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찾은 일본의 장인 정신.
당신의 교토 여행을 좀 더 문화적으로 만들어줄 스폿 4곳을 소개한다.
Noh Mask
노면, 일본 전통의 가면극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노가쿠는 일본의 전통 가면극이다. 그 역사를 무려 650년 전부터 이어왔다. 교토에서 노가쿠에 사용되는 ‘노면’, 그러니까 전통극에 사용되는 가면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볼 수 있다.
‘나카무라 미츠에’씨는 1983년부터 노면 제작을 배워 지금까지 그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장인이다. 나무를 다듬어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만들고 조개껍데기 분말을 베이스로 한 도료를 가면에 바른다. 햇빛에 잘 건조 시키면 하얀 노면의 바탕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후 채색을 하는데 피부 표면의 질감, 머리카락의 디테일, 입술의 생기로움 등이 포인트다. 이빨은 검게 물들인다. 헤이안 시대때부터 노면은 ‘오하구로’에 따라 치아를 검게 물들여 표현했다. 오하구로는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일본의 고전적인 화장법이다. 얼굴을 새하얗게 화장하면 상대적으로 이가 누렇게 보였는데, 아예 이를 검게 물들이고 입술을 붉게 칠한 이다. 참고로 치열이 고르지 않은 사람의 경우 치열이 잘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재밌는 점은 이를 검게 물들이면 어느 시간 동안 유지가 되는데 식사나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수시로 칠이 벗겨졌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주기적으로 이를 검게 칠했다고 한다. 나카무리 미츠에씨의 작업실은 교토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전시 혹은 가면 제작 클래스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업실에서는 그녀가 정성으로 많은 수많은 노면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교토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을 한 번쯤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Shunzan-Gama Shunzan Mori
순잔 가마 순잔 모리, 도예 장인
도자기는 그 모양과 색, 용도에 따라 종류가 세부적으로 나뉜다. 이를테면 ‘호’는 입구에 손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도자기를 뜻하고 ‘병’은 입구에 손이 들어가지 않고 부어서 사용하는 형태. ‘매병’은 입구가 좁으며 어깨가 넓고 밑이 홀쭉하게 생긴 병을 뜻한다.
교토는 일본에서도 도자기로 유명한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교야키, 기요미즈야키다. 교토의 다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세련되고 화려한 그림이 특징이다. 교야키는 히가시야마 산기슭을 중심으로 퍼진 도자기이고 기요미즈야키는 청수사 주변에서 만들던 도자기를 뜻한다. 과거 교토에는 수많은 가마터가 자리했지만, 현재는 도자기 산업이 쇠퇴하여 현재는 정말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순잔가마는 교토에 몇 남지 않는 도자기 공방이다. 빨간, 노랑, 초록, 보라, 감청색으로 구성된 오색 물감으로 도자기에 아름다운 색채를 입혀낸다. 실제로 내부에 전기 가마도 가지고 있어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색을 칠하고 그것을 구워내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공방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순잔가마에서 구워낸 다양한 도자기들을 판매 전시하는 편집숍도 자리한다. 도자기를 굽는 체험이 부담스럽다면 그릇 쇼핑 겸 둘러봐도 좋을 곳이다. 이 근방 곳곳으로 도예 장인들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어 근처를 천천히 산책해보는 것도 좋다.
青窯会会館
청요회 회관, 교토 도자기
교토 센유지(Sennyuji) 지구에는 크고 작은 도자기 공방이 모여있다. 청요회는 교토 센유지에 작업실을 둔 도자기 장인들의 모임이다. 청요회 회관에서는 이 모임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청요회 회관 건물은 무려 1975년에 지어졌고, 청요회는 1960년대에 결성되었다고 한다.
청요회 회관에서 취급하는 도자기의 대부분은 교야키, 기요미즈야키다. 현재 50여 채의 가마가 소속되어 있어, 상당히 다채로운 디자인의 도자기를 구경 혹은 쇼핑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도자기를 만들고, 꾸미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도자기 가격대는 적게는 1만원대부터 많게는 100만원대까지 준비되어 있다. 매장 입구에는 상품 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제품들을 모아두는 코너가 있다.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기능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도자기이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득템할 수 있다.
Shunzan Botanic
순잔 보타닉, 분재의 매력
교토 유명 도예 공방인 순잔 가마에서 생산한 화병, 화분에 심어진 식물을 판매하는 편집숍. 화분과 화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분재나 다육이 종류다. 분재는 식물이 환경에 맞춰서 성장한다는 특징과, 특유의 재생력을 이용한 예술이다.
일본에서 분재 문화는 생각보다 더 대중화되어 있다. 17세기 중엽 만들어진 ‘3대 쇼군’이라고 부르는 분재는 수령이 500년에 달하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며 살아있다고 한다. 일본식 분재의 특징은 자로 잰 듯 매우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 이런 분재가 교야키, 기요미즈야키처럼 세밀하고 독창적인 도자기와 만나면 시너지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순잔 보타닉의 바로 옆 가게는 순간 가마에서 구워낸 다양한 도자기 작품을 판매하는 그릇 편집숍이다. 매일 시끌벅적 붐비는 교토에서 잠시 여유를 찾고자 한다면 산책 겸 들러봐면 좋을 곳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