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예상되며, 올해도 2% 남짓에 그칠 전망이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외식, 패션 같은 비필수 소비부터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PC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 느려지더라도, 부족하더라도 당분간 버텨보자는 생각이 들 법한 시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히 미룰 수는 없다. 업무와 여가를 포함해 PC는 이제 생필품에 가까운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PC는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일반 가전과는 다르게 구성 요소가 명확히 구분되는 제품이다. 완성된 기기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CPU, 메인보드, 메모리, 파워 서플라이, 키보드 등 수십, 수백 개의 부품으로 조합할 수 있으며, 각 부품의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조립 PC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을 걷어내고, 순수하게 성능과 가격의 균형을 맞추려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최적화하면서도 원하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 조립 PC다.
1. 진정한 가성비는 정품에서 시작된다
PC 조립을 위한 부품을 선택할 때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놓치는 부분은 가격에만 집중한 나머지 제품의 모델명과 최저가만 비교하고, 정품 여부를 간과하는 것이다. 정품 인증이 되지 않은 제품은 고장이나 수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증을 받을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최저가만을 기준으로 구매하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 오히려 완제품 PC를 구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직구 또한 예전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과거에는 국내 벤더들이 중간 마진을 붙여 가격을 높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PC 시장은 성숙해졌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품 가격도 안정화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해외 직구의 가격적 이점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유통사를 통해 국내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 시피유 정보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등의 가품 시피유 구매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품 문제는 PC 부품 중에서도 특히 CPU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CPU는 그래픽카드와 함께 가장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가품 제조업자들의 주요 타깃이 되기 쉽다. 특히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틈을 타, 테무(Temu)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가품 쿨러가 포함된 패키지 제품이 발견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정품과 구별이 어렵지만, 크기, 높이, 전선 품질 등의 차이에서 가품임이 드러난다. CPU는 냉각 성능이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품질이 낮은 가품 쿨러를 사용하면 발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PC 수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품 문제는 이전 14세대 CPU에서도 다수 발견된 바 있다. 14세대 CPU는 LGA1700 소켓을 기반으로 동작하는데, 이는 12세대부터 동일하게 사용된 소켓이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레이저 각인을 위조하고 인식 ID를 조작해 12세대 CPU를 14세대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중고 거래 시장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고로 판매되는 CPU의 경우 원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어려워 보상을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으며, 가품 제조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에 15세대 제품도 결코 예외라고 볼 수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가품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 사용중인 시피유의 정품 확인은 리얼시피유를 통해 가능하다.
2. 인텔 CPU 정품 tip '박스 or 밸류' 패키지
PC를 구매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구매한 사용자라면, 인텔 CPU의 정품 여부를 구별하는 방법은 기본적인 상식에 속한다. 특히 2025년 2월을 기점으로 정품 CPU 패키징 방식이 변경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박스로 구성된 패키지가 정품의 기준이었으며, 패키지에는 정품 쿨러, CPU, 그리고 전용 박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요소는 박스 측면에 부착된 정품 스티커(홀로그램) 여부다. 유사품이 많은 PC 시장 특성상, 홀로그램 스티커 하나가 중요한 기준점이 되며, 특히 CPU는 가격대가 높은 만큼 해외발 가짜 제품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소비자의 면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새로운 '밸류팩(정품)' 패키지 도입
2025년 2월 말부터는 새로운 형태의 정품 패키지, ‘밸류팩(정품)’이 추가되었다.
이제 쇼핑몰 및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밸류팩(정품)’이라는 표기로 기존 박스 정품과 구별하고 있으며, 조립 PC를 구매할 때도 CPU 부품명에 ‘밸류팩(정품)’이 포함되어 안내된다. 그러나 제품 자체는 기존 박스 정품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 기존 정품 박스 제품 대비 더 저렴한 가격
✔ 동일한 정품 보증 기간 및 보증 기준 적용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다 합리적인 소비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밸류팩(정품)은 기존 정품 박스 제품과 동일한 품질과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3. 인텔 정품을 공급하는 유통사는 단 3곳
인텔 프로세서는 공식 유통사 3곳을 통해서만 정품으로 공급된다. 국내에서 인텔이 인증한 공식 유통사는 코잇, 인텍앤컴퍼니, 피씨디렉트로, 이들 유통사가 공급하는 제품만이 한국 시장에서 인텔의 공식 정품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병행 수입 제품은 무엇일까?
공식 유통사를 통해 공급되지 않은 제품으로,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소량으로 들여와 유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추후 사용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공식 유통사의 AS를 받을 수 없으며, 구매한 해외 루트를 통해 별도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구(해외 직접 구매)는 요즘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는 방식이지만, 단순한 환차익만 고려하고 구매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15세대 코어 울트라 2 시리즈를 해외에서 운 좋게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관세 및 배송비를 포함하면 국내 정품 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인텔 정품을 구매할 경우 제공되는 ‘국내 3년 보증 서비스’는 큰 강점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비용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병행 수입 제품이나 해외 직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CPU는 PC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기에 안정성과 사후 지원까지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 편집자 주
PC 조립 시장에서 현명한 소비란 단순히 최저가를 찾는 것이 아니다. 개별 부품의 가격 비교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성능과 예산을 먼저 설정하고, 그 안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텔 코어 i7을 무조건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사용 환경과 예산을 고려해 코어 i5가 적절한지, 코어 i7이 필요한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그 범위 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CPU의 최저가만을 좇아 병행수입 혹은 해외 직구 제품을 찾기보다, 먼저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품과 비정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합리적인 구매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CPU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CPU는 내구성이 높은 부품이며, 고장 확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정품이 아닌 제품을 구매해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각종 커뮤니티나 네이버 지식검색을 보면 비정품 구매 후 문제를 겪은 사용자들의 하소연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뒤늦게 후회해봤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CPU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비교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통해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자.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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