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의 초보 딱지를 뗐다면 기억해 둘 곳.
교토의 고즈넉함을 느끼길 원하는 여행자라면 꼭 가야 할 곳.
일본인들이 더 좋아하는 사찰이 궁금하다면 지도 어플에 저장할 곳.
‘오하라’에서 교토다움을 찾았다.
오하라로 가는 길
교토역에서 17번 버스를 타면 오하라까지 바로 갈 수 있다. 1시간~1시간 20분 소요된다. 시조역, 카모가와강 등에서 탑승해도 되는데, 앉아서 가려면 교토역에서 탑승하는 게 낫다. 시간은 좀 걸려도 교토의 풍경을 보면서 가는 길이라 그리 지루하진 않다.
또 버스를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다른 여행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야세 케이블카, 루리코인 등의 명소도 알게 됐다. 도심을 벗어나 초록색이 더 많이 보일 때면 오하라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그렇게 10~15분 더 가면 고요한 오하라와 만나게 된다.
오하라는 호세인과 산젠인 두 굵직한 사찰이 유명한 곳이다. 주변은 온통 산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공기가 다른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아침 시간이라면 더욱이. 사찰로 가는 길에는 앙증맞은 소품을 파는 가게, 간식을 파는 간이매점, 채소와 과일 등을 파는 슈퍼마켓 등이 줄지어 있다.
사뿐사뿐 걸으며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면 교토 번화가와는 조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나 성수기(단풍철)를 빼고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오히려 장점이다.
●아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호센인
800년의 역사를 지닌 호센인은 액자 정원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특히, 700년 수령의 잣나무는 이곳의 상징이다. 사찰의 고요함과 나무의 생명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호센인을 찾는다. 작은 지역인데 관광객들이 몰리는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차분하게,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평일 오전 9시 오픈런이 정답이다. 사람이 적을수록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그리고 만족도 또한 커진다. 방문자 수와 만족도는 반비례 관계인 셈이다.
성인 입장료는 800엔(약 7,200원)인데, 차가 제공되니 비싼 느낌은 없다. 부처님 세계로 가는 길목인 산문을 통과해 잣나무가 있는 액자 정원에 닿으면 말차와 과자를 내어 준다. 간식과 함께 정원멍을 시작한다. 일상의 스트레스, 걱정과 근심이 하찮게 느껴진다. 오롯이 지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곳에선 바쁠 필요가 없다. 마음이 가는대로 자연을 탐닉하면 된다.
계절별로 방문해도 좋은데, 가을과 겨울은 최적의 시기다.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든 단풍, 눈이 내려앉은 호센인은 교토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정도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물론 초록색이 짙어지는 봄과 여름도 좋다.
●일본인들이 더 좋아하는 사찰
산젠인
오하라의 실질적인 랜드마크다. 호센인에서 산젠인으로 가는 길도 고즈넉한 교토의 정취가 깊다. 몇 개의 사찰을 지나고, 빨간 다리를 건너면 산젠인이 여행자를 반긴다. 사실 오하라 일대는 약 1,000년 전부터 불교 음악(성명)의 발상지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을 알아서 그랬는지 자연의 소리마저 성스럽게 들린다. 마치 극락세계의 연주처럼 말이다.
산젠인은 역사가 꽤 깊은데, 1871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자연이 품은 산젠인은 근사한 정원과 위엄 있는 사찰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왕생극락원의 금색 부동당, 슈헤키엔(정원) 등이 명물이다.
정원을 배경으로 마루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는 게 산젠인 필수 코스인데 입장료와는 별개로 말차 값을 지불해야 한다.
또 이끼에 자리한 동자 지장보살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꽤 귀여워서 한없이 보게 된다. 정원이 꽤 넓어 자세히 보려면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편안한 신발도. 또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이곳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려면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소바와 당고의 매력
세료자야
오하라 일대를 돌다가 허기가 지면 산젠인 앞으로 가자. 산젠인 일대에 다양한 가게가 있다. 교토는 일본식 절임 반찬(츠케모노)으로 유명하다. 특히, 교야사이(교토 채소)라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채소 품질이 상당하다. 무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를 절인 반찬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고, 소바, 돈가스, 당고 등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세료자야(Seryojaya).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메뉴 중에서는 오뎅정식(오뎅+식사), 소바, 니싱소바(청어조림이 올라간 소바) 등을 추천한다. 바람이 살짝 찬 날에는 따뜻한 니싱소바를, 더운 날에는 시원한 소바를 먹는 게 좋다. 씹을수록 고소한 향이 피어나오는 소바, 짭조름한 쯔유(간장 소스)의 조화가 훌륭하다. 디저트로는 미타라시 당고가 필수다.
숯불에 구워 불맛이 있는 쫄깃한 당고와 달고 짭짤한 소스의 궁합이 100점이다. 4꼬치씩 나오는데 금세 사라질 것이다. 이 밖에 갈 만한 곳은 버스 정류장 근처 카페들이다. 타카노강(Takano River)을 끼고 KULM, 기린(来隣) 등의 카페가 있는데, 소박한 정취를 머금은 오하라를 닮았다. 동시에 요즘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채소와 재료를 활용한 점심, 교토 수제 맥주, 디저트 등이 준비돼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