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치요주조(富久千代酒造)가 일으킨 사케의 새 바람.

나베시마를 쫓는 여정
후쿠치요주조 & 카페 브루
가시마는 에도시대(1603~1868년)부터 천연수와 양질의 쌀을 활용해 수준 높은 사케를 양조한 지역이다. 사가현 지자케(地酒, 그 고장 술)의 산 역사인 셈이다. 지금도 히젠 하마슈쿠 거리를 중심으로 여러 양조장이 술을 빚고, 주류 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단 하나만 주목하라면 100년 역사의 후쿠치요주조를 꼽겠다. 1998년 나오키 이이모리 3대 대표가 선보인 ‘나베시마(鍋島, Nabeshima)’ 사케로 사가현을 넘어 규슈의 주(酒)류 문화에 크게 공헌했다. 나베시마는 엄선한 쌀(아이야마·야마다니시키 등)과 물, 직접 빚은 누룩으로 만들어졌는데, 오감을 자극하는 명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브랜딩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대량으로 생산해 당장의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한 병 한 병 소중히 만들고, 사케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전문 주류업체와 식당과의 소통을 늘렸다. 탄탄한 나베시마 세계관 구축에 내실을 다졌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사가현과 규슈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2년부터 도쿄에 이름을 알렸고, 2011년에는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 사케 부분에서 챔피언을 수상했다. 후쿠치요주조는 유명세에 안주하지 않았다. 여전히 좋은 사케를 만드는 데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판매도 특약점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오키 대표는 “처음 나베시마를 출시했을 땐 규슈 술은 소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베시마를 포함해 사케가 거론되고 있다”며 “매년 조금씩 더 성장해 이상적인 사케를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배경을 알면 나베시마에 대한 호기심은 극대화되고, 해소할 공간을 찾게 된다. 후쿠치요주조에서 운영하는 카페 브루가 적합하다. 나베시마 사케(다이긴조 야마다니시키·준마이 긴조 오마치·준마이 다이긴조 아이야마 등)를 골고루 즐길 수 있고, 파스타 코스(샐러드+수프+파스타+디저트)와 페어링도 가능하다. 사케와 음식의 조합을 일식에 국한하지 않는 점이 꽤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오베르주에서 보낸 남다른 하루
온야도 후쿠치요
후쿠치요주조에서 운영하는 독채 숙소이자 일본 최초의 사케 양조장 오베르주(Auberge). 오베르주는 숙박 시설을 갖춘 레스토랑을 뜻하는 불어다. 여러 장점이 있는데, 2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먼저 230년 된 민가를 리모델링해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선사한다. 목조 주택과 정원, 온천으로 일본 문화를 음미할 수 있고, 가구와 어메니티 등은 모던한 것들로 채워 편의성을 높였다.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만큼 먹고 마시는 것에도 진심이다. 투숙객에게만 후쿠치요주조의 양조장을 개방하고, 특별한 곳에서 나베시마 사케를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숙소 내 소안 나베시마(Soan Nabeshima)에서 사케와 일식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참, 식당의 경우 좌석이 남으면 일반 예약도 가능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