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높은 곳에서 기다란 원통형의 물체가 떨어진다. 이내 끝부분에서 새빨간 불길이 뿜어져 나오지만, 물체는 속도를 줄일 뿐 여전히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고 몸체를 좌우로 기우뚱하며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커다란 기둥에 다다른다. 이를 감지한 듯 기둥에 있는 집게 두 개가 오므라들며 원통형 물체를 잡아내고, 동시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로켓 발사를 거꾸로 돌려 본 것 같은 영상 속 주인공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세계 최대 우주선, 스타십의 추진체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에서 우주여행을 위해 개발한 세계 최대의 우주선이다. 총길이는 약 120m로, 40층 높이의 건물과 맞먹는 높이다. 스타십은 1단 로켓인 ‘슈퍼헤비’ 추진체와 2단인 ‘스타십 우주선’으로 구분된다. 슈퍼헤비는 이름처럼 크고 무거운 추진체로, 엔진 33개를 사용해 로켓을 땅에서 힘차게 밀어낸다. 그리고 스타십 로켓은 우주로 이송될 사람과 물체를 싣는 공간으로, 총 100명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비를 100톤까지 실을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슈퍼헤비 추진체를 회수해 또 다른 스타십 우주선에 활용하고자 한다. 추진체를 재활용함으로써, 우주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 아니라 재발사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추진체를 회수할 수 있던 것일까? 스페이스X의 스타십 시범 발사 시도를 되돌아보며, 추진체 회수를 위해 사용된 기술들을 살펴보자.
스타십,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발사체 회수 성공
그동안 스페이스X는 우주선을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발사했던 로켓을 회수하는 시험 비행을 해왔다. 첫 도전은 지난해 4월로 굉음과 함께 발사된 스타십은 수직으로 솟아올랐지만, 발사된 지 4분 만에 폭발했다. 연이은 두 번째 도전에서도 발사 후 10분 만에 폭발하고 말았다. 성공 가능성이 엿보인 것은 세 번째부터다. 올해 3월, 발사대를 떠난 스타십은 목표 높이에 다다른 후, 1·2단 로켓은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다만 지구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추진체가 분해돼 절반의 성공을 기록했다. 네 번째 도전이 이어진 6월에는 스타십이 지구 궤도를 돌고 무사 귀환했을 뿐 아니라, 추진체가 바다로 떨어져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로켓이 많이 파손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10월 13일, 스타십은 다섯 번째 시험 발사에 도전했다. 미국 텍사스 스타베이스 발사대를 떠난 스타십은 3분 만에 목표 고도인 70km 부근에 다다르며, 1·2단 로켓이 순조롭게 분리됐다. 이후 1단 추진체의 엔진을 점화시켜 천천히 하강하며, 발사대의 로켓 팔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즉 1단 추진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링 매니저, 케이트 타이스는 “오늘은 공학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며 스타십의 성공을 자축했다.
스타십 회수에 동원된 첨단 기술들
이번 시험 발사가 화제된 이유는 추진체 회수를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먼저 지구로 귀환한 추진체의 엔진에는 수평 유지장치인 ‘짐벌’이 13개나 탑재됐다. 짐벌은 엔진의 추진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추진체가 회전하거나, 쓰러지지 않게 만든다. 그 덕분에 발사체가 하강 속도와 방향,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안정적으로 발사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발사대에 달린 로봇팔 역시 추진체 회수에 큰 역할을 해냈다. 발사대에서 90도 방향으로 뻗어있는 로봇팔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듯, 가까이 다가온 로켓 추진체를 붙잡았다. 로봇팔은 엔진 재점화와 역추진으로 서서히 하강하는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원하는 위치에 착륙시킬 수 있다. 또한 발사체를 손상 없이 회수함으로써 재사용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스페이스X의 최종 목표는 1단 추진체뿐만 아니라, 2단 스타십 로켓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의 시험 비행에선 1·2단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선보여질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십 1회 발사 비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처럼 스페이스X는 우주여행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디며, 우주선 상용화 시대를 열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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