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원 여행 트렌드는 ‘JTYS형’이다. 나만 모르는 새로운 MBTI 유형인가? 소심하게 궁금해할 필요 없다. ‘JTYS’는 강원특별자치도 폐광지역인 정선, 태백, 영월, 삼척의 영문명 첫 글자를 따 온 말이다. 요즘 이 지역들은 검은색으로 대변되던 석탄과 폐광의 역사 위에 무지개색처럼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덧대고 있다. 정선, 태백, 영월, 삼척의 현지 투어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가는 색다른 여행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주목!
●정선
오직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고로쇠리카노
단임길
정선아리랑시장에 자리 잡은 카페, ‘단임길’은 정선의 오지마을 단임골로 향하는 도로명과 같은 이름을 쓴다. 정선에서도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단임골에는 고로쇠나무가 무성하다. 철이면 농민들이 이곳에서 힘들게 고로쇠 수액을 채취해 판매하는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던 정은희 대표는 고로쇠를 활용한 식품을 개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고로쇠와 에스프레소를 결합한 메뉴를 만들었다. 이름은 고로쇠와 아메리카노를 합친 ‘고로쇠리카노’. 지구상에서 오직 단임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커피로 고로쇠의 단맛과 에스프레소의 쓴맛이 부드럽고 절묘한 합을 이룬다. 카페인에 취약한 ‘논커피족’이라면 고로쇠와 정선의 꽃차를 조합한 고로쇠 꽃차가 좋은 대안이다. 고로쇠 꽃차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사상 체질에 기반한 고로쇠 꽃차 테라피 체험을 추천한다.
향기로 기억하는 정선
이내향가
누구에게나 후각으로 기억되는 여행의 순간이 있다. 후각은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이자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다. 이내향가는 여행자들이 정선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향기를 담아 건넨다. 동강을 타고 흐르는 바람, 산들 여기저기 피어나는 야생화 등 정선의 자연 향기를 모티브로 향수, 디퓨저, 멀티 퍼퓸 등을 개발해 선보인다. 원하면 직접 정선의 향기를 담아내는 조향 체험도 가능하다.
정선의 자연으로 만드는 비누도 함께 판매한다. 곤드레, 황기 등 로컬 자원을 활용한 천연비누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가치를 내세워 내 몸에도, 지구에도 이롭다. 정선의 지역색을 살린 비누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내 손으로 나만의 여행 기념품을 만들어 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태백
태백의 미식, 문화 신상 여행지
문곡역1962
1962년, 문곡역의 시작은 대단했다. 국내 굴지의 민영 탄광이었던 함태탄광과 수천 명의 광부가 살던 상장동 사택촌이 지척에 있어 문곡역은 화물과 승객을 실어나르는 역할로 늘 분주했다. 태백산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라 등산객과 관광객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 쇠퇴 속에 함태탄광이 문을 닫고 사택촌의 광부들도 떠나면서 2009년부터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으로 격하됐다.
그렇게 잊혀 가던 문곡역이 2024년 10월, 문곡역1962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제는 화물과 승객을 실어나르는 기차역이 아닌 태백의 역사와 문화, 미식을 전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태백과 문곡역의 찬란한 한때를 같이한 연탄을 매개로 다채로운 미식, 문화 콘텐츠가 펼쳐진다. 기차를 기다리던 대합실에서 연탄불 위에 지글지글 고기를 구우며 설레는 여행 이야기를 풀어 보자.
전국 유일의 자연 방목 사슴목장 카페
초록뿔언덕
자연+동물+카페, 힐링의 3박자가 어우러진 목장 카페가 요즈음 인기다. 산양목장, 양떼목장, 알파카목장 등 다양한 테마의 목장 카페를 전국 각지에서 만날 수 있는데, 자연 방목 사슴목장 카페는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대지에 자연 방목으로 사슴을 키우던 목장에 카페가 들어선 건 지난 연말. 카페라는 대중 공간이 생긴 덕에 푸른 대지 위에 사슴이 뛰노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많은 이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커피 한 모금 입에 물고 청정한 자연과 자유로운 사슴을 눈에 담는 호사는 태백이기에 가능한 일. 감상을 목적으로 가둬둔 사슴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보는 마음도 편하다.
