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교토는 일본 간사이(관서) 여행의 공식과 같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2개 도시 조합만으로 여행을 가랴. ‘나라’라는 새로운 옵션을 더해 또 다른 깊이의 여행을 만날 수 있다. 오사카 텐노지역에서 나라까지는 고작 40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일본 전통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중심지인 긴테쓰나라역 주변에는 관광지와 맛집도 밀집해 있다. 이번에는 나라의 낭만적인 밤을 즐길 수 있는 야경 명소와 맛집, 카페, 기념품 상점까지 두루두루 눈에 담았다.

●담백한 일본 가정식의 정수
카나카나
도시를 이동하는 것은 거리와 상관없이 조금은 진이 빠진다. 새로운 동네에 발을 들이면, 먼저 맛있는 식사로 기분을 전환하기를 추천한다. 긴테쓰나라역에서 도보 15분,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정갈한 가정식 맛집이 있다. 일본의 집밥 콘셉트에 걸맞게 외관부터 짱구 할아버지네 집이 생각나는 포근한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난다. 식당 내부는 다다미방으로 꾸며져 있어 일본의 차분한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카나카나의 특별한 점은 흔하게 알려진 일본 음식이 아니라 일본인들만 알법한, 본토 농도가 짙은 요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는 것이다. ‘카나카나 가정식’과 ‘새우 카레’가 대표 메뉴인데, 카나카나 가정식은 제철에 따라 메뉴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가을에는 타카나를 올린 밥과 된장국, 감자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일본식 스튜, 곤약조림, 두부요리, 오히타시, 감 샐러드가 제공된다. 누가 봐도 건강한 식단에 감칠맛도 잊지 않았다.

후식으로는 음료와 달콤한 자몽 젤리가 제공된다.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1,530엔으로 모두 다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별미인 새우 카레도 코코넛의 풍미와 큼직한 새우, 그리고 치트키인 된장이 한데 버무려져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하고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혼자 온 것이 아닌 이상 두 메뉴를 함께 주문하길 추천한다. 새우 카레는 단돈 950엔이다.
●가성비 핸드메이드 도자기
만누노(Mannuno)
카나카나에서 4분 정도 걸으면 자연스레 발길을 이끄는 세련된 외관의 기념품 상점, 만누노(Mannuno)를 만날 수 있다. 직접 천에 색을 물들여 만든 옷과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빚은 수제 도자기들이 가득해 두 눈을 즐겁게 만드는데,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 소비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다.



가게 바깥에 진열된 찻잔들은 660엔의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튼튼하고 크기도 제법 크다. 주전자, 찻잔, 그릇 등 도기류부터 의류, 일본풍 키링과 엽서 등 다양한 수제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 이곳에서는 지인에게 줄 선물 고민을 덜 수 있다. 나라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여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많이 연다.
●맑물광(맑은 물의 광경)
사루사와 이케
긴테쓰나라역에서 나와 히가시무키 상점가를 지나면 사슴들이 큰 연못 주변을 서성인다. 이 연못은 ‘사루사와 이케’로 무려 749년에 만든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그만큼 얽힌 전설도 많다. 이곳에서 용이 승천하기도, 연못의 7대 불가사의가 전해지기도 한다. 1959년에는 갑자기 물색이 붉게 변해 지구 종말설이 돌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미리 알고 연못을 구경해서인지 실제로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은 배 위에 올려진 붉은 천을 둘러싼 위패들을 보니 괜스레 섬뜩하기도.

연못의 물이 정말 맑아 주변의 나무들과 건물들이 오차 없이 그대로 비쳐 보여 밤에도 아름다운 곳이다. 밤이 되면 까맣게 변하는 연못 위로 밝게 빛나는 스타벅스 사루사와 이케점이 거울을 맞댄 듯 그대로 물에 비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훌륭했다. 소중한 사람과 손을 잡고 연못가를 크게 돌아보며 산책을 즐기다 스타벅스에서 연못 뷰를 배경으로 차 한 잔을 홀짝이는 코스를 추천한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빙수 전문점
호세키바코
디저트에 진심인 나라, 일본은 빙수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곱게 간 얼음 위에 시럽을 뿌려 먹는 일본식 빙수를 ‘카키고오리’라고 부르는데 긴테쓰나라 역 근처에도 카키고오리를 맛있게 말아주는 카페가 있다. 긴테쓰나라역 동쪽 출구를 나오면 히가시무키 상점가가 펼쳐지는데 상점가에 들어와 8분 정도 걸으면 호세키바코에 도착한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바(Bar)에 착안해 개조한 이색 빙수 전문점이다.

각양각색의 빙수들을 선보이는데 가장 인기 많은 메뉴는 스페셜 말차 빙수와 파스텔 후르츠 빙수다. 비교적 보기 드문 후자 메뉴를 주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탁월한 안목의 소유자다. 우유와 후르츠라니 수박에 쌈장 같은 조합이지만 편견은 금물, 조화가 남다르다. 잘게 갈아 부드러운 우유 얼음에 새콤달콤한 후르츠가 섞여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파티를 연다. 계속 손이 가는 맛이라 1인 1빙수로 제격이다.

빙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차가운 속을 달래기 위해 따뜻한 말차 라테도 권한다. 녹차의 진하고 깊은 맛이 오래도록 입안을 감돈다. 파스텔 후르츠 빙수는 1,500엔이며 스페셜 말차 빙수는 1,320엔이다.
●사슴이 건너는 다리
우키미도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쉼과 힐링을 원한다면 우키미도만 한 곳이 없다. 긴테쓰나라역 주변의 숨은 명소로 사람 흔적 대신 사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우구이스 연못에 팔각당 형식의 작은 정자가 떠 있는데 다리가 육지와 연결돼 있어 정자까지 걸어갈 수 있다. 정자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면 거북이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정자에 앉아 조용히 휴식을 즐기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풀릴 것만 같다.

낮의 우키미도도 예쁘지만 밤에는 정자와 다리에 조명이 빛나 색다른 절경을 이룬다. 사슴이 정자의 다리를 건너는 진풍경을 본 관광객도 있다고 하니 행운의 기회를 잘 잡아보자.
글·사진=김예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