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대개 비슷한 일들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어제와 같은 버스를 타고, 거리를 지나며,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같이 말이다. 언젠가 분명 처음이었을 순간들은 익숙해진다. 스마트폰 속 쇼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것, 눈에 띄는 것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면 그제야 눈길을 주고 멈추게 될 뿐. 출근길 차창 너머로 지나치는 거리는 새롭게 바라보기 어렵다.
그 비슷하던 일상의 풍경을 새삼스럽게 보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 바로 여기, 이호준 작가의 신간인 흑백 사진 에세이 《직조》가 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직조’는 기계나 베틀로 천을 짜는 일이자, 곧바로 비춘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일상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은 이 사진집의 제목은 빛과 그림자라는 씨줄과 날줄로 만들어낸 사진과, 그 흑백 사진으로 곧게 비춘 일상을 뜻한다.
일상의 어떤 모습을 담았을까? 목장갑 같은 일상의 개체에서 시작해 동네 골목길로 이어진다. 평소에는 그저 스쳐 지나기 바빴을 법한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아 ‘주목’하게 만든 것이다. 책에서 사진들을 보여 주는 방식 또한 이에 한몫한다. 책의 목차를 미술관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해 두었기 때문. 책은 ‘1전시실: 점선’부터 ‘6전시실: 포물선’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갖가지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제각기 다른 ‘선’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편집자는 책을 독자의 두 손에서 열리는 상설 전시라 여기며 흰 지면을 전시실 벽면 삼아 사진 한 장 한 장 걸 듯 편집했다고 한다.
저자인 이호준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눈에 익은 풍경이 아름다워 보여 DSLR을 구입해 사진을 찍게 됐다. 때는 40대 중반을 넘어서던 시점이었는데, 어느덧 30여 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이라고 한다. 처음 카메라를 샀을 때처럼 여전히 휴일 새벽마다 카메라를 메고 걸으며 일상 속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다. 국내 유수의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대학과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사진 특강을 하고 있다.
남현솔 기자, 자료 제공 궁편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