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김나영 작가가 홋카이도에 사는 HR 매니저에게 물었다. 거기서 잘 지내나요?
Interviewee from London
김민정(aka 민짱)
29개국을 여행한 프로 여행자.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멕시코 등지에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일본 홋카이도 소재 리조트에서 근무 중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여행을 사랑해서 29개국을 여행한 ‘민짱’입니다. 오랜 기간 본명보다 훨씬 많이 불렸던 별명이라 소개할 때에도 이편이 더 익숙하네요(웃음). 국내외 여행사, 호텔, 관광청 등 여행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었고, 일본, 인도네시아 빈탄섬, 호주,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일해 왔어요. 현재는 홋카이도 키로로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HR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해 온 기간을 따져 보니 오사카만 해도 7년 정도, 새롭게 적응 중인 홋카이도는 벌써 1년을 채워 가네요.
다양한 나라에서 쌓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금 일본행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일본에서의 근무 경력이 가장 길다 보니 일본 생활에 적응하는 게 좀 더 편하게 느껴지는 건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의 어느 지역이든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홋카이도 키로로 지역에 있는 리조트에서 영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HR 매니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새로운 도전과 익숙함의 콤보이니 제게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되어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에요.
‘키로로’라는 곳은 저에겐 낯익은 지역명은 아닌데요, 어떤 곳인가요?
키로로는 홋카이도 삿포로 기준, 왼쪽에 있는 지역이에요, 잘 알려진 ‘오타루’와는 차로 약 3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키로로의 겨울은 정말 눈이 엄청 내려서 스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괜히 유명한 게 아니라, 겨울 레저를 즐기기 좋은 최고의 설질이라 일컫는 ‘파우더 스노’를 만끽할 수 있거든요. 이 폭신한 설질을 가리켜 줄임말처럼 ‘재팬파우’라는 단어가 통용되기도 하고요. 4월 말까지도 스키 시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적설량이 많습니다. 그리고 워낙 청정한 시골 지역이라서 가끔 여우나 너구리, 사슴, 곰 등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는 건 덤이고요. 이제 여름이 다가오니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였던 대지가 푸르른 녹음으로 가득해졌네요. 이곳은 리조트 외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이긴 해서(그 흔한 편의점도요!) 때론 무료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자면 이렇게 공기 맑은 자연 속에서 언제 또 살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같은 일본이지만 오사카와 키로로는 정말 다른 환경이잖아요. 어떤 장단점이 가장 크게 느껴지나요?
오사카에 있을 땐 한국 식재료나 한국 식당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키로로는 아무래도 삿포로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어요. 그리고 병원 같은 경우에도 간단한 진료는 인근의 오타루에 나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한 검사가 걸려 있다면 삿포로까지는 가야 해요. 슈퍼나 편의점 역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을 뿐더러, 한국에서 쿠팡처럼 이용하는 아마존에서 구매한 물건을 받으려면 3~4일 정도가 걸려요. 도서산간 지역에 해당하는 거죠. 그래서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미리 계획해서 구매해야 한답니다. 대부분 도시와 산속의 시골 동네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하. 하지만 반면에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한다는 장점은 있죠. 보통 리조트 셔틀버스로 오타루까지 갈 수 있고, 오타루에서 전철을 타고 삿포로로 나가는데, 이 오타루와 삿포로를 잇는 전철이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이거든요. 나름의 감성은 챙길 수 있달까요?
워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으신데, 보통 쉬는 날이 생기면 어디를 가고 주로 무엇을 하는 편인가요?
쉬는 날에는 보통 오타루로 나가서 생필품을 구매해 오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쯤은 삿포로까지 나가서 도시의 냄새(?)를 맡고 오기도 해요. 아,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루틴이 있어요. ‘닛카 위스키’로 유명한 ‘요이치’라는 동네까지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마트에서 장을 본 뒤에 밀린 한국 방송들을 보면서 저녁을 해 먹는 거예요. 소소한 힐링의 시간이죠. 물론 겨울 스키 시즌엔 가끔 스키를 타기도 했어요. 그냥 바라만 보기엔 너무 아까우니까요!
홋카이도 여행을 가장 추천하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그 이유는요?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분이라면 단연 1월과 2월 사이를 추천합니다. 이때가 최상의 설질을 즐길 수 있는 시기거든요. 그리고 보통 여름 여행지로 홋카이도를 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라벤더 등 꽃이 만개하는 7월 중순 이후에는 사실 여기도 생각보다 덥고 습한 편이에요 하하. 여행하기 좋은 선선함을 생각하셨다간 정말 큰코 다칩니다! 대신 제가 추천하고 싶은 건 5월 말~6월 초 사이에요. 시원한 날씨에 짙은 녹음을 즐길 수 있는 시기라 여행하기에 훨씬 좋으실 거예요!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 꼭 해 봐야 할 것을 추천한다면요?
