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땅 ‘대만’.
이곳에서 찾은 예술과 숲, 바다, 위스키가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청춘 영화의 한 장면, 소류구
파란 하늘 아래의 대만은 그 자체로 청춘 영화의 무대다. 거북이의 섬 ‘소류구(小琉球)’는 더더욱 그렇다. 핑동(Pingtung) 남단에 있는 자그마한 섬인 소류구는 현지인들의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여행자는 가오슝에서 약 40~50분 달려 동강 페리 터미널에서 소류구행 배를 타면 된다.
섬에 들어가기 전, 지역 최대 해산물 시장인 ‘화차오 어시장(Huaqiao Fish Market)’에서 식사하는 것도 잊지 말자. 터미널 바로 옆에 자리한 시장에는 400여 개에 달하는 상점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참다랑어(혼마구로)는 초밥이든 회덮밥이든 어떠한 형태로도 꼭 맛봐야 하고, 숭어로 만든 어란(우위즈, 烏魚子)도 경험해야 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30분간의 항해도 거뜬하다.
소류구는 이름처럼 작은 곳이다. 대중교통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사실 필요도 없다. 여행자 대부분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를 빌려 섬을 돈다. 외곽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도 1시간이면 충분하고, 자동차도 거의 없어 도로가 안전한 편이다. 중간중간 사진 찍고, 쉬었다 간다 해도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 물론 한 번 들어오면 다시 나가기 싫을 정도로 예쁜 섬이라 이른 아침에 와도 되고, 스킨스쿠버 같은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
시작점은 섬을 대표하는 꽃병 모양의 산호 바위(Vase Rock)다. 유명세만큼 멋진 풍경인데, 거북이가 자주 출몰해서 그런지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구경 후에는 외곽 해안도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면 된다.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지만, 전기자전거로도 충분히 오를 수 있고, 블랙 데빌 케이브(Black Devil Cave)와 베니스 비치(Venice Beach) 등 바다를 낀 명소들도 몰려 있다. 시원한 바람을 안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소류구에 동화된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강 페리 터미널
동강 → 소류구 첫 배 07:00, 소류구 → 동강 마지막 배 17:20
타이난의 상징, 쓰차오 녹색 터널
대만의 크고 작은 역사에서 타이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한때는 네덜란드인이 지배했던 땅이고,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공자 사당인 쿵쯔먀오(Kongzimiao, 1665년 건립)가 있고, 옛 청나라 시대의 정취가 짙은 션농지에(Shennong Street)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타이난을 찾는 여행자가 가장 기대하는 건 ‘쓰차오 녹색 터널(Sicao Green Tunnel)’이다.
작은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가 터널처럼 숲을 이룬 약 800m 구간을 여행한다. 30분간 유유히 타이난의 아마존을 누비며 자연에 스며든다. 사방에서 벌레 울음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습지를 무대로 뛰노는 게도 슬쩍슬쩍 얼굴을 비춘다. 조금 깊숙이 들어가면 더욱 완벽한 녹색 터널을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물결에 나무가 비추는 순간, 터널은 마치 입술처럼 보인다.
신비로운 풍경이지만, 비슷한 모습이 계속되니 자칫 감정이 무뎌질 수 있다. 가이드 겸 캡틴이 슬기롭게 분위기를 푼다. 선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먼저 녹색 터널이 가장 이쁜 지점에 멈춰 사진 찍을 기회를 주고, 재촉하지 않는다. 이때를 잘 활용하려면 보트 가장 앞자리를 선점하고 있어야 한다. 또 나뭇가지들이 꽤 내려와 있어 머리를 부딪힐 위험이 있는데, 미리미리 조심하도록 ‘머리 피해 또는 조심해’라는 말을 다국어로 안내해 준다. 물론 한국어로도 상냥하게 외친다. 강렬한 낭만을 경험한 후에는 바로 옆 다중사(Sicao Dazhong Temple)도 구경하자. 거대한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이 인상적인 사원으로, 지역 신앙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상상 이상의 하루, 가오슝 치진섬
가오슝은 대만 제2의 도시이자 남부의 중심이다. 항구 도시였던 터라 산업적으로 큰 역할을 했고, 문화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던 지역이다. 지금의 가오슝도 다르지 않다. 보얼예술특구를 중심으로 대만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바삐 돌아가는 도심만큼 수려한 자연경관도 가오슝의 자랑거리다. 가장 눈부신 건, 육지에서 단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가는 길은 단순하다. K-MRT(지하철) 오렌지 라인 또는 LRT(트램)의 종착역인 하마싱(Hamasen)에서 내려 수많은 오토바이가 쏟아져 나오는 방향으로 걷는다. 구산 페리 터미널(Gushan Ferry Terminal)에서 단돈 30TWD(약 1,270원)면 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여행자를 새로운 가오슝으로 데려다주는 것 치고는 너무나 저렴하다. 게다가 육지에서 섬으로 가는 아주 짧은 시간마저도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시 전경과 바다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배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항구에 정박한다. 이윽고 치진(Cijin)섬에 발을 들인다.
