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에 1,800만원, ‘그녀’가 머물렀다는 초호화 호텔.
카펠라 싱가포르에 직접 가 봤다.
그녀의 픽
2024년 3월, ‘디 에라스(The eras)’ 투어로 싱가포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당시 그의 행적 하나하나가 기사화될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건 역시 ‘어디서 묵었는가’였다. 1박에 무려 한화 1,800만원. 테일러가 머문 초호화 럭셔리 숙소.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던 호텔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카펠라 싱가포르다.
일단 위치부터 셀럽들의 픽을 받을 만하다. 카펠라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센토사섬 안에서도 3만6,000여 평 규모의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에 고층 건물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비밀 은신처’ 같은 느낌이랄까.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위치다. 오붓한 가족 모임이나 로맨틱한 커플들만의 시간, 혼자만의 편안한 휴가부터 진지한 회담까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던 장소도 카펠라 싱가포르다.
객실 수는 총 112개. 객실 타입은 4가지로 나뉜다. 매너, 빌라, 스위트룸, 일반 객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투어 당시 묵었던 룸 타입은 매너 중에서도 ‘콜로니얼 매너’다. 욕실이 딸린 3 베드룸을 갖춘 프라이빗한 독채 빌라. 들어서자마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이 압도적이다. ‘와, 뭐죠 여긴?’ 터지는 감탄사에 호텔 매니저가 흔한 리액션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호텔 객실이라기보단 모 기업 회장님의 고급 별장 한 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크기와 럭셔리함이다. 각 침실엔 킹사이즈 침대가 있어 최대 성인 6명과 어린이 1명까지 숙박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와 전용 풀은 물론, 거실 공간과 취사 가능한 부엌까지 갖췄다. 은은한 패턴의 벽지와 따뜻한 조도의 조명 등 세심한 터치도 엿보인다.
곳곳에 놓인 장식품마저 심상치 않다. 수년에 걸쳐 전 세계의 예술가, 제작자, 골동품 전문가, 빈티지 상인 및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모아 큐레이팅해 둔, 카펠라 싱가포르만의 정성과 개성이 깃든 인테리어다. 여기에 2024년 11월에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거쳐 빈티지 가구를 활용해 기존보다 한층 더 아늑한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사실, 콜로니얼 매너는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 ‘테일러의 픽’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곳이다.
‘진짜’ 휴식
당연한 얘기지만, 매너의 유일한 장벽은 가격이다. 롤렉스 시계 하나 가격을 1박 숙박에 쓴다는 건 할리우드 스타가 아니고서야 일반 여행객에겐 ‘그사세’ 얘기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제안. 매너가 아니더라도 카펠라 싱가포르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빌라 타입 룸이다. 매너보단 크기가 작지만, 역시나 프라이빗하다. 풀숲이 우거진 부지에 자리한 38개의 빌라는 모두 전용 풀이 있는 야외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별도의 거실과 침실, 욕실 공간이 모두 분리되어 있어 개방감과 아늑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화장실은 22도, 거실은 25도, 침실은 26도. 룸마다 에어컨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점도 섬세하다. 스마트 기기의 활용도도 높다. 객실에 놓인 전자 패드 하나면 음식 주문부터 커튼 여닫기까지 터치 한 번으로 모든 게 가능하다. 왓츠앱으로 실시간으로 필요한 것들을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빌라에서 투숙객이 해야 할 일은 그저 편하게 놀고먹는 일뿐이다.
열대 환경 가운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도록 설계된 점도 마음에 든다. 커튼을 열면 정글 같은 숲이 펼쳐지고, 야외 샤워부스엔 천장이 없다. 푸른 하늘과 굽어진 야자수가 곧 천장이다. 마침 1 베드룸 가든 빌라에서 2박을 연박하면 3일째 숙박이 무료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프로모션이 아니더라도 3박은커녕 5박 이상 머물러도 떠나는 순간엔 아쉬움만 가득할 곳이다. 내가 그랬다.
카펠라에 머문다면 카펠라 컬처리스트의 추천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액티비티와 행사 등 싱가포르인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경험들을 친절히 소개해 준다. 지역 주민의 집을 방문해 페라나칸 음식을 요리하거나 마작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빈티지 사이드카를 타고 도시를 누비며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의 형성 과정을 알아볼 수도 있다. 2024년, 카펠라 싱가포르는 ‘세계 50대 베스트 호텔’에서 33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참고로 1위는 카펠라 방콕이었다). 카펠라 컬처리스트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해 보면 그 이유가 저절로 납득된다.
호텔 뒤편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그대로 잔잔한 팔라완 비치와 이어진다. 숲과 바다, 싱가포르의 낙관적인 하늘과 그 아래 숨겨진 휴식처, 카펠라 싱가포르. 1,800만원, 팝스타, 초호화, 럭셔리.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진짜 휴식이, 이곳엔 있다.
카펠라 싱가포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F&B 3곳
CASSIA
카시아
현대적인 중국식 레스토랑. 중국 남부와 서부의 향신료에서 영감을 받은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 현지 요리법을 기반으로 신선한 제철 재료만을 사용해 현대와 전통을 결합한 창작 요리를 제공하는데, 비싼 만큼 값을 하는 식당이다.
BOB'S BAR
밥스 바
호텔 중앙에 위치한 바. 스티키 망고 위스키, 리치 칼라만시 등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재료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제작된 칵테일 및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해 질 녘이라면 되도록 야외 좌석이 좋겠다.
THE PINEAPPLE ROOM
파인애플 룸
2024년 8월15일에 오픈한 칵테일 바. 파인애플은 1849년까지 싱가포르에서 세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었다고. 싱가포르에서는 환대와 번영, 풍요, 행운을 상징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클래식 칵테일도 훌륭하지만, 싱가포르의 문화 태피스트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는 스페셜 칵테일을 맛보길 추천.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카펠라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