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도시로 발돋움한 부산. 여행자의 발길이 닿는 곳엔 언제나 머물고픈 카페가 있다. 아침을 깨우기 위해 한 잔, 바쁜 여행에 휴식을 더하기 위해 또 한 잔, 그렇게 부산의 향에 서서히 스며든다. 에디터가 반한 부산 카페 3곳을 모았다.
사색, 프렌치 토스트, 그리고 커피
요코커피바
여행이 길어지면 북적이는 중심가를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해운대에서는 센텀시티, 마린시티, 해운대 해수욕장 말고 현지인의 공간으로 말이다. 중동에 있는 요코커피바도 훌륭한 도피처가 돼 준다. 카페와 바가 공존하는 장소로,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약간 나른한 오후에 요코커피바를 방문한다면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그리고 버터의 풍미가 매력적인 시오 프렌치 토스트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두께감 있는 식빵을 속은 촉촉하게, 겉은 크렘 브륄레처럼 설탕을 토치로 구워 달콤함을 더했다. 마지막은 소금과 버터로 차별화했다. 익숙하지 않은 조합인데, 약간의 소금으로 단맛은 배가 되고, 기분 좋은 짭짤함이 뒤따라온다.
그리고 카운터 좌석에 앉아 핸드드립 또는 사이폰으로 추출되는 커피를 바라본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기대에 부응하듯 커피는 향긋하고, 원두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신맛, 새콤함을 원한다면 콜롬비아나 케냐를, 참기름처럼 고소한 풍미를 선호한다면 과테말라가 적당하겠다.
골목길에 피어나는 커피 향
일기장
광안해변로를 따라 걸으면 조금 허름한 골목에 닿는다. 이곳에 두 번째 카페가 있다. 간판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일기장은 그런 곳이다. 문을 열면 낮은 조도, 로스팅 기계, 우드톤의 가구, 보석함 같은 구움과자 쇼케이스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윽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메뉴판에서 커피에 대한 주인장의 고집이 보인다. 아메리카노 원두만 해도 3가지를 준비해뒀고, 드립커피를 위한 원두도 7~8가지를 준비했다. 합리적인 가격, 부족함 없는 맛도 놓치지 않았다. 커피만큼 휘낭시에, 까눌레, 마들렌 등의 구움과자로 이름난 곳이다. 길쭉한 휘낭시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매력적인 휘낭시에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
게다가 계절에 어울리는 음료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으니 몇 번을 찾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참, 드립백과 원두도 판매하고 있으니 부산 여행에 대한 일기는 커피로 대신해도 되겠다.
주말 아침에 생각나는 곳
상록수 베이커리 파크
쉬는 날에는 그런 기분이 든다. 일상적으로 먹는 밥은 당기지 않고,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 이럴 때 어울리는 곳이 중동의 상록수 베이커리 파크다. 사계절 잎이 푸른 나무를 일컫는 상록수라는 가게명에 걸맞게 내부도 숲처럼 꾸몄다. 초록초록한 기운이 가득해 소풍을 온 기분마저 든다.
공간을 한 번 둘러보면 자연스레 매대를 채우고 있는 화려한 빵에 눈길이 간다. 메인은 캉파뉴 샌드위치다. 담백한 캉파뉴의 속을 잠봉+버터, 버섯+가지, 바질 리코타, 프로슈토+브리 치즈+토마토, 앙버터, 무화과 크림치즈, 블루베리 크림치즈 등 다양한 재료로 채운다. 이 밖에도 초코, 레몬 스콘 등도 있다.
사실 빵보다 더 인상적인 건 핸드드립 커피다. 바리스타의 좋은 눈썰미로 고른 원두를 즐길 수 있는데, 웬만한 로스터리 카페보다 만족스럽다. 특히, 리치와 오렌지, 레몬 등 시트러스와 상큼함이 돋보이는 서머 블렌드 수지(Summer blend Suzy)는 얼죽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부산+
미쉐린이 꽂힌 돼지국밥
나막집
미쉐린 가이드 부산편에는 3개의 돼지국밥집이 이름을 올렸다. 클래식은 합천국밥, 모던함은 나막집과 안목의 몫이다. 용호동, 광안대교가 보이는 곳에 자리한 나막집은 아주 깔끔한 국밥을 지향한다. 심지어 메뉴판에는 돼지곰탕이라 표기돼 있다.
90% 채수와 돈사골을 섞어 만든 맑은 곰탕으로, 생강으로 마지막 잡내도 없앴다. 돼지국밥 특유의 거친 향이 거의 없어 누구나 편하게 먹기 쉽다. 밥 대신 칼국수 면을 넣는 고기칼국수도 인기다.
또 곁들이는 메뉴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특히 삼겹구이는 고수와 레몬 제스트를 올려 상큼함을 더했다. 평소 고수 또는 태국 음식에 거부감이 없다면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수육, 한우 주먹밥, 전통주 잔술 등이 메뉴판을 채웠다.
미적 허영을 채우는 시간
유나갤러리 해운대
식사도 든든하게, 해운대 바다도 충분히 즐겼다면 미적 허영을 채우는 시간은 어떨까. 고전, 현대 가릴 것 없이 예술은 쉽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접점을 늘리다 보면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된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왔다면 LCT에 있는 유나갤러리(UNAW Gallery)도 한 번쯤 방문하면 괜찮겠다. 유나 갤러리는 현대미술 흐름에 반응하며 국내외 역량 있는 작가들, 미술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보유하고 있는 작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 보자.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