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이전 최고 기록인 2018년보다 0.3℃ 높은 25.6℃를 기록했다. 심지어 폭염과 열대야도 그 어느 해보다 잦았다. 사람들은 지속된 찜통더위를 견디기 위해 건물에선 쉴 새 없이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 결과 일별 최고 전력 수요도 97.16GW(8월 20일)로 관측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점점 더 무더워지면, 냉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그만큼 늘어난다. 국제 금융기관인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냉방에 의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도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의 약 40%를 소비하며, CO₂ 배출량의 약 36%를 차지한다. 앞으로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전 세계 CO₂ 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자, 건물 자체의 온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과연 어떤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건물의 열 흡수량은 낮추고, 열 방출량은 높이고!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은 건물 외벽의 구조를 바꿔 실내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넥서스’에 실었다. 지금까지 건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붕을 개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시로 적외선을 방출하는 재료로 지붕을 코팅해 열을 배출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재료는 겨울철 난방비를 높이는 문제를 유발하며, 건물 측면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연구팀은 “적외선을 방출하는 재료는 흡수하는 특성도 지녀, 지면에서 반사된 적외선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콘크리트 포장 지면이 많은 경우, 콘크리트에서 적외선을 방출하므로 (코팅은)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건물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벽면의 구조를 ‘지그재그’ 형태로 바꾸는 방식을 고안했다. 우선 각 층에 ‘<’ 모양의 패턴을 적용해 윗면은 하늘을 향하도록, 아랫면은 땅을 향하도록 설계했다. 이후 윗면에는 적외선을 방출하는 코팅제를, 아랫면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는 코팅제를 도포했다. 그 결과, 지그재그 형태의 벽면을 가진 건물의 온도는 일반 건물에 비해 평균 온도가 2.3℃ 더 낮았다.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오후 1~2시에는 3.1℃까지 낮아졌다.
연구를 이끈 치롱 창 연구원은 “내부 냉각 효과는 건물의 창문 크기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2℃ 낮추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기존 건물 대비 최대 4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기존 건물도 저렴한 자재를 활용해 지그재그 형태로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겨울철 난방 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 ‘다이내믹 건물 구조’를 추가로 연구 중이다. 연구팀은 “벽면에 열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핀’을 달아 계절에 따라 각도를 조절해 겨울에는 열 흡수량을 늘리고, 여름에는 열 방출량을 높여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커튼으로 미관과 열 모두 잡는다?
건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 건물 외벽 구조를 바꾸는가 하면, 건물 외벽에 식물을 기르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일명 ‘그린커튼’이다. 특히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 난 이후, 전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린커튼을 도입하고 있다. 그린커튼은 주로 창문이나 벽에 설치한 그물에 나팔꽃, 수세미, 오이와 같은 일년생 덩굴식물을 재배해 만든다. 2020년 일본 도쿄대 환경정보대학원 연구팀은 그린커튼이 건물 온도를 최소 0.7℃에서 최대 4.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커튼은 태양 복사에너지를 약 80% 감소시킨다. 또 식물의 증산작용을 통해, 지면의 복사열을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이러한 효능 덕분에 국내에서도 그린커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시로 경기도 수원시는 2019년부터 도서관, 경찰서, 학교 등 각종 공공기관에 그린커튼을 설치하고 있다. 특히 봄에 심은 식물이 여름철이면 외벽을 뒤덮으므로, 빠르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린커튼의 효과를 연구한 일본 시가현립대학교 환경과학부 카즈마 무라카미 교수는 “그린 커튼은 적은 비용으로 건물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며 “미관도 우수해, 사람들의 호응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전문가들은 유례없는 폭염에 괴로웠던 이번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으로 예측한다. 즉, 냉방기에 의존한다고 해도 점점 여름을 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아내기 어려울지 언정, 그 영향을 줄일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 :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저작권자 ⓒ 과학향기(http://scent.ndsl.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