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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리고 소나무, 사가현 가라쓰의 매력

2025.03.12. 10: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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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송림(松林), 그 틈새 가라쓰의 편안함.

Karatsu Castle
가라쓰의 중심
가라쓰성

가라쓰는 사가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다. 가라쓰를 한글로 직역하면 ‘당진’인데, 당나라 당(唐), 포구 진(津) 자를 사용한다. ‘당진’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 가라쓰항은 당나라(중국)를 포함해 아시아의 교역 요충지로서 번창했던 곳이다. 우리나라 충남 당진과도 그 이름의 유래를 같이한다.

가라쓰 시내 중심에는 가라쓰성이 자리한다. 성의 모양이 학의 머리를 닮았고, 양옆으로 펼쳐진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날개를 펼친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무학성(舞鶴城)’이라고도 불린다. 1602년부터 총 7년에 걸쳐 성채를 완성했는데, 축성 당시 사용했던 부재는 허물어진 나고야성에서 가져왔다. 현재 천수각 건물은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는 고고학 자료, 미술품, 가라쓰 도자기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라쓰 시내의 일몰. 가라쓰성을 중심으로 왼쪽은 마츠우라강, 오른쪽은 가라쓰만이다
가라쓰 시내의 일몰. 가라쓰성을 중심으로 왼쪽은 마츠우라강, 오른쪽은 가라쓰만이다

가라쓰성의 소장품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조선-가라쓰 스타일의 도자기들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온 조선 도공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아리타 도자기가 정교함과 화려함에 초점을 두었다면 가라쓰 도자기는 수수한 채화, 중후한 멋에 초점을 두었다. 특유의 번들거리는 촉감이 매력적인데, 쓰면 쓸수록 더욱 반들거려지며 깊이가 더해진다. 천수각 꼭대기에 오르면 가라쓰 도시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벚나무가 가득한 공원 뒤로 바다가 한껏 보인다.

가라쓰 씨사이드 호텔의 전경. 앞쪽으로는 거대한 송림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가라쓰의 바다가 보인다
가라쓰 씨사이드 호텔의 전경. 앞쪽으로는 거대한 송림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가라쓰의 바다가 보인다

Karatsu Seaside Hotel
가라쓰 시사이드 호텔

가라쓰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운 리조트. 심지어 자연 온천도 있다. 가라쓰만과 일본 3대 송림으로 꼽히는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무지개 모양의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한다. 니지노마쓰바라는 방풍, 방조림으로 활용하기 위해 17세기 초에 조성된 소나무 풍경길인데, 현재 이곳에는 100만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가라쓰 씨사이드 호텔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발코니가 있는 것이 특징
가라쓰 씨사이드 호텔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발코니가 있는 것이 특징

가라쓰 시사이드 호텔은 동관과 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동관은 최근 오픈한 신관으로 오션뷰 객실은 물론 사우나를 포함한 다채로운 스파 체험을 제공한다. 하이라이트는 동관 최상층에 위치한 야외 인피니티풀이다. 왼쪽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가라쓰만을, 오른쪽으로는 해변을 감싼 송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 로비. 천장에는 ‘가라쓰 군치’에 사용하는 가마, ‘히키야마’가 그려져 있다. 가라쓰 군치는 사가현을 대표하는 대규모 행진 겸 축제로 11월 초 3일간 열린다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 로비. 천장에는 ‘가라쓰 군치’에 사용하는 가마, ‘히키야마’가 그려져 있다. 가라쓰 군치는 사가현을 대표하는 대규모 행진 겸 축제로 11월 초 3일간 열린다

Mercure Saga Karatsu Resort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

가라쓰만과 마츠우라강 사이에 위치한 리조트. 덕분에 송림인 니지노마쓰바라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는 편의시설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다. 로비 라운지에서는 오후 3~6시까지 맥주, 와인, 커피, 간단한 스낵을 제공한다. 밤 9시부터 11시까지는 위스키, 소주, 진, 보드카 등 주류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의 룸 컨디션. 차분한 인테리어 덕분에 고즈넉한 바다 마을 감성을 누릴 수 있다
머큐어 사가 가라쓰 리조트의 룸 컨디션. 차분한 인테리어 덕분에 고즈넉한 바다 마을 감성을 누릴 수 있다

