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몇 번의 날갯짓으로 하늘 높이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떨까. 파란 하늘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드넓게 펼쳐진 산과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 어쩌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걸 원 없이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태항산(타이항산)이다.
장대한 규모로 웅장한 아름다움
붉은 절벽과 옥빛 계곡의 조화 ‘홍석협’, 가로로 끝없이 펼쳐진 산수화 속에 들어온 듯한 ‘운봉화랑’,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구름바다와 섬 같은 산이 펼쳐진 ‘왕망령’ 까지. 모두 태항산 안에 있다. 하나의 산맥 안에 있는 관광지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새롭다. 이 값을 매길 수 없는 풍경을 차마 값을 치렀다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값으로 즐길 수 있다. 에이치원투어가 내놓은 통 큰 이벤트성 상품이다. 이 상품을 이용해 태항산을 올랐다.
운대산의 홍석협, 수렴동굴과 천하폭포, 천계산의 운봉화랑, 왕망령, 비나리길, 곽량촌, 절벽장랑 등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여름이 한창이던 7월 중순, 여행 기간 내내 산맥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더위와 고된 산행을 예상하고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알았고, 다녀와서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여기저기 가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여행 기간 내내 산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태항산은 끝을 알 수 없는 장대한 규모로 언제나 웅장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또 더운 날씨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는 서늘함을 갖췄고, 여행자에게 친절하게도 편안한 길을 건네주는 산이었다.
이래서 동양의 그랜드캐니언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어도 그늘 덕에 발 닿는 곳마다 대체로 서늘하고 눈을 찡그릴 일도 많지 않다. 태항산 투어의 하이라이트이자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흔히 불리는 태항산 대협곡은 높다란 절벽이 길 양옆으로 펼쳐진다. 꼭 천장처럼 자리 잡은 단층이 볕을 가려주기도 하고, 곳곳에 흐르는 물과 폭포까지 함께 시원함을 더한다. 태항산에 있는 관광지는 대체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전반적으로 시원하지만, 특히 청량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했던 곳은 홍석협과 천하폭포가 쏟아지는 수렴동굴이었다. 홍석협은 붉은 돌로 이루어진 골짜기라는 뜻이다. 온통 붉은 절벽이 이어져 있고, 아래로는 투명한 초록빛 계곡이 흐른다. 물속에는 물고기도 종종 보이는 동시에 절벽의 반영이 선명하게 비친다. 반대에 가까운 두 가지 색이 한 공간에 자연적으로 형성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두 눈으로 직접 봐도 놀랍고 신비롭다.
팔리구의 천하폭포는 멀리서 봐도 고개를 들어 시작점을 봐야 할 정도의 높이를 가진 폭포다. 그 아래로는 세차게 폭포수가 쏟아지고, 또 그 밑의 절벽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폭포가 얇은 물줄기로 나뉘어 흐른다. 더 아래에는 동굴과 흩어졌던 폭포수가 한데 모이는 계곡이 있다. 마치 산에서 흐른 물이 여러 갈래의 강으로, 바다로 흐르는 모습을 축소해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동굴의 이름은 물의 커튼이라는 뜻을 가진 수렴동굴이다. 종유석과 석순이 위아래로 액자 프레임처럼 바깥 풍경을 감싸고 있는데 종유석을 타고 커튼처럼 떨어지는 폭포수에도 손을 뻗어 볼 수 있다. 온몸을 다 적시지 않아도 시원한 물소리와 물방울을 느낄 수 있다.
물이 주는 개운함을 한껏 느꼈다면, 이젠 바람의 온도를 느껴볼 차례. 햇살은 뜨겁지만 곳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힌다. 산 정상이 시원하다는 것도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풍광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오르기까진 응당 그만큼의 숨과 땀이 필요하기 마련. 그래서 여름 산은 특히 두렵다. 하지만 태항산에는 삼면이 뚫려있는 연두색의 둥그런 전동차가 두 다리 대신 바삐 움직여 준다. 덕분에 여행자가 할 몫은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는 것뿐이다.
비로소 세상 넓은 줄…
태항산 곳곳에는 케이블카도 있어 한참을 높이 올라가야 하는 데도 땀 흘리지 않고 경치를 감상하며 오를 수도 있다. 누군가 깎아 놓은 듯한 절벽과 강렬한 햇빛에도 굴하지 않고 위로 오르고 밑으로는 암석을 깨부수며 깊게 뿌리내리는 나무들, 그리고 하염없이 이어지는 산맥이 펼쳐진다. 높은 곳에 있을 때면 세상이 다 작아 보이기 마련인데, 태항산 위에선 오히려 세상이 이렇게 넓디넓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의 위까지 오르면 나오는 곳 중 하나가 왕망령이다.
