이스트를 원칙으로 식재료의 부산물은 오일, 소스, 칩 등의 제품으로 가공하고 있으며, 자동차도 전기차만 고집할 정도로 친환경 윤리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탐험하는
터키항공 투모로우 온 보드
Tomorrow On Board

가장 지속가능한 국적항공사
몸도, 마음도 편하게 날아가세요

이스탄불을 오가는 편도 11시간 내외의 비행이 피곤하지 않았던 이유는 솔직히 비즈니스 클래스 덕분이었다. 충분한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 버틀러처럼 꼼꼼한 승무원까지, 직접 나와서 주문을 받는 기내 셰프, 여독을 줄이는 모든 핵심적인 서비스를 압축해 놓은 곳이 바로 항공사의 비즈니스 클래스다. 분명 욕심나는 호의호식인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켕기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한 여행 산업의 책임감 때문이다. 항공과 호텔 등 여행 산업의 플레이어들도 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터키항공의 경우는, 월드파이낸스 지속가능성 어워드 2024에서 3년 연속으로 ‘가장 지속가능한 국적항공사’로 선정되었을 만큼 ESG 경영에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투모로우 온 보드
‘내일’도 태우고 나는 터키항공

터키항공은 지난 6월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해 지속가능 브랜드 ‘투모로우 온 보드(Tomorrow On Board)’를 발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하나의 브랜딩 아래 통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터키항공은 2008년부터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100건이 넘는 최적화 프로젝트를 실행해 왔으며, 자발적인 탄소 상쇄 플랫폼 CO2미션(CO2mission),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사용, 지속가능한 기내 물품 이용, 폐기물 관리 절차 도입 등에 앞장서 왔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적인 항공사가 된다는 목표에 따라 2022년부터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을 기후변화 최소화 계획에 포함했고, 2023년에는 확대된 새로운 노선에도 SAF를 적용했다. 그 결과로 상당 수준의 연료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달성했고, 재활용품을 사용한 기내 어메니티 등으로 여행자에게도 지속가능한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쇼핑, 휴식, 문화 체험까지
이스탄불 공항의 무한 도전

이제 공항이 그냥 공항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2시간 정도 이스탄불 공항 투어에서 발견한 것은 백화점 뺨치는 명품 쇼핑관, 트렌디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아늑한 기도실, 다양한 연령층의 취향과 필요를 배려한 라운지 등 쇼핑과 문화생활, 휴식까지 모두 가질 수 있는 복합 쇼핑문화 공간이었다. 대기시간 동안 게이트 앞 의자에 몸을 묶어 두기에는 아까운 것이다. 특히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터키항공 국제선 환승의 경우 이스탄불 에어포트 뮤지엄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적지 않은 입장료가 있지만 튀르키예 전역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에서 선별해 온 유물들이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또 하나, 터키항공의 환승 프로그램인 ‘스톱오버 인 이스탄불(Stopover in Istanbul)’도 놓치기 아까운 혜택이다. 환승 시간이 최소 20시간이 넘는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호텔에 1박을 머물면서 이스탄불 탐방을 할 수 있다.


글·사진 천소현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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