섬은 가오슝을 여행하는 이들뿐 아니라 현지인도 심심하면 오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해산물 식당, 버블티와 오징어 구이 등을 판매하는 노점이 여럿 있고, 가오슝 등대, 해수욕장, 사원, 교회, 조형물(무지개 교회 등) 볼거리도 많다. 일본이 대만을 통치했던 당시의 흔적도 있다.
가볍게 둘러보려면 도보만으로 충분한데, 조금 더 넓은 범위를 탐험하려면 전기자전거나 스쿠터를 활용하면 된다. 시속 30km가 넘지 않게 설정돼 있어 비교적 안전한 편이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어 추천한다.
버블티를 들고 바닷가 쪽으로 향하면 대형 간판 같은 CIJIN 조형물이 나온다. 수평선이 보이는 치진해수욕장에 잘 도착한 것이다. 서핑에 몰두한 친구들, 모래사장에 누워 쉬고 있는 사람들, 모래사장을 걷는 연인들, 바에서 신나게 마시고 떠드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진섬을 즐긴다. 이방인도 푹 빠지게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마지막 선물도 놓치지 말자. 뭐냐고? 모든 사람이 기다리는 환상적인 일몰이다. 복불복, 본인의 운에 맡겨야 하나 기다릴 가치는 충분하다. 방문했던 날은 아쉽게도 조금 흐렸다. 첫 방문은 아니었고, 이미 치진섬의 진가를 확인했던 터라 애써 담담한 척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선셋 바에서 간단히 칵테일을 마시면서 여정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웬걸. 조금씩 주황빛을 보이던 하늘은 이내 분홍빛 오로라를 폭발시켰다. 분홍색, 보라색, 주황색 등 갖가지 색이 폭죽처럼 터지자 사람들의 탄성도 커져 갔다.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은 마치 백일몽 같았다. 치진섬은 또 한 번 여행자를 감동시켰고, 흡사 전도사처럼 가오슝과 치진섬을 이곳저곳에 소개하기를 자처했다.
전통이 깃든 문화창고, 국립전통예술센터 이란공원
대만의 인사동은 이란현에 있다. 대만 전통과 예술, 자연이 응축된 ‘국립전통예술센터 이란공원(Yilan Park of National Center for Traditional Arts, NCTA)’이 그 무대이고, 자오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자리했다. 광활한 터에는 과거를 품은 사당이 있고, 대만의 전통 공예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품을 마주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고, 예술과 자연을 아우른 공원도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NCTA는 크게 상설 전시, 전통 공예, 전통 음악 및 공연 등이 진행되는 3개의 홀, 이란현 정씨 가문의 사당이자 100년 역사의 광샤오 사당을 비롯해 3개의 건축물(원창 사당·황 급제자의 가옥), 대만 전통 옛 거리의 축소판인 원창가를 포함한 3개의 거리(루반가·린수이가)로 구성돼 있다. 명확한 콘셉트로 공간이 구성된 만큼 하나하나 집중해서 보게 된다. 특히, 대만 장인들의 예술품을 감상하고, 작업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여행에서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라면 전통 복장부터 대여하자. NCTA 건물 대다수가 오래된 서양 건축물과 대만 전통 주택인 만큼 어느 건물을 배경으로 찍어도 인상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머리 손질, 액세서리 등은 무료로 더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광장, 미식 거리와 상점가(공예품·차·패션 등), 호텔도 조성돼 있어 오랜 시간 머물러도 모든 시간을 부족함 없이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 또 둥산강(Dongshan River)의 수로와 인접한 곳에 조성된 호수에서 배를 타거나 예술품으로 꾸며진 공원을 거닐면서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할 수 있다. 즉, NCTA는 과거와 현재, 자연과 대만인의 감각이 어우러진 공간인 셈이다.