왕망령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꼭 구름 세상 위에서 둥둥 떠오른 섬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특히 일출과 일몰이 말을 잇지 못 할 절경이라고 한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풍경으로는 운봉화랑이 있다. 구름에 둘러싸인 봉우리가 그림같은 이곳의 운해 또한 비경이라고 한다. 운봉화랑에 간 날에는 구름 없는 맑은 날이라 운해는 보지 못했지만, 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운봉화랑 앞에 서있는 여행자는 산이 360도로 자신을 에워싼 것처럼 느끼게 되는데 파노라마 모드로 사진을 담으려 해도 쉽게 담겨지지 않는다. 눈에 담고 담아도 아쉬운 풍경이다.
벽 뚫고 길 내 아찔한 스릴
자연이 만들어낸 경치에 놀랐다면, 이제 사람이 빚어낸 곳을 만나볼 차례다. 이 험준한 산동네에도 오래전부터 사람은 살았다. 해발고도 무려 1,700m에 형성된 마을, 곽량촌이 이를 증명한다. 절벽 꼭대기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곽 씨의 집성촌이었던 이곳은 현재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실제 마을이다. 산과 집, 널린 빨래와 흐르는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어 꼭 그림책 속에 나올 것만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로 중국 내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젤을 펼치고 풍경화를 그린다고 한다.
곽량촌과 산 아래 세상을 이어주는 절벽장랑도 손으로 만든 곳이다. 13명이 5년간 공사하여 1977년 완성한, 무려 1,250m의 동굴 도로다. 꽤 한참을 걸어 내려와야 하는데, 어떻게 그 시절에 단단한 절벽을 뚫고 동굴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끝없을 것만 같던 벽을 끝내 빛이 통과하는 문으로 만들기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그들이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뿐 만이랴, 옆 동네도 비슷한 길을 만들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비나리길이라 불리는데, 차 2대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폭의 도로다. 이곳을 전문 기사가 소형SUV 크기의 차에 관광객을 태워 지나간다. 터널을 지나는 길옆에는 계속해서 커다란 창문 같은 구멍이 뚫려있어 자칫하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놀이동산에 가지 않아도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절벽을 뚫고 길을 만든 옛날 사람들에 질세라, 현대인도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아찔한 절벽이 가득한 태항산에 바닥 면이 유리인 유리잔도를 설치해 두었다. 그곳엔 거침없이 걷는 이와 아래는 못 보고 먼 곳만 보며 멍하니 걷는 이, 어찌됐든 가기는 가야 하니 절벽 쪽으로 붙어서 게걸음으로 걷는 이로 나뉜다. 더위를 잊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땀으로 온 몸을 시원하게 적시고 싶다면 유리잔도를 추천한다.
활공하는 새처럼 가뿐하게
일정이 끝난 후 긴장이 풀리면 다리에 힘도 풀리고 피로가 몰려오는 순간이 온다. 케이블카와 전동차가 아무리 두 다리를 도와주고, 길이 잘 닦여 있다고 할지라도, 산길은 산길. 며칠간 쌓인 피로를 풀어줄 시간이다. 에이치원투어의 전용 목욕탕에서 세신과 지압 전문 마사지숍에서 족욕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뭉친 곳곳을 나에게 맞는 압으로 꾹꾹 눌러 풀어주고, 뜨끈한 물로 씻으면 새 몸으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번 여행에서 쌓인 피로 뿐 아니라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까지 사라지는 기분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하지만 중요성을 잊기 쉬운 음식도 놓칠 수 없다. 일정에 따라 메뉴는 달라질 수 있지만 태항산 투어에는 샤부샤부, 양꼬치, 토마토 달걀 볶음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지식과 한식의 적절한 구성으로 속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 숙소는 ‘준4성급’이라는 말이 모든 걸 설명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깔끔하고 쾌적하다. 편히 피로를 풀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이처럼 편안한 숙소는 기본, 맛 좋은 음식에 배부르고 눈은 매일 호강이다. 하나의 산맥을 며칠간 둘러보는데, 사람과 자연의 세월이 만들고 조각한 저마다의 다른 풍경에 놀랄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의 경계에 중국의 태항산이 있다. 그 외 시선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린 날에는 운해가, 맑은 날엔 탁 트인 경치가 펼쳐지는 이곳,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활공하는 기분으로 광활한 자연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이 태항산으로 떠나 볼 때다.
중국 태항산 글·사진=남현솔 인턴기자 취재협조 에이치원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