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시노의 온천과 녹차. 물이 만든 우레시노.

相川製茶舗
아이카와 세이차호
우레시노는 일본 3대 비하다노유(미인온천)로 꼽히는 천연온천이 나오는 지역이다. 온천만큼 유명한 게 또 녹차다. 우레시노는 분지 지역이기 때문에 안개가 짙게 끼고, 공기와 물이 깨끗해 일본에서 유명한 녹차 산지로 꼽힌다. 우레시노 녹차의 찻잎은 둥글고 광택이 흐른다. 그 모습이 옥돌과 비슷하다고 하여 ‘옥녹차(玉綠茶)’라고도 불린다. 맛은 담백하며 쓴맛보단 고소함이 주로 입 안에 감돈다. ‘아이카와 세이차호’는 다양한 종류의 우레시노 녹차를 판매하는 숍이다. 품질 좋은 다구(茶具, 차 도구)도 함께 전시한다.

虎之井手本店
도라노코 이데주조
도라노코 이데주조는 1868년에 개업한 우레시노의 전통 양조장이다. 작지만 현대적인 숍 옆쪽으로 예스러운 분위기의 양조장이 이어진다. 참고로 도라노코는 호랑이의 새끼를 뜻한다. 이데주조에서 양조되는 술은 대부분 일본식 청주, 사케다. 보통 사케는 단맛이 강조되기 마련인데, 이곳의 사케는 단맛에도 감칠맛이 느껴져 균형감이 좋은 편이다. 베스트셀러는 역시 준마이 다이긴죠. 준마이는 쌀과 누룩, 물만을 사용해 만든 사케를 뜻한다. 다이긴죠는 쌀의 도정율을 뜻하는데 50% 이하, 최대로 도정한 것이다.

うれし庵
우레시안
우레시안은 우레시노 온천 상점가에 위치한 카페다. 딸기, 생크림, 녹차로 만든 크림이 듬뿍 들어간 모찌가 시그니처 디저트. 카페 한편에는 기모노와 일본식 잡화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쇼핑하기 좋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우레시안의 녹차 디저트는 ‘오쿠유타카(おくゆたか)’ 품종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심하게 달지 않아 차가운 커피와 궁합이 좋다. 이외에도 파르페, 몽블랑,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채광도 좋아 느지막한 오전 여유 부리기 완벽한 곳이다.

224 Porcelain
224 포세린
우레시노는 3가지의 전통문화를 품고 있다. 1,300년 역사의 우레시노 온천, 500년 역사의 우레시노 녹차, 마지막으로 400년 역사의 ‘히젠요시다야키(도자기)’다. 히젠요시다야키는 아리타 도자기와 달리 독자적인 양식이랄 것이 없다. 자유로운 제조 방식이 특징인 셈이다. 224 포세린은 히젠요시다야키를 선보이는 편집숍이다. 컵, 접시는 물론 수저 받힘, 꽃병, 소스통, 주전자 등 다양한 형식의 도자기를 만나 볼 수 있다. 2층은 전시실이고 1층은 아웃렛이다. 아웃렛에서는 B급 제품, 시즌이 지난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한혜진이 선택한
우레시노 신상 료칸, 아도야
온천을 빼놓고 우레시노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우레시노라는 지명조차 온천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신공(神功) 왕후가 전쟁을 마치고 귀환하다 지금의 우레시노에 당도했을 때, 지친 두루미 한 마리가 강에서 몸을 담그더니 이윽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왕후는 전쟁으로 인한 부상병들에게 우레시노 강물에서 목욕할 것을 권했고, 그 물로 목욕을 한 부상병들의 상처가 말끔히 치유됐다고 한다. 왕비는 그 기쁨에, ‘우레시이(うれしい, 기쁘다)’라고 외쳤고, 그 외침이 바로 우레시노라는 지명의 유래가 됐다. 실제로 우레시노강에는 두루미가 자주 찾아와 ‘두루미가 즐기는 온천’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레시노 온천의 역사는 무려 1,300년도 훌쩍 넘었는데 아직까지 무려 하루 3,000톤 이상의 용출량을 자랑한다. 일본 내 3대 미용 온천으로 꼽힐 만큼 그 효과도 영험하다. 우레시노 온천은 약알칼리성인 동시에 약간의 나트륨 성분도 포함하고 있어 피부에 분비되는 노폐물 제거에 탁월하다. 실제로 온천물에 몸을 담고 있으면 즉각적으로 피부 결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레시노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자연스럽게 료칸을 여행의 우선순위로 두게 된다. 그래서 우레시노에는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료칸이 있다. 그중 가장 신상을 꼽자면 2023년 10월에 오픈한 우레시노 야도야(八十八)다.