나의 아담한 온천마을, 자오시
대만 사람 혹은 대만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자랑하는 게 있다. 대만 곳곳에 분포한 온천이다. 우라이(Wurai), 베이터우(Beitou) 등이 온천 숙소가 많고, 물이 좋기로 유명한 지역인데, 한 곳 더 기억하는 게 좋겠다. 타이베이에서 약 1시간 거리(자동차·기차 등)에 있는 이란현의 온천마을 ‘자오시(Jiaoxi)다. 도보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온천 숙소와 온천 공원, 맛집 상점가 등이 몰려 있고, 타이베이와 허우통 고양이 마을(Houtong Cat Village)에서 접근성도 준수하다. 온천마을인 만큼 물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이곳 온천수는 유황 냄새가 거의 없고, 맑고 매끈한 질감이 특징이다.
여행자는 예산에 맞춰 머물 곳만 정하면 되는데, 이왕 여기까지 왔다면 가마란 스타 호텔(Gamalan Star Hotel)을 권한다. 루프톱 온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뷔페 레스토랑, 단정한 객실 등이 장점이다. 또 중심부에 있어 온천 공원과 맛집, 시장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1층에는 스타벅스도 입점해 있다.
지역의 맛도 빠트릴 수 없다. 자오시를 비롯해 이란현의 특산품으로 파(Spring Onion)와 토마토, 금귤 등이 꼽힌다. 가게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이를 활용한 음식과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자오시의 성심당이라고 불리는 ‘이쉬엔(奕順軒)’에서 판매하는 파 빵과 파맛 에그롤, 파맛 혓바닥 과자, 코쉬총요빙(柯氏蔥油)의 총유빙(파전병)은 한 번쯤 경험할 만하다.
타이베이의 한강, 다다오청 부두 마켓
타이베이에는 대만 북쪽을 관통하는 단수이강(Tamsui River)이 흐른다. 마치 우리 한강처럼 말이다. 자연스럽게 이 강을 활용하는 공간들이 생겼는데, 대표적인 곳이 ‘다다오청 부두 마켓(Dadaocheng Wharf Container Market)’이다. 오전과 오후에는 강변을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여행자의 발길은 뜸하다. 다다오청 부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빨라도 오후 4시, 최적의 시간은 오후 5시30분 이후다.
해가 지면서 타이베이의 하늘이 짙은 푸른색을 보이고, 화창한 날에는 주황빛으로 물든다.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부두에 둥지를 튼 컨테이너 식당에서 갖가지 음식과 음료를 주문해 공용테이블에서 즐기면 된다. 경쟁이 치열한 좌석은 강과 맞닿아 있는 바와 컨테이너 위 루프톱 테이블이다. 대만식 먹거리(오징어 볶음·버블티·핫팟 등)뿐 아니라 피자와 핫도그, 한국식 치킨 & 떡볶이, 오코노미야끼, 바비큐, 퀘사디아 등 세계 음식도 여럿 있다. 취향에 맞게 고르기만 하면 되고, 가격도 대체로 합리적이다.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이 추천할 수 있다. 따다오청 부두 마켓을 저녁 일정으로 둔 날에는 ‘중산(Zhongshan) 카페거리’에서 대만 MZ의 감성을 느끼고,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통 상점 거리 ‘디화지에(Dihua Street)’에서 오후를 보내면 된다.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면 모두 걸어서 이동할 만하다.
대만의 시그니처, 카발란 위스키
제한된 시간만 주어진 여행자들은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최선의 것들만 쏙쏙 골라서 경험해야 하니 랜드마크, 시그니처, 대표라는 수식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실 것, 그게 주류라면 카발란 위스키(Kavalan Whisky)가 있어 고민을 덜 수 있다.
카발란 위스키는 월드 위스키 어워즈 2015의 베스트 아시안 싱글몰트 부분에서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한국 팬들도 많은데, 이란현에 있는 카발란 양조장(Kavalan Distillery)까지 기꺼이 찾아갈 정도다. 양조장은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의 성지로,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어 인기다. 카발란 위스키의 역사, 주조 과정 등을 관람하고, 황홀한 향과 맛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기억해 두면 좋은 정보가 하나 더 있다. 카발란이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이란현의 옛 이름으로, 이 땅을 지금껏 보물처럼 가꿔 온 이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또 이란현의 청정한 물을 이용해 지금도 위스키를 양조한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자유 여행자라면 타이베이에서 출발하는 당일 투어(자오시 온천마을+국립전통예술센터 이란공원+카발란 양조장)를 신청하면 된다.
