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면, 이 호텔의 수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CANOPY BY HILTON OSAKA UMEDA
캐노피의 수다
세상엔 드물게 ‘이야기가 범람하는’ 호텔이 있다. 자기 안에서 들려 주고픈 이야기가 넘쳐흘러, 호텔 곳곳에 디자인의 형태로 반영되는 호텔. 캐노피 바이 힐튼 오사카 우메다(Canopy by Hilton Osaka Umeda, 이하 캐노피)는 분명 그런 호텔이다.

스펙부터 빠르게 훑어 보자. 우선, 캐노피는 2024년 9월6일에 오픈한 신상 호텔이다. 일본 힐튼의 첫 번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기도 하다. 상당히 양지바른 곳에 둥지를 틀었다. 호텔에서 우메키타 공원을 지나 약 7분만 걸으면 오사카역과 우메다역이다.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간사이 국제공항까지도 한 번에 갈 수 있다. 접근성, 완전 합격.


객실 수는 총 308개. 타입은 크게 2가지, 일반과 스위트로 나뉜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웬만한 객실에선 오사카역을 비롯한 시내 전망과 우메키타 공원, 요도(Yodo)강이 보인다. 넓은 창으로 크게 보느냐, 작은 창으로 일부를 보느냐의 차이다. 럭셔리에 목마른 투숙객들은 스위트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파노라마 스위트’를 과감히 택한다. 면적 127m2, 소파와 식탁이 있는 거실에 널찍한 침실, 간이 주방까지 갖춰 마치 집 한 채를 통으로 빌린 느낌이다. 오사카의 성공한 젊은 사업가라면 이런 집에서 아침을 맞이할 것도 같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캐노피는 신상 호텔이다. 호텔의 모든 것이 ‘새삥’. 세면대부터 냉장고까지, 파리도 미끄러질 듯 반짝반짝하다. 솔직히 가장 낮은 타입인 ‘캐노피 룸’에 머문대도 5성급 호텔에 걸맞는 룸 컨디션을 갖추고 있다. 어떤 방에 머무느냐보단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아쉬움의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


●A HOTEL EMBODYING THE REAL OSAKA
여기까지가 캐노피의 대략적인 스펙이다. 캐노피는 객관적으로 장점이 많은 호텔이다. 그런데 캐노피를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그가 품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그가 몸담고 있는 도시인 오사카. 오사카의 문화에 대해, 오사카 사람들에 대해, ‘진짜 오사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온몸으로 들려 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1층 호텔 입구 천장엔 타코야키 모양의 조명이 매달려 있다. 오사카 대표 먹거리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문어 다리와 소스, 가다랑어포, 푸른 해초 등은 벽면의 추상화로 표현됐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말풍선 모양의 거울이 보인다. 수다스럽고 쾌활한 오사카 사람들의 대화를 상징한단다. 로비 층인 11층에 내리면 가장 먼저 시소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 네온으로 된 두 손이 무언가를 감싸 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개성을 포용하는 오사카의 ‘뒤섞인 문화(Mixed Culture)’를 나타내는, 캐노피의 상징적인 장소다.

스토리텔링은 객실까지 이어진다. 문을 열면 우메다의 매화에서 영감을 받은 웰컴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다. 객실 색감은 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오사카의 수로를 표현한 ‘리버 블루’와 오사카의 푸르른 숲을 투영한 ‘우메키타 그린’. 오사카의 상징적인 요소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메키타 공원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복어 등이 반영된 다양한 오브제들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호텔이 품은 수많은 ‘오사카’들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 회의실 벽면의 오사카성 돌담 모양 장식부터 오사카 지하철 노선도를 표현한 객실 층 조명까지. 캐노피에선 그냥 숨 쉬는 모든 공간에 오사카가 있다. 여행은 호텔 밖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바깥의 거리, 시장, 지하철, 공기, 대화, 사람을 비롯한 오사카의 전부가 캐노피 안에서 제각기 이야기가 되어 활개친다. 그 유쾌한 여행의 연장선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건 여행자의 몫이다.

늦은 저녁, 타코야키와 사탕 모양이 그려진 전통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창문 너머 오사카역의 간판이 도시의 밤을 밝힌다. 끝없이 이어질 캐노피의 수다에 또다시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는다. 나는 캐노피에서, 진짜 오사카를 여행했다.

●RESTAURANT & BAR
캐주얼한 나이트라이프
자자 바 JAJA BAR
개방감 넘치는 바 겸 라운지. 정장을 차려입고 새끼손가락을 든 채 칵테일을 홀짝이는 장면을 상상했다면, 그보다 훨씬 캐주얼하다.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와하하 웃으며 안주를 씹는 분위기다.

메뉴 구성도 꽤 알차다. 간사이 지역의 수제 맥주, 와인, 오리지널 칵테일과 현대적인 감각이 가미된 오사카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사카 기타신치의 교자 레스토랑 ‘텐텐’과의 컬래버레이션 메뉴도 인기다.

먹고 마시다 지루해진 이들은 ‘스마트볼 테이블’로 향한다. 오사카 인기 관광지인 신세카이의 명물 스마트볼(핀볼과 비슷한 쇼와 시대 놀이)이 내장된 긴 테이블이다. 게임 판 밑바탕에는 오사카와 간사이 지도가 그려져 있다. 날이 따뜻하다면 야외 테라스 좌석으로 나가 볼 것. 도시의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낮이라면 호텔 1층 카페 빈 데어(Bean There)에서 오리지널 로스트 커피와 가벼운 식사를 즐겨 보자. 커피와 쿠키류의 궁합이 기대 이상이다.

오사카 먹거리가 넘쳐나는
카본 카피 CARBON COPY
캐노피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오사카 및 간사이 지역의 식재료와 조미료를 사용해 세계 요리를 선보인다. 오사카의 먹거리는 테이블 위는 물론, 식사 공간에도 투영돼 있다.

먼저, 입구 쪽의 길쭉한 노란 조명은 쿠시카츠(오사카의 명물인 튀김 꼬치)를, 테이블의 뒤죽박죽한 문양은 오코노미야키를 상징한다. 부스 좌석 위의 조명 역시 오사카의 소울 푸드인 부타만(돼지고기 찐빵) 모양이다. 조명 내부를 자세히 살펴 보면 깜찍하게 숨겨져 있는 알파벳 ‘CANOPY’도 발견할 수 있다. 천장은 ‘오사카의 부엌’인 구로몬 시장의 아케이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그래서 맛은 어떠냐고? 조식 뷔페도 만족스럽지만, 저녁 코스 요리를 특히 추천한다. 6,900엔짜리 코스를 선택하면 전채 3종, 지역 식재료를 사용한 스몰 디시 3종, 밥 요리와 디저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수석 셰프 폴 가스파(Paul Gaspa)만의 독특한 미식 세계가 엿보이는 창의적인 디시들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오사카 야경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본 기사에 게재된 모든 사진은 소니의 풀프레임 카메라 A7C2(Alpha 7C II)로 촬영했습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캐노피 바이 힐튼 오사카 우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