가장 유명한 건 삿포로의 눈축제이자 하이라이트인 ‘유키 마츠리’죠. 하지만 축제가 시작하면 몰려드는 인파로 붐비기 마련이라, 가능하다면 축제 시작 하루 전쯤 미리 도착해서 축제장을 살펴보시길 권해 드려요. 굳이 축제장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멋진 눈 작품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답니다. 먹는 것도 놓칠 수 없는데요, 스프 카레나 삿포로식 라멘, 징기스칸(양고기 구이) 등 여러 유명한 음식들이 많이 있지만, 꼭 빼놓지 말아야 하는 건 바로 유제품에 도전해 보는 거예요. 일본 내에서도 낙농업이 발달한 홋카이도산 우유는 품질이 좋기로 이름나 있어요. 진하고,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죠. 마트에 가 보시면 홋카이도 지역 목장별로 나뉜 우유 제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으니 비교하며 드셔 보세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우유로 만든 요거트나 치즈도 맛있을 수밖에 없고, 이온마트의 경우엔 이 우유를 활용한 푸딩이나 쉬폰 케이크 등 디저트류도 만날 수 있으니 꼭 한 번 찾아 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론 앞서 말씀드린 바 있는 ‘요이치 지역’을 여행에 포함하는 거예요.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 닛카 위스키 공장 견학으로 많이 가는 지역인데, 보통은 공장 견학을 마친 뒤 바로 삿포로 시내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요이치 그 자체로도 충분히 둘러볼 만한 매력이 있는 동네거든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와인 생산지이기도 해서 이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도 질이 좋기로 유명해요. 술이 맛있다는 건, 물이 좋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서 자라는 식재료들이 다 신선하고 맛있는 편이에요. 로컬푸드를 활용하는 숨겨진 맛집도 많고요. 공장 견학 후에 동네를 둘러보는 짬을 내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칭 타칭 ‘민슐랭’, 민짱이 꼽는 그 도시 최고의 숨겨진 맛집 3곳은 어딘가요?
아무래도 제가 요이치에 대한 애정이 있어선지, 이곳의 맛집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조금 더 여행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기겠죠?
먼저, 베이커리 요이치(Backerei Yoichi). 동네 베이커리이지만 내공이 정말 강한 곳이에요. 제가 ‘빵순이’라서 오사카에서도 웬만큼 유명한 베이커리 집들을 다 섭렵했는데요, 그와 비교해도 이곳이 손색없을 정도로 빵이 정말 맛있어요. 보통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11시에만 가도 이미 대부분의 빵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다음으론 카키자치 쇼텐(Kakizaki Shoten). 이곳의 1층은 해산물을 파는 슈퍼이고, 2층에는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이 맛있기로 이름난 식당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연어알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절대 안 먹는 식재료 중 하나였는데, 이 집에서 맛본 연어알에선 비린 맛은 없이 청량한 바다의 향만 느껴졌달까요. 신선한 재료와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곳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야마나카 목장(Yamanaka Dairy Farm)의 아이스크림. 키로로에서 요이치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목장인데, 이곳 목장의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기가 막혀요. 개인적으로는 홍차 맛을 가장 좋아합니다. 신선한 우유로 만들어서 진하지만 텁텁함은 없고, 인위적인 단맛도 없는 진정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어요. 오타루 지점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홋카이도 여행을 떠나려는 이에게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만약 일본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여행자라면, 차를 렌트해서 인기 지역인 삿포로, 오타루, 후라노, 비에이 외에도 홋카이도 구석구석을 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겨울은 예외입니다. 겨울 삿포로 운전 여행은 보통 내공으론 불가능해요(홋카이도에서는 할머니도 드래프트를 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죠?). 그리고 키로로는 오타루에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니 오타루에서 요이치 가시는 길에 잠깐 들러서, 이 계절이 선사하는 짙은 초록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주시길 바라요.
*김나영 작가의 질문으로 시작된 해외살이 인터뷰 시리즈. 타국에서의 삶을 동경해 왔던 마음 때문인지 수상하게도 해외에 지인이 많은 김나영 작가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해외살이를 묻는다.
글 김나영 에디터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