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F 소설가 테드 창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두고 인터넷을 떠도는 흐릿한 JPEG 파일과 같다고 말했다. JPEG는 컴퓨터에 사진이나 그림을 저장할 때 쓰는 확장자명으로 이미지를 압축해 용량을 낮춰준다. 그러나 압축은 필연적으로 손실을 동반하기에 복사가 계속될수록 사진의 질은 곤두박질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지식 역시 그렇다. 인공지능이 생성해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지식은 원본의 열화된 복제판이다.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거나 핵심 개념이 잘못돼 있거나 아예 가짜일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정확한 정보, 가치 있는 지식을 검색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국가 과학기술 정보 분야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손실 없는 지식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목표에 맞춤인 ‘사이언스온(Science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언스온은 어떤 서비스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단 한 곳에서 세상 모든 지식을
2019년 출범한 사이언스온은 과학기술 정보와 연구데이터 검색, 정보 분석 서비스 및 연구 인프라 활용을 단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자, 기업과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지식 탐구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널리 퍼진 다양한 과학기술 정보 및 데이터를 연계해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특징 덕분에 이용자의 접근성과 활용성이 극도로 높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R&D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사진 2. 사이언스온은 과학기술 정보 및 데이터를 연계해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연구자, 정책 입안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이용할 수 있다.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핵심 기능은 메인 페이지에서 모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메인 최상단에는 KISTI가 제공하는 모든 지식 인프라를 찾을 수 있는 통합검색 서비스가 있다. 여기에는 국내 및 해외 논문뿐만 아니라 특허정보, 국가 R&D 보고서, 동향 정보, 연구자 정보 등을 망라한다. 또 국내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논문 약 366만 건, 해외 학술지 논문은 약 1억 2천만 건을 넘어서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 놀라운 건 학술대회에서만 발표된 프로시딩까지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허 역시 국내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그 외 국제특허까지 수천만 건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만약 최신 과학기술 논문을 조사해서 리포트를 써야 하는 대학생이라면, 또는 학위 논문이나 저널에 출판할 논문 주제를 고민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무분별한 정보로 길을 잃을 수도 있는 구글링이나 챗GPT 사용보다 사이언스온이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학원생이고 ‘지능형 로봇’으로 연구 주제를 잡았다고 해보자. 사이언스온에 해당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학회와 협회를 모두 포괄해 7,083건의 국내 논문을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천 건 이상의 특허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지능형 로봇의 연구 동향을 살필 수 있으며 이 주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까지 소개해 준다. 즉 사이언스온에서만 검색해도 현재 지능형 로봇의 최신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연구기관과 연구자가 있는지 파악해 나만의 연구 주제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 맞춤으로 지식을 활용한다
더욱더 구체적인 안내를 받고 싶다면 지식 인프라를 이용해 보자. 지식 인프라는 국내외 학술 정보를 자신의 이용 목적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 별, 목적별 주제로 분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크게 데이터 유형, 연구 단계, 이용 목적에 따라 지식을 탐색할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사이언스온은 내가 누구인지 즉, 공공기관 종사자인지 교육기관 종사자인지, 산업체 종사자인지, 일반 국민인지 등을 구별해 맞춤 데이터를 찾아주며 활용 시나리오까지 제시한다.
이 같은 지식 인프라를 통해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자 간 혹은 연구자 및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소통, 슈퍼컴퓨터 같은 인프라 자원 이용,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 산업 분석, 교육 수강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KISTI는 한발 더 나아가 이용자의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 바로 지능형 분석 서비스다. AI 헬퍼(AI-Helper)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논문의 연구 주제, 방법, 결과를 요약, 번역해주며 용어 설명까지 제시해 준다. 사이온스온 에널리틱스(ScienceON Analytics)에서는 마치 인용지수처럼 사이언스온에서 제공하는 논문, 특허, 보고서 등 콘텐츠에 대하여 이용자들이 실제 활용한 통계를 산출해 어떤 콘텐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려줘 연구 활동을 좀 더 밀접하게 지원한다.
사진 4. 사이언스온 AI 헬퍼(AI-Helper) 서비스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논문의 연구 주제부터 방법, 결과를 요약 및 번역해 줄뿐 아니라 용어 설명까지 제시해준다. ⓒ사이언스온 홈페이지 캡처
그 밖에 사이언스온 트렌드(ScienceON TREND)는 최신 과학기술 트렌드와 토픽을 사이언스온 내부 콘텐츠 및 외부 콘텐츠를 끌어와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비만 치료제, 개인정보보호, 단백질 구조 예측 등 오늘날 가장 ‘핫’한 연구 분야의 정의, 관련 주요 학회,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사이언스온랩(ScienceON LAB) 섹션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기능 등을 이용해 보고 개선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사이언스온은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환경이라는 측면 덕분에 과학기술 대중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초중등 학교에서 공모전 및 토론 행사에 참여할 때 유튜브를 검색하듯이 사이언스온을 통해 자료를 구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도서관 사서들이 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학술 자료 찾기를 교육할 때 사이언스온이 RISS 같은 학위 및 학술 논문 검색 사이트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보는 힘이다, 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어떤 정보인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열화되지 않은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전파하는 사이언스온 같은 플랫폼이 미래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다.
글 :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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