야도야를 직역하면 숫자 ‘88’을 의미한다. 우레시노 녹차는 입춘으로부터 88일이 지났을 때, 그러니까 5월 초순에 찻잎이 가장 맛있다. 야도야는 이 기간을 모티브 삼아 가장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료칸의 이름에 담았다. 심지어 야도야의 모든 인테리어는 우레시노로부터 88km 이내의 자재를 중심으로 사용했다. 야도야 입구에는 우레시노 온천을 음용할 수 공간이 있다. 우레시노 온천은 중조천(重曹泉, 탄산수소나트륨 주성분)이라 소량으로 음용할 경우 위산 과다증이나 만성 변비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 옆으로는 홍차와 온천물로 만든 작은 카스텔라가 놓여 있다.


료칸 1층은 로비, 북 라이브러리, 키즈 카페, 우레시노 녹차를 상시 구비하고 있는 휴게 공간 등으로 꾸몄다. 야도야의 객실은 총 36개인데, 모든 객실에서 우레시노 온천 원천수를 즐길 수 있다. 스위트룸에는 개인 정원과 창을 열 수 있는 욕탕도 마련되어 있다. 호텔 체크인이 끝나면 히젠요시다야키(도자기)로 우레시노 녹차를 우려 보는 티 세레모니 체험을 선택에 따라 즐겨 볼 수 있다. 우레시노 녹차는 한 번 우릴 때 찻잎 8g 정도를 사용하고, 70도 정도 되는 온도에서 우려 낸다. 녹차의 카테킨(Catechin) 성분이 80도 이상부터 빠르게 우려지기 때문이다. 카테킨 성분을 너무 빠르게 우리면 우레시노 녹차 특유의 구수함과 산미보다는 씁쓸한 풀맛이 도드라진다.


야도야는 노천탕으로 이루어진 대욕장도 갖추고 있다. 사우나도 건식, 습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야도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음식이다. 료칸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 역시 88km 이내의 것들이다. 음식도 음식인데, 식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리타를 대표하는 도자기 브랜드, 가키에몬(右衛門)의 그릇도 코스 중간중간 등장한다. 조식은 일식과 양식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으로 우레시노 온천수로 끓여 낸 두부가 나온다. 우레시노 온천 두부를 계속 끓이면 콩물처럼 보일 정도로 형태감이 사라진다. 온천수의 성분이 두부의 단백질을 분해시키기 때문이다.
●눈과 입으로 즐긴 원맨쇼
덴푸라 후쿠다
9년간 우레시노를 지키고 있는 덴푸라(튀김) 오마카세 레스토랑이다. 요리사 본인의 성을 내건 만큼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질 않는다. 요리와 접객 등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지만 부족한 구석이 없다. 그의 부지런한 성격은 가게와 음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가게지만 어딜 둘러봐도 찌든 구석이 없다. 막 오픈한 가게라 해도 될 정도.

덴푸라 재료는 매일 아침 직접 고른다. 이 때문에 덴푸라 후쿠다(天ぷら ふく田)의 메뉴는 구루마 에비(보리새우)를 제외하고는 수시로 바뀐다. 기름과 튀김옷도 남다르다. 고급유로 알려진 태백 참깨유(太白胡麻油)를 베이스로 가게만의 비법을 더했고, 튀김옷은 재료 본연의 맛을 부각할 수 있게 최소한으로 한다. 튀김의 느글느글함은 지우고, 바삭함만 더했다. 저녁 코스가 꽤 긴 편인데도 마지막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코스는 가이세키급의 정갈한 전채 요리를 시작으로 여러 종류의 해산물 & 채소 덴푸라, 오차즈케(밥에 차나 맑은 국물을 부어 먹는 음식), 디저트로 이어진다. 또 음식과 잘 어울리는 사케와 와인도 갖췄다. 여행자는 그저 느긋하게 즐기면 족하다.
한혜진 & 이현이가 선택한
덴푸라 후쿠다 BEST 3

1. 아마다이 アマダイ
철에 따라 다르지만, 덴푸라 오마카세에서 주로 사용하는 해산물은 새우와 관자, 삼치, 도미, 대구, 은어, 붕장어, 보리멸 등이다. 덴푸라 후쿠다에서는 갈치와 옥돔(아마다이)도 만날 수 있다. 비늘을 살려서 튀긴 옥돔은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함과 촉촉한 식감이 포인트다. 다른 곁들임 없이 히말라야 소금만 조금 올리면 충분하다.

2. 브로콜리 ブロッコリ-
먼저 밀가루 붓칠을 꼼꼼하게 한다. 다른 재료보다 튀기는 시간도 길다. 그렇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브로콜리에서 이런 맛이?’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의외성이 강하다. 딱딱한 브로콜리 줄기는 부드러워지고, 수분이 왈칵 쏟아진다. 윗부분은 튀김옷과 만나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3. 시이타케 シイタケ
고기, 생선보다 더 맛있는 채소, 표고버섯(시이타케)이다. 전복에 칼집을 내듯 버섯 윗부분을 촘촘하게 손질했다. 덕분에 질깃하지 않고 말캉말캉한 식감의 표고버섯 덴푸라가 완성된다. 씹으면 씹을수록 진한 버섯 풍미가 입 안을 감돌고, 삼키는 순간 아쉬운 감정이 든다. 오늘의 한 조각을 꼽으라면 단연 이것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