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7,600여 개에 달하는 섬이 있고, 약 2,000개 섬에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다. 화산이나 지진, 해수면 등의 요인으로 섬이 새로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섬의 개수만큼 아름다운 바다도 많은데, 팔라완주 북부 칼라미안 제도의 코론도 그중 하나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른데, 소문만큼 예쁘다. 만족스러운 코론 여행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5개의 공간을 모았다.
청정, 순결, 깨끗, 맑음
Beach 91
코론은 무해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자연은 맑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다, 그리고 해수욕장이다. Beach 91도 한없이 맑고, 깨끗한 해변이다. 청정 해역이라 도착하면 바로 다이빙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번에는 호핑투어 중 점심 식사 장소로 들렸다.
호핑투어가 8~9시간 정도 진행되다 보니 대부분 상품에 식사와 간식이 포함된다. 여행자들이 바다와 호수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동안에 선원들이 미리 밥상을 준비한다. 생선구이(주로 흰살생선으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음)와 필리핀식 양념에 버무린 닭고기 & 오징어 숯불구이 등의 단백질이 메인 반찬이고, 밥, 샐러드, 과일 등이 뷔페식으로 차려진다. Beach 91에 몸을 한 번 담그고, 식사하고 다시 수영하면서 코론에 스며들게 된다.
1개의 바다 2개의 암벽
트윈라군
호핑투어에서 꼭 가는 물놀이터 3곳이 있다. 카양안 호수, 바라쿠다 호수, 그리고 트윈 라군이다. 트윈 라군(Twin Lagoon)은 대형 석회암벽으로 분리된 2개의 수역이 있는 석호다. 우뚝 솟은 바위산의 웅장한 경치에 놀라고, 그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에 반하는 곳이다.
트윈라군 중심에 다다르면 가벼운 바다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지점이 나오고, 해저 터널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엄청난 높이의 암벽을 배경으로 카약을 즐기고, 마음껏 바다에서 둥둥 떠다닐 수도 있다. 완전한 바다 수영이라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 보트 지붕에 올라가 누워만 있어도 좋고, 보트 바로 옆에서 가볍게 물장구를 쳐도 된다.
밥 한 그릇 뚝딱
이나살 잇츠 코
코론에서도 필리핀 전통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각종 고기로 만든 시시그, 소고기 조림 같은 칼데레타, 간장 양념으로 구워낸 오징어 등으로 필리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필리핀 음식은 대체로 양념 간이 세다. 짠맛도, 단맛도 선명하다. 자연스럽게 밥을 찾게 되는데, 지금 소개하는 이나살(Inasal)도 마찬가지다.
현지인의 소울푸드인 이나살은 닭고기(종종 돼지고기도)를 이용한 바비큐 요리다. 하루 동안 양념에 고기를 재운 후 직화로 굽고, 밥과 함께 낸다. 코론에서는 이나살 잇츠 코(Inasal Eats Co.)의 음식이 썩 괜찮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고기에 잘 배어 있고, 식당 내부도 쾌적한 편이다. 메인 음식이 앞에 놓이면 라임과 간장으로 소스를 만들고, 밥에 고추기름을 뿌려 비비면 된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까지 더했으니 부족할 게 없다. 큼지막한 닭다리 한 조각과 밥 한 덩이가 단돈 4,300원(179페소)이다. 가성비 좋은 음식이 다채로운 풍미까지 겸했으니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침, 점심 고민 해결
에픽 카페 코론 & MC Cafe
코론에는 서양인 여행자가 정말 많은데, 이들의 입맛과 취향을 맞춘 식당이 곳곳에 있다. 덕분에 메뉴 걱정은 덜 수 있다. 여행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는 데다가 물가도 저렴하다. 음식을 몇 가지씩 주문해도 부담 없다.
식당과 카페는 코론-부수앙가로드(Coron-Busuanga Rd), 리얼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는데, 에픽 카페 코론(Epic Cafe Coron)과 맥 카페 & 바(MC Cafe & Bar)가 인기다. 에픽 카페 코론은 아침과 점심으로 활용하기 좋다. 다양한 커피 메뉴(시그니처 - 타그바누아 커피· 시솔트 캐러멜 라떼·에픽 프라페)와 맥주, 차, 주스, 셰이크 등이 있고, 밥 또는 토스트 & 달걀이 포함된 올데이 브렉퍼스트(베이컨 & 달걀·와규 콘비프·스페니쉬 초리조·파니니 샌드위치 등), 피자(시푸드·베이컨·치즈·베지테리언 등), 보울(그라놀라·가든), 케이크(뉴욕치즈케이크·에스프레소 케이크 등) 등 식사와 디저트 메뉴도 갖췄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긴 영업시간도 장점이다.
맥 카페 & 바는 식당이자 쉼터다. 왜냐고? 코론에서 호텔을 제외하고 에어컨을 켜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맥 카페는 언제나 시원하다. 서양인을 비롯해 많은 여행자가 무더운 오후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몰려든다. 메뉴도 파스타와 피자 같은 양식, 디저트, 커피, 주류로 구성돼 있다. 노트북을 가져오는 이들도 있고, 낮술을 즐기는 여행자도 쉽게 볼 수 있다.
잠자는 거인을 찾아서
탭야스산 전망대
바다를 보는 색다른 각도, 바로 전망대다. 코론에서 가장 높은 산인 탭야스산을 오르면 전망대가 맞이한다. 근사한 일몰을 볼 수 있고, 코론 아일랜드와 코론 도심이 어우러진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다. 20~30분 정도 열심히 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 별다른 표식이 없어도 전망대에 도착한 셈이다. 굳이 찾자면 벽에 새겨진 ‘IamCORON’이 표지판이 된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전망대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연결된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마치 거인이 잠을 자는 모양새다. 억지는 아니고 진짜로. 현지인들은 옛날부터 알았는지 ‘슬리핑 자이언트(Sleep Giant)’라는 애칭도 붙였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