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마니아가 되기 마련. 여기, 그런 ‘마니아’를 위한 ‘전문’ 서점이 있다. 단일 콘셉트를 밀고 나가며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서울의 독립 서점 세 곳을 소개한다.
●독립출판물의 천국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
손바닥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책, 표지에 제목이 없는 책, 투명한 필름에 인쇄된 책...이처럼 특색 있고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이 한자리에 모인 곳이 있다. 해방촌에 있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이다. 주로 독립출판과 소규모 출판물을 다룬다고. 아늑한 공간 안에 한눈에 봐도 크기, 재료, 모양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책들이 있다. 표지만 봐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는 공간.
책을 펼치면 다른 데서 만나지 못했을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날 수도,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곳에 모아 뒀을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피어오른다. 햇살이 슬며시 책 위를 드리우는 오후, 인센스 향이 공간을 채우고 어울리는 음악이 흐른다. 자연스레 서점 자체에도 관심이 가게 될지도. 오늘부터 팬이 될 것 같다면 책방에 놓여 있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정감 가고 귀여운 굿즈들도 만나보자.
●종이잡지 가득
서교동 종이잡지클럽
잡지를 좋아하지만, 도서관에는 보고 싶은 잡지가 없고, 서점에는 랩핑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다면 종이잡지클럽으로 향해 보자. 커피 한 잔 값, 고작 6,000원이면 하루 동안 잡지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다.
운영자가 테마별로 세계의 여러 잡지를 큐레이션 해 뒀다. ‘맛과 요리’,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 ‘지역과 여행’, ‘인문과 철학’, ‘예술과 문학’ 등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고르고 읽어보자. 그동안 목말라 하기 바빴던 다양한 잡지의 세계를 마음껏 헤엄쳐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잡지를 한참 읽다가 문득 진짜 목이 마른다면 바로 옆에 있는 머씨커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종이잡지클럽에서 도보 1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독채 카페다. 입구에서는 따스한 노란빛이 아른거리는 통창이 보이는데 하얀 시폰 커튼 너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미소가 보인다. 들어서는 순간 마당의 풀들과 돌두꺼비가 반긴다.
날이 좋으면 야외에 앉아 햇살을 만끽할 수 있도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 속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눈의 피로도 풀어보자.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인 베리썬라이즈와 레몬파이는 여름의 더위도 잊게 만드는 상큼함이다. 입안 가득 여러 개의 다른 새콤달콤한 맛이 레이어처럼 차례로 쌓인다.
●전세계의 추리 소설 모은,
이대 미스터리유니온
소설, 그중에서도 추리 소설만 소개하는 서점이 있다. 이대에 있는 미스터리유니온이다. 이름에 걸맞게 공간의 첫인상도 미스터리하다. 서점 위에 간판도 없고, 주변 다른 가게의 외관과 다르게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길을 지나다 이곳을 발견한 사람은 ‘여기가 뭐 하는 공간일까?’하고 궁금해할 것만 같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채워진 책들에 왠지 옛날 비디오 만화 대여점에 온듯한 느낌도 든다.
추리소설을 잘 몰라도 겁먹지 말고 문을 열어보자. 사장님이 그런 손님을 위해 입구에서 다정하게 ‘추리소설 추천해 드려요’라는 문구를 써두었다. 추리소설에 막 입문했거나, 추리소설을 선물하고 싶다면 방문해 보자.
글·사진 남현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