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여행기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2달 만에 10만명을 달성했다. 올리버와 릴리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OL_ 안녕하세요. 65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여행 인스타그램, ‘올리버 여행기’를 운영하는 올리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여행 사진 촬영하는 법을 위주로 여행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제작, 편집해 업로드하고 있어요.
LI_ 릴리입니다. 올리버 여행기 콘텐츠의 모델이자 제작 파트너예요. 거래처와의 소통, 일정 관리, 콘텐츠 제작 계획 등을 맡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OL_ 회사를 다닐 때 여행이 유일한 낙이었어요. 평일에 맑은 하늘을 보면 꼭 회사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나이 서른이 넘으니 지금이 아니면 회사도, 여행도 떠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22년 10월에 퇴사하고 발리로 한 달 여행을 갔죠. 처음에는 매일 기록 삼아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을 올렸는데, 추억으로 남기도 하고 팔로우나 댓글 등의 반응이 조금씩 있어 신기했어요. 본격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 23년 3월에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됐어요.
-2달 만에 10만명, 2년이 지난 현재는 65만명이 됐네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죠?
OL_ 퇴사도 했겠다, 무엇보다 간절함이 컸어요. 딱 2달만 스스로에게 기회를 줘 보자고 다짐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증가든, 협찬 제안이든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다시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렇다고 단순히 콘텐츠만 많이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요.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분석하고, 수백만원 들여 전자책, 강의, 유튜브 등으로 인스타그램에 관한 모든 것을 공부하고. 하루에
2개씩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편집했어요.

-콘텐츠는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나요?
OL_ 일단 제가 소비자의 시선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봐요. 어떤 게 재밌고 참신한지 파악하죠. 그리고 이게 왜 잘됐는지 분석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참고해요. 특히 국내 정서에 맞게 바꿔 볼 때가 많아요. 일종의 현지화를 시키는 거죠. 또 평소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이런 구도로 찍어 볼까?,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올까?’ 등을 생각해 보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놔요. 때가 되면 나가서 콘텐츠를 만들죠.
LI_ 올리버 여행기의 주요 콘텐츠가 사진 촬영 꿀팁이다 보니, 직접 현장에 가서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 장소를 관찰해요. 올리버 머릿속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걸 바탕으로 제작하기도 해요.
-콘텐츠 팔로워와 조회 수가 처음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을 때, 어떠셨나요?
OL_ 서울숲 꽃밭에서 커플 사진 찍는 법을 다룬 릴스 조회수가 무려 450만 회가 넘어갔어요. 그게 저희가 만든 5번째 릴스였는데, 릴리와 제가 커플로 출연한 첫 릴스였어요.
LI_ 사실 이전까지는 계속 올리버만 출연하다가 제가 콘텐츠에는 ‘커플이 나와야 된다!’라고 주장해서 찍게 된 거였죠.
OL_ 보통 조회 수가 높아도 팔로우 전환율은 낮기 마련인데, 무려 2%가 넘었더라구요. 릴스 하나만으로 거의 9만 명의 팔로워가 늘어난 거죠. 너무 신기하고 좋았는데, 지인 중 한 명이 ‘지금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물 들어올 때 얼른 노 저어’라고 조언해 줬어요. 성장하다가 멈추면 그 후에는 다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왕 성장하는 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인스타그램 운영하는 시간을 거의 3배 이상으로 늘렸어요. 인스타그램 운영 초기에는 하루 6시간씩 투자했는데 무려 17시간을 쏟기 시작한 거죠.
-그럼 거의 하루 대부분을 일만 했다는 이야기인데, 한 편으로는 지치기도 했을 것 같아요.
OL_ 사실 작년에 번 아웃이 왔어요. 일하는 시간 자체도 많은데, 평소에도 끊임없이 콘텐츠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다 보니 점차 지쳐 갔어요. 외부에서 일도 계속 들어와서 일정을 미리 잡아 두니까,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었어요. 이게 계속 쌓이니까 번 아웃이 온 것 같아요. 그때부터 일을 줄여 나가고 있어요. 인력도 충원했고요. 매일 일이 끝나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 OTT를 잠깐씩 보곤 해요.
LI_ 올리버 인생에서 여행이 직장 생활의 유일한 돌파구였는데, 그게 일이 되어 버리고 막혀 버리니 갑갑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게 매 순간 즐거울 순 없더라고요. 지루하거나 힘든 순간도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꿔 보기로 했어요. 여행 중 기쁨을 느끼는, 아주 짧지만 강렬한 순간을 위해 떠난다고 생각하기로요.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우리가 좋아할 만한 순간을 꼭 끼워 넣기 시작했어요. 올리버는 호수에서 수영하기, 저는 가만히 앉아 사색하기처럼 말이죠.
-크리에이터에게 정체기는 치명적일 것 같아요.
OL_ 보통 인스타그램 계정은 성장하다가 멈추는 시기, 그러니까 정체기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분명 꾸준히 해 왔던 대로 잘하고 있는데, 왜 팔로워의 반응이 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쉽죠. 이때 저는 기존 콘텐츠가 식상해졌다고 판단 후 콘텐츠의 결을 바꿔 봅니다. 시행착오를 꾸준히 거치다 보면 다시 반응이 오기도 하더라고요. 결국 변화를 통해 정체기를 꾸준히 극복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남들은 모르는 크리에이터만의 고충이 있을까요?
LI_ 사실 올리버 채널이 잘 되고 나서 콘텐츠를 카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올리버가 속앓이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그 사람들한테 먼저 연락하더라고요. 뭐라고 나무라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해지자고요. 그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가 않으니까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참 대단했어요.
OL_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치킨게임이 아니다’라고요. 뺏고 뺏기고, 이런 경쟁만 추구하면 계속 속만 좁아질 테니까요. 해마다 크리에이터가 비약적으로 많아지는 세상인데, 결국 시장 자체를 키워서 협업하고 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다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편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돈보다 재미가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여행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해 주신다면요.
LI_ 여행보다는 크리에이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콘텐츠 창작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잘하는 사람이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행만을 바라보고 뛰어들기에는 힘들 수 있어요.
OL_ 여행 크리에이터. 사실 겉보기에는 엄청 좋아 보이죠. 하지만 화려하고 즐거워 보이는 사진과 영상이, 사실은 대부분 일이죠. 만약 자신이 1,000억 원이 있어도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돈보다 콘텐츠 제작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어야겠죠. 제가 만약 1,000억 원이 있으면 광고를 일절 받지 않고 제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만 만들고 싶어요.
글 남현솔 기자 사진제공 올리버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