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성 한 움큼, 아니 몽땅 들어간 오사카 맛집과 카페를 각각 2곳을 모았다. 아마 들어가면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오사카에서 먹는 집밥, 오니기리 타임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으로 만든 오니기리를 판매하고 있다. 마치 아기 볼을 잡듯 둥글둥글 쥐어 주먹밥인데도 푹신한 식감이 든다. 오니기리 타임(Onigiri Time)은 쇼와초역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데, 동네 어린이, 학생, 주부, 직장인들이 끼니를 사기 위해 들르는 로컬 밥집이다.
간호사 출신의 셰프가 영양가와 맛을 고려하여 주재료인 쌀부터 다양한 속 재료까지 직접 엄선한 재료만 사용한다. 대표 메뉴는 매실 고등어 오니기리. 여기에 매일 ‘오늘의 메뉴’를 선보이는 까닭에 메뉴 선택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2개를 주문해야 하고, 세트 메뉴도 준비돼 있다.

사쿠라 세트는 오니기리 2개(선택 가능), 미소시루(된장국), 반찬 3종이 제공된다. 고슬고슬한 밥, 딱 맞는 간의 속 재료가 어우러져 먹다 보면 어느새 말끔히 비워진 접시만 남는다. 곁들임으로 나온 오독오독한 톳 샐러드와 토마토 샐러드, 동그랗게 말려서 찐 가지도 입맛을 돋운다.

내부에는 혼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바 테이블부터 도란도란 먹을 수 있는 다다미 좌석, 테이블이 있다. 물론 포장도 가능하다. 따뜻한 원목 가구와 연둣빛이 어우러져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을 느껴 보자.
풍족한 카츠 정식, 타고 가츠
일본 하면 튀김 아닌가. 이곳에서는 튀김의 왕 ‘돈가스’를 비롯해 새우튀김, 함박스테이크를 한 접시에 담은 점심 메뉴가 있다. 겨우 1,100엔(한화 약 1만1,000원)의 가격으로 말이다. 2명 기준 6~7팀이면 꽉 차는 아담한 식당이지만, 점심시간에는 근처에서 일하는 이들이나 주민으로 붐빈다. 진짜 로컬 맛집인 셈이다.


그래서 그럴까. 외국어 메뉴판도 없다. 메뉴판이 흰 종이에 검은 글자처럼 느껴진다면 파파고 앱을 활용해 사진 번역을 이용해 보자. 본격적인 식사 시작. 돈가스, 새우튀김, 함박스테이크 위 농밀한 소스가 담뿍 올라가 있고, 그 아래에서는 아삭하고 신선한 샐러드가 도톰하게 쌓여 있다. 미소시루에는 건더기 가득하다. 팽이버섯이 쫄깃쫄깃, 양파가 아삭아삭 씹혀서 일반 일식집에서 먹는 건더기 없는 미소시루보다 더 숟가락이 자주 간다. 관광지 근처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푸짐한 양과 맛을 모두 갖춘 곳이다.
편집숍 같은 찻집, 와드 오모테나시 카페
차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차만 파는 건 아니다. 호지 차, 우지 말차 같은 각종 차는 기본, 다과와 구운 떡, 그리고 일명 차빙수(茶氷水)도 판다. 둥그런 언덕처럼 다독다독 쌓은 순 얼음 위에 별도로 나온 차 시럽을 조금씩 골고루 부어 먹으면 된다. 냉침한 차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일단 시럽이기에 당연히 달콤하고, 차 본연의 향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순전히 얼음과 차 시럽뿐이기에, 평소 토핑이 듬뿍 들어간 빙수를 즐겼다면 입맛에 맞을지는 미지수다.

금방 녹을세라 열심히 먹다 보면 배가 불러온다. 그럴 땐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쉬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낮에는 온통 노란빛, 주황빛 조명으로 카페가 채워져 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등, 눈높이에 설치된 스탠드, 천장에 매달린 등까지 모두 와드(wad)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주연들이다.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다기들도 전시되어 있어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거나 메뉴를 맛보면서 구경해도 좋다. 바 테이블 안쪽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다기를 골라 차를 내리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메뉴를 즐기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정통 모찌를 만나는 곳, 모치 다쿠미 시즈쿠 신마치점
바깥에는 간판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다면 아마 잘 찾았을 가능성이 큰 곳이다. 갤러리인지 카페인지 헷갈린다면 그것도 맞다. 일본에 있는 3개의 지점 중 신마치점은 Coherent Gallery라는 갤러리도 겸하고 있다. 차와 모찌(もち)를 즐기면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카운터 앞에는 가로로 길게 견본 모찌와 다과가 일렬로 알록달록 놓여 있는데, 이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뛰어난 법. 그중에서도 빨간색이 인상적인 모찌, 후란보와아즈다이후쿠(フランボワーズ大福)는 기분을 바꾸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비트로 붉은색을 냈고, 안에는 라즈베리 퓌레가 들어가 있어 톡톡 씹힌다.

지점별로 스테디셀러 모찌가 있는데, 신마치점은 이 빨간 모찌가 그렇다. 이 밖에도 검은콩이 들어간 쿠로마메모치(黒豆餅)와 쿠로모치(黒餅), 쑥이 들어간 쿠사모치(草餅)등이 있다. 참, 모치의 주재료가 되는 팥, 쌀가루, 설탕, 잡곡 등은 자연농법 또는 무농약으로만 재배한 것을 공수해 사용한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