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트에서 페즈까지 차량으로 2시간 정도 소요됐다. 페즈로 들어서자 고원의 산자락에 빼곡히 들어선 색 바랜 가옥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정신적, 문화적 수도라는 페즈, 9,000개의 골목이 숨겨 놓았을 이야기에 호흡이 점차 빨라져 갔다.


신기한 골목 여행
페스 엘 발리
페스 엘 발리 (Fès-el-Bali)로 들어서면 더 이상 자동차는 볼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보행자 전용 구역이다. 페스 메디나는 마치 신밧드의 모험이 열리듯 구불대며 이어진다. 이토록 좁은 골목은 모로코의 식생활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시장, 음식점, 학교, 모스크에 게스트하우스까지, 혼잡스럽지만 발걸음마다 재미가 쌓인다.


레스토랑인 ‘밥 사흐라 페즈(Restaurant Bab Sahra Fès)’는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특별한 곳이다. ‘밥 사흐라’는 페스 엘 발리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선 후 ‘이런 곳에 무엇이 있을까?’라며 갸우뚱하게 되는 막다른 지점에 자리한다. 메디나의 모든 집이 그렇듯, 겉으로 봐서는 결코 내부를 상상할 수 없는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 호화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중앙에 파티오와 분수를 갖춘 전형적인 모로코풍으로 꾸며져 있는데 사실 오너가 2019년에 이 건물을 인수한 후 하나하나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실내를 장식한 모자이크는 젤리 타일을 직접 제조해 50여 명의 인부가 2년 동안 작업한 것이란다.

마침 레스토랑에서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모로코의 전통 찜 요리인 ‘타진’을 배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참으로 간단했다. 각종 채소 위에 닭고기를 올리고 향신료를 뿌린 후 원뿔 모양에 손잡이가 달린 뚜껑을 덮어서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어느덧 저녁, 여전히 구불거리는 골목을 걸으며 가로등에 주목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라케시, 라바트 메디나에서 본 것과 같았다. 조명갓 기둥 내부를 하얀색으로 칠해 빛이 들어오면 라인만 빛나게 하는 구조다. 밤하늘에 등이 홀로 떠 있는 한 느낌이랄까.
비둘기 똥이 만들어 낸 세계 최고의 가죽
슈아라 테너리
‘슈아라 테너리’는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무두질(가죽을 피혁으로 가공하는 과정) 공장 중 하나로 페즈강 지류 변에 자리하고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쾌쾌한 가죽 내가 코를 찌른다. 공장이 가까워질수록 더 큰 악취가 풍겨 온다. 무두질을 위한 동물들의 배설물이 범인이다. 입구에서 냄새 중화를 위해 민트잎을 나눠 주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은 입장부터 망설이게 된다.

테너리의 풍경은 흰색 액채와 다양한 염료로 채워진 돌 통에서 완성된다.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팔레트에 수채화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광경이다. 흰색의 액체는 가죽을 세척하고 연화시키는 데 쓰인다. 재료는 무려 소 오줌, 비둘기 똥이다. 거기에 산화칼슘과 소금을 섞는다. 2~3일의 세척 과정 후에 가죽은 천연염료에 담가져 착색되며 햇볕에 건조된 후 원단으로 탄생한다. 중세부터 이어 온 생산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한다. 페즈 가죽이 세계 최고로 꼽히는 데는 이렇듯 이유가 있었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