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이 담긴 여행
‘원주 로컬 100’은 원주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관광자원을 집대성했다. ‘관광 매력물’ & ‘원주 지역 맛집’ 2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으며, 각각 50개씩 발굴 선정했다. 관광 매력물은 구룡사와 비로봉, 강원감영, 용소막성당, 미륵산 미륵불탑 등의 명소와 지역 축제, 전통시장, 문화공간으로 구성했고, 지역 맛집에는 한식(막국수·소고기·칼국수·만두 등)과 양식, 카페, 베이커리 등을 골고루 담았다. 여행자는 그저 1번부터 차례차례 경험하거나 나만의 코스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 대신 호흡은 길게. 100가지 매력을 다 경험하려면 며칠은 턱없이 부족하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서울 청량리역에서 원주역까지 KTX로 5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 주말마다 혹은 시간 날 때마다 놀러 오면 분명 원주의 매력에 쏙 빠지게 될 것이다.
No.2 강원감영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지금의 광역시장·도지사)가 머물던 지방 관아다. 원주에 있는 강원감영은 1395년(태조 4년)에 설치됐으며, 강원도의 26개 부·목·군·현을 담당하던 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다. 1895년(고종 32년) 감영이 폐지될 때까지 500년 동안 존재했다. 2018년 복원을 마친 사적 공간 내에는 총 12동의 목조 건물이 자리해 있고, 진입공간(포정루·내삼문 등), 집무공간(선화당·행각·내아 등), 후원공간(관풍각·봉래각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 한 가지. 감영의 중심 건물인 선화당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사료관의 전시물을 보면 강원감영에 대한 이해도가 쑥 올라갈 것이다. 후원도 매력적이다. 집무공간이 강원감영의 역사적 가치를 볼 수 있는 무대라면 후원은 인증숏 스폿이다. 전통 건축 디자인과 연꽃, 다리가 어우러져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또 야간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을 때가 타이밍이다. 선화당, 관풍각 등 주요 공간에 조명이 비추고, 하늘이 짙은 검푸른색으로 변하면 원주 도심과는 분리된 별천지가 된다.
No.18 소금산 그랜드밸리
소금산, 간현산 두 곳의 절경이 만나 전국적인 명소가 탄생했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자연과 스릴을 겸비한 관광지로, 2018년 개장한 소금산 출렁다리부터 소금산 울렁다리, 데크산책로,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액티비티의 지향성은 명확하다. 소금산과 간현산의 절경을 온전히 누리는 동시에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100m 상공에서 200m 길이의 산악보행교를 걷는데, 울렁다리는 이보다 2배 긴 404m로 더 큰 쾌감을 준다. 또 소금잔도는 소금산 정상부 아래 절벽을 따라 걷는 360m짜리 길이다. 모두 아찔한 찰나를 이겨 내면 기암괴석의 웅장함을 볼 수 있는 경험들이다.
또 저녁에는 특별한 쇼가 펼쳐진다. 소금산 절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분수와 자연암벽에 조명을 비추는 미디어 파사드, 빛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야간경관조명 3가지가 어우러진 ‘나오라쇼-나이트 오브 라이트 쇼(Night of Light Show)’다.
게다가 소금산 그랜드 밸리의 여행 콘텐츠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8월에는 간현관광지의 자연에 파묻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피톤치드 글램핑장’이 오픈했다. 글램핑 사이트(21개)에는 침대와 냉장고, 식기, 개별화장실, TV 등이 갖춰져 있고, 밖으로 나가면 출렁다리와 암벽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에서 휴식과 여행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케이블카, 에스컬레이터 등 여행자를 위한 시설을 더욱 알차게 조성할 예정이다.
No.38 중앙시장 소고기골목
중앙시장 1층에는 원주 미식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골목이 있다. 일반적인 먹자골목은 아니고 소고기라는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 소고기 골목은 좁은 통로를 촘촘히 채우고 있는 23~25개 소고기 구이 전문점의 무대로, 약 40년 이상의 역사가 증명한 진짜 맛의 거리다. 오랫동안 골목을 지킨 곳부터 신상 식당까지 저마다의 맛으로 여행자의 식욕을 돋우고 있다.