사슴과 목장을 좀 더 가까이서 관람하고 싶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자연 방목장인 만큼 항상 사슴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슴을 꼭 보고 싶다면 먹이 주는 시간(오후 3시 전후)에 맞춰 방문할 것.
●영월
건강한 디저트로 건네는 달콤한 위로
위로약방
누군가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방식은 다양하다. 한은경 대표는 당뇨를 앓던 어머니에게 소소한 위로를 드리고자 팥으로 만든 저당 ‘팥콜릿’을 만들었고 이걸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 계기로 건강상의 이유로 단 것을 멀리해야 하는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자 다양한 저당 디저트를 개발했다. ‘위로’라는 단어를 마음에 깊이 새긴 그가 해마다 단종의 넋을 위로하는 단종제를 여는 영월에 마음을 뺏긴 건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표적인 탄광 마을이었던 마차리에 위로약방을 열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로컬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껏 영월에서 캔 쑥으로 만든 저당 파이와 아이스크림, 영월 쑥과 천연 자일리톨을 넣은 무설탕 사탕, 영월 콩으로 빚은 저당 약과 등을 만들며 달콤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탄광마을 할머니들이 만드는 살아 있는 연극
영구잇다
영월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 청년은 우연히 마주한 옛 탄광마을 마차리에 첫눈에 반했다. 마을에 마음을 주니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궁금증도 새록거렸다. 그는 마차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솔직하고 진솔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삶을 담은 연극을 만들기로 했다. 할머니들에게는 생전 처음 가져 보는 ‘배우님’이라는 타이틀 아래 당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외지 여행자들에게는 탄광 마을에서 살아온 어르신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무대에 서겠다고 지원한 할머니들은 매주 마차리의 한 회관에 모여 연극 연습을 했다. 힘들고도 신명 났던 연습 끝에 피어난 결과물이 11월 10일 무대에 오른다. 탄광 마을에서 일생을 보낸 할머니들의 진짜 인생이 담긴 연극을 감상하고,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한 탄광문화촌과 동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약과를 파는 위로약방 등을 두루 돌아보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삼척
즐겁되 편안한 머묾의 가치
삼락관
삼척해변, 맹방해변, 장호항, 삼척해상케이블카, 삼척해양레일바이크 등 삼척은 해안을 따라 매력적인 여행지가 가득하다. 쪽빛 바다를 실컷 눈에 담았다면 삼척이란 지역을 좀 더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는 도심으로 눈을 돌려 보자.
삼척 도심에는 지난해 말 국보로 승격된 관동팔경의 백미 죽서루가 당당하게 서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골목으로 눈길을 돌리면 복합문화공간 삼락관이 포착된다. 1920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재생한 삼락관은 중정을 품은 ‘ㅁ’자형 건축물에 놀이체험실, 작은도서관, 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100년 넘은 가옥이 주는 아늑함 속에서 쉬어 가기 좋은 공간으로 초콜릿 만들기, 커피 브루잉 같은 체험이 머묾의 즐거움을 살린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로잉업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진정한 쉼을 위해, 일상에서 벗어난 변화를 위해, 색다른 경험을 위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때로는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아가면 좋을 곳이 삼척 그로잉업이다.
그로잉업은 삼척의 자연 속에서 힐링을 누리는 동시에 미술치료, 심리상담 같은 전문 프로그램이 더해지는 완벽한 심리 여행을 제안한다. 삼척의 바다나 숲, 또는 그로잉업의 편안한 실내 공간에서 심리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혼자도 좋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여도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른 여행길에서 내 마음을 치유하고 나와 주변인의 관계를 개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 보자.
글 김수진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