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라는 낭만. 후쿠오카 텐진, 에디터가 고이 간직해온 보물지도 속 이자카야 4곳을 소개한다.
権兵衛館 大名
곤베이야카타, 닭껍질 야키토리
후쿠오카 텐진에서 가장 쇼핑하기 좋은 거리를 꼽자면 역시 다이묘 거리겠다. 최근 다이묘 가든 시티파크가 새롭게 개장하며 트렌드의 끝을 달리고 있는 이 동네에서 유독 낡은 외관이 눈에 띄는 곳, ‘곤베이야카타’다.
여기는 생긴 지 50년도 더 된 야키토리(닭고기 꼬치 요리) 전문점인데, 에디터가 이곳을 다닌 지는 10년도 더 된 것 같다. 곤베이야카타는 2024년 6월 기준 구글 평점이 3.7점, 사실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집이다. 우선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하고, 야키토리를 구워주는 사장님이 무뚝뚝하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내부 사진이나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사장님이 달려와 손님을 혼냈다(참고로 지금은 사진 촬영 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곤베이야카타를 찾는 이유는 은은한 정과 맛이다.
닭껍질, 닭다리, 피망, 닭연골, 삼겹살만큼은 이 집에서 반드시 주문해야 한다. 특히 닭껍질 야키토리는 후쿠오카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손꼽을 맛이라고 자부한다. 껍질 특유의 물컹함 없이, 바삭거리고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조금 짜다 싶을 정도로 되어 있는 소금간도 매력적이다.
요리 메뉴로는 ‘버터 포테이토’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미리 삶아 놓은 감자를 버터에 굽고, 그 옆에 직접 만든 ‘오징어 시오카라’를 얹어준다. 오징어 시오카라는 내장을 젓갈처럼 만들어서 오징어 살에 버무린 것인데, 오징어의 간이 들어가서 녹진하면서도 쿰쿰한 맛이 술을 부른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시오카라의 감칠맛으로도 맥주 한 잔을 거뜬히 비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닭껍질 한정 일본 최고의 야키토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시니컬함. 여행객과 회사원 가리지 않고 항상 무뚝뚝한데, 화난 게 아니다. 절대 눈치 보지 말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다 먹고 나갈 때쯤, 쭈뼛쭈뼛 거리며 배웅 인사하는 사장님의 낯가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참고로 한국어 메뉴판이 없다. 닭껍질 꼬치구이는 ‘토리카와’다.
Suika
수이카, 전갱이 튀김
일본 현지 이자카야 맛집 공식이 있다. 우선 어둑어둑한 분위기, 비어있는 사케병, 대머리에 두건을 두른 아저씨 셰프(수염이 있으면 더 좋다), 입장했을 때 쏟아져나오는 기합 소리, 숙성고 안 해동지에 쌓여있는 정체 모를 재료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이자카야라면 그곳은 반드시 매력적인 곳일 것이다. 수이카처럼 말이다.
이곳은 다이묘 거리에 위치한 해산물 이자카야다. 이곳은 추천하는 주문 순서가 있다. 우선 ‘사시미 모리아와세(한 접시에 여러 가지 재료를 늘어놓은 것, 모둠)’와 사케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시미는 전부 숙성회다. 해동지에 돌돌 말려 있는 재료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친 생선들이다. 광어, 참돔, 방어, 연어, 문어, 삼치, 뿔소라가 담겨 나온다.
녹진하고도 산뜻한 사시미의 맛을 즐겼다면 다음으로는 치킨 가라아게와 맥주의 조합을 추천한다. 이곳 가라아게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으로는 전갱이 튀김을 추천한다. 전갱이 튀김은 수이카의 명물이다. 내장이 잘 손질된 전갱이 안에 우메보시(매실 장아찌)와 시소잎을 가득 채워 빠르게 튀겨낸다. 머리부터 한 입 베어 물면 튀김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전갱이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시소와 우메보시의 짭짤하고 상쾌한 맛도 일품이다. 하이볼이나 레몬사와 같이 청량한 페어링을 추천한다. 전갱이는 먹을 때는 좋은데, 먹고 나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가지고기무침, 어묵튀김 등 수이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가득한 이자카야. 단점을 꼽자면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데, 이게 5~6년도 더 된 메뉴판이라 가격 정보가 다르게 적혀있다. 주문할 때 가격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친절하게 일본어 메뉴판으로 안내해 준다.
Ginrin
진린, 도미+성게 마키
이자카야를 큰 분류로 나누면 2개로 나뉜다. 오순도순 모여 소곤거리며 대화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종업원부터 손님까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왁자지껄 노는 곳. 텐진에 위치한 ‘진린’은 후자에 속하는 이자카야다.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후쿠오카 텐진의 젊은 피들이 이끄는 이자카야. 매장 한가운데 오픈형 주방이 자리하고 있어 음식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진린은 해산물 이자카야 콘셉트다. 생선 구이, 조림, 사시미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는 오뎅모둠과 마키 종류. 우선 오뎅은 매장 한켠 구석에서 엄청나게 큰 냄비에 가득 담겨 펄펄 끓고 있다. 영업시간 내내 끓이다 보니, 조금 이른 시간이라면 오뎅이 맛있고 늦은 시간이라면 국물을 흡수하는 곤약과 무가 맛있다. 취향 따라 고르면 된다.
참고로 이곳 오뎅인 겨자보다 유즈코소에 찍어 먹는 게 맛있다. 유즈코쇼는 청유자껍질, 고추, 소금으로 만드는 규슈 지방 음식인데, 상큼하면서도 매콤하게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진린의 하이라이트는 ‘마키(재료와 밥을 넣고 김에 돌돌만 음식)’다. 대체로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부담이 없다. 가장 추천하는 마키는 도미와 성게 페이스트가 올라간 마키. 이 역시 유자코쇼와 함께 곁들이면 극락이 따로 없다.
하카타 모츠나베 마에다야 다이묘점, 고마사바
마에다야 모츠나베는 후쿠오카 내에 여러 지점이 있다. 그중 가장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를 뽐내는 곳이 다이묘점이다. 성인 키보다 살짝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거의 90도에 가까운 계단이 등장한다. 그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20명 남짓 들어가는 자그마한 공간의 메다야 모츠나베 다이묘점이 등장한다.
우선 아늑하고, 사방이 창문이라 개방감도 좋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라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역시 주력 메뉴는 모츠나베. 된장과 소금 중 고를 수 있는데, 아무래도 맥주와는 구수하고 달달한 맛의 된장맛이 잘 어울린다. 매장 운영 방식이 이자카야 스타일이라 자릿세 개념의 기본 안주가 나온다.
이곳 고마사바도 일품이다. 고마사바는 참깨와 고등어, 깨, 간장 그리고 김가루를 섞어 먹는 안주다. 따뜻한 밥을 주문해 오차즈케 식으로 먹어도 아주 일품이다. 식사와 이자카야의 분위기를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곳.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