골목이 시작되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뜨거운 숯불의 열기와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면 충분하다. 이곳에서 원주가 자랑하는 치악산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데, 한 번의 여행으로는 영 아쉽다. 고기 부위가 같더라도 식당마다 써는 방식이 다르고, 고기와 즐기는 밑반찬도 각양각색이라 그렇다. 식사는 안심과 등심, 갈비살, 살치살, 제비추리, 차돌박이, 안창살, 업진살, 치마살 등 다양한 부위를 취향에 따라 즐기고,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반찬과 된장찌개 등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그런데 골목에서 쉽게 떠나질 못한다. 또 다른 식당의 강렬한 냄새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이끌려 두 번째 만찬을 즐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No.29 도래미시장 만두골목
중앙동에는 여러 시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가 다채롭다. 눈에 띄는 가게뿐 아니라 건물 곳곳에 숨은 가게들도 있어 매번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특히, 시장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저마다 특색이 명확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1972년부터 장을 연 도래미시장은 만두로 유명하다. 만둣집이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한 곳 한 곳 내공이 깊다. 시장 내에 식당이 11개 정도 있는데, 만두 전문점과 만두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가 절반을 넘는다. 시장 규모에 비해 그 수가 많으니 만두골목으로 불릴 만하다. 원주 로컬 100 지역 맛집에 포함된 원주김치만두를 필두로 예진네만두, 할머니만두, 이모네만두 등이 있으며, 대표 메뉴도 식당별로 달라 비교하는 맛이 있다. 만두를 좋아하는 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의 생만두를 구매해 집에서도 원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이 밖에도 닭강정, 메밀전병, 막국수 등 강원도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와 본연의 기능도 잃지 않았다. 의류, 청과, 반찬, 수산, 정육, 슈퍼마켓 등을 합해 약 90개의 상점이 자리를 지키면서 현지인과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No.30 원주중앙미로시장
1953년에 개설된 중앙시장은 원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1층은 소고기 골목과 식료품, 의류 가게가 주를 이루고, 2층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꾸며진 미로시장이 자리했다. 미로시장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유명세가 커졌고, 현재 가·나·다·라동에 100여 개 이상의 수공예 전문점과 식당들이 영업하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칼국수와 멕시칸(타코·부리토 등) 전문점은 긴 줄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식후에는 아늑한 분위기 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에서 쉬었다 가면 된다. 원주 여행 기념품도 미로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 솜씨 좋은 전문가들이 직접 만든 향수, 핸드폰 케이스, 조각품, 장신구 등 다양한 잡화가 여행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사진 스폿인 것도 특징이다. 예술시장을 지향하는 만큼 곳곳에 벽화와 작품이 걸려 있다. 화려한 색감과 고양이 캐릭터, 레트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2층 메인 광장에서 다양한 공연과 행사도 열린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역할을 넘어 여러 세대가 소통하고, 원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No.36 원주자유시장 분식골목
중앙동의 시장은 지상 공간에만 국한돼 있는 건 아니다. 원주자유시장 지하에는 흥미로운 놀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만두를 빚고, 칼국수 면을 반죽하고, 요리사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국밥을 먹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또 지하상가를 가득 채우는 분식집들도 있다. 원주자유시장의 명물 분식골목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건 전통시장인데도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다. 낡고 오래된 구식 느낌이 아니라 ‘힙하다’라고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다. 외관과 내부를 레트로 콘셉트로 의도적으로 꾸민 게 아니라 진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서울에 힙당동(신당동)이 있다면 원주에는 자유시장 분식골목이 있다.
분식골목에 자리한 식당에서는 정겨운 음식을 선보인다. 돈가스와 만두, 떡볶이, 칼국수, 백반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메뉴판을 채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돈가스(혹은 치즈돈가스)와 쫄면, 다양한 떡볶이(즉석 떡볶이·뚝배기 떡볶이 등)가 눈길을 끈다. 유독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 있으니 시장을 빙빙 돌면서 보물 같은 곳을 찾아보자.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류와 각종 잡화를 판매하는 상점도 자리하고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유시장을 탐험하길 권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원주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