이란현까지 이동하는 게 부담스러운 여행자라면 타이베이에 있는 ‘카발란 위스키 바’를 활용하자. 다양한 종류의 카발란 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는데, 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종류도 있어 갈 만하다. 특히, 3가지를 비교할 수 있는 시음 패키지를 추천하며,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와 비노바리끄 싱글 캐스크 스트랭스는 강력히 권한다. 이 밖에도 카발란 위스키와 진을 활용한 칵테일, 디저트 등이 준비돼 있다.
타이베이의 백수저, Ya Ge
전체 여정 중 한 번은 특별한 식사가 필요하다. 지역의 식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는 건 물론이고, 여행의 마침표가 화려해진다. 끝이 좋으면 대체로 여행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가. 타이베이에서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야거(Ya Ge)가 적절한 선택이다.
2024년까지 7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획득한 전통 광둥식(칸토니즈) 레스토랑이다. 주방은 홍콩 출신의 청궉훙(Cheng Kwok-Hung) 셰프가 이끌고 있으며, 25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요리를 선보인다. 메인 다이닝과 별도의 식사 공간도 매력 요소다. 곳곳에 중화풍 예술 작품을 설치하고, 고풍스러운 오브제를 배치함으로써 절제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음식은 대만 전역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활용해 다채롭게 구성했다. 시그니처 메뉴로는 펑후(Penghu) 로브스터 튀김 요리, 버섯과 블랙 트러플 페이스트로 볶은 전복 등이 있다. 로브스터 튀김은 적양파와 마늘로 향을 더하고, 백합구근을 볶아 식감을 보충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전복도 버섯으로 식감과 향을 채웠고, 트러플로 방점을 찍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메뉴는 오리 달걀 흰자를 활용해 빚은 만두(속은 상급 제비집·진화햄·치즈 등으로 채움)다. 모양새부터 일품인데, 4시간 동안 끓인 진한 닭 육수를 활용한 소스가 맛을 완성한다.
이 밖에도 크리스피 치킨, 꿀 소스 흑돼지 바비큐, 관자·새우·전복·돼지고기 등을 활용한 딤섬, 말린 부레를 활용한 수프 등에서도 광둥식 요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식사 중 목을 축일 차와 와인 리스트도 세심하게 구성했다.
친근한 맛, 루러우판 & 러차오
여행 중이라면 응당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궁금하다. 대만은 어떨까? 아침에는 주로 대만식 부침개인 딴빙, 또우장(두유) 등을, 점심과 저녁에는 훠궈, 루러우판, 우육면 등을 즐겨 먹는다. 식후에는 대체로 차(특히, 우롱차)를 마시고, 더운 날씨 탓인지 빙수도 즐긴다. 대중적인 찻집 브랜드로는 50 Lan이 있고, 빙수는 제철 과일을 활용하는 곳이라면 웬만하면 맛있다.
다양한 현지 음식 중에서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게 있다. 바로 루러우판이다. 잘 만든 돼지갈비찜을 흰쌀밥 위에 얹은 돼지고기 덮밥으로 이해하면 된다. 상상만 해도 맛있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가오슝의 유명한 루러우판 맛집인 보 홈(Bo Home)에서도 한 그릇이 고작 65TWD(약 2,750원)다. 양이 부족하면 한 번 더 주문하면 그만이다. 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이절임, 목이버섯무침 등의 반찬을 시켜도 6,000~7,000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또 대만 맥주를 곁들인 식사가 필요하다면 러차오(熱炒) 식당으로 향하자. 가게명에 러차오가 포함돼 있으면 고기, 해물, 채소를 활용한 볶음 요리와 맥주를 즐기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격 대비 양이 많아 가성비가 훌륭한 편이고,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타이베이 중산역 근처 산산취(33區熱炒生猛海鮮)도 유명한 곳인데, 죽순 고기볶음과 바질 동죽 조개볶음, 볶은 돼지 간, 땅콩을 곁들인 오징어입 튀김 등이 대중적인 메뉴다. 대체로 간이 세 시원한 맥주와 궁합이 좋다.
소박한 대만 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전통 요리를 화려하게 해석한 식당들이 궁금하다면 밍 푸(Ming Fu), 골든 포모사(Golden Formosa), 미폰(Mipon) 등을 메모해 두자. 세 곳 모두 별을 받은 레스토랑들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대만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