2층에는 거대한 규모의 대욕탕이 마련되어 있는데 대욕탕 앞쪽으로는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거대한 휴게공간이 별도로 자리한다. 호텔 가장 최상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뷔페로 제공한다. 사가규를 이용한 스키야끼, 가라쓰 오징어를 이용한 센베이(煎)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Kikouan Cafe
기코안

기코안은 가라쓰에 위치한 카페 겸 찻집이다.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라 마음을 차분히, 기약 없이 앉아 있기 좋다. 매장 내 한쪽에는 가라쓰 도자기, 우레시노 녹차 등 사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기념품을 함께 판매한다.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기코안 카페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기코안 카페
구운 모찌가 올라가 있는 따뜻한 젠자이.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간식거리
구운 모찌가 올라가 있는 따뜻한 젠자이.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간식거리

기코안의 추천 메뉴는 젠자이(ぜんざい). 젠자이는 팥이나 콩을 졸여 만든, 따뜻하고도 달달한 일본식 디저트다. 보통 젠자이 위에 쌀떡이나 밤조림 등을 얹어 내는데 이곳은 구운 모찌를 무려 3개나 올려 준다. 달콤한 팥이 올라간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녹진한 말차를 뿌려 먹는, 말차 아포가토도 특색 있다. 말차의 씁쓸하면서 텁텁한 맛을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중화시켜 준다. 여름에는 말차를 이용한 빙수 메뉴도 선보인다.


Sakamoto
사카모토

80년 전통, 올해로 3대째 가라쓰에서 영업 중인 노포다. 과거 ‘사카모토’ 앞쪽으로 역이 있어서, ‘역전식당’이란 이름으로 장사를 했다. 현재는 역이 없어졌고, 상호를 ‘사카모토’로 바꿨다.

사카모토 내부에는 전갱이가 헤엄치는 어항이 자리한다 
사카모토 내부에는 전갱이가 헤엄치는 어항이 자리한다
각종 해산물이 가득 올라가 있는 카이센동. 참깨가 들어간 맛간장을 뿌려가며 먹으면 된다
각종 해산물이 가득 올라가 있는 카이센동. 참깨가 들어간 맛간장을 뿌려가며 먹으면 된다

주력 메뉴는 카이센동, 스시, 그리고 나가사키 짬뽕. 가게 내부에 있는 수조에는 싱싱한 전갱이와 새우가 헤엄치고 있다. 카이센동을 주문하니 수조에서 보리새우 한 마리를 꺼내 곧바로 손질해 준다. 초대리로 새콤달콤하게 간이 된 밥 위에 방어, 도미, 연어, 참치, 오징어, 연어알, 성게알, 계란, 새우가 차례로 올라간다. 간장과 미림, 참깨로 맛을 낸 맛 간장을 밥 위에 뿌려 가며 먹는 스타일이다. 미역과 참돔 머리로 맛을 낸 맑은 지리도 함께 나온다.


●Yobuko YOBUKO
呼子
요부코

요부코는 사가 가장 북쪽에 자리한 자그마한 어촌이다. 요부코의 명물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오징어’. 그 맛의 이유는 요부코의 바다에 있다. 요부코의 바다는 연중 낮은 수온을 유지하고 파도가 거센 편이라 해산물의 쫄깃함이 다르다. 거센 파도는 현무암을 침식시켜 ‘나나쓰가마(七ツ釜)’ 절벽도 만들어 냈다. 총 7개의 자연 동굴이 줄지어 있는 주상절리다.

요부코 아침 시장의 명물, 소라구이
요부코 아침 시장의 명물, 소라구이
오징어로 만든 각종 젓갈도 함께 판매한다
오징어로 만든 각종 젓갈도 함께 판매한다

Yobuko Morning Market
요부코 아침 시장

요부코 아침시장은 일본 3대 아침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약 200m 길이 골목 가득 평일에는 40곳, 휴일에는 대략 70여 곳의 점포, 노점상이 줄지어 들어선다.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이고 말린 오징어, 소금에 절인 오징어 등 지역 특산품을 가득 만나 볼 수 있다.

요부코 아침 시장의 입구 4 주말에는 골목 가득 여행객들이 들어찬다
요부코 아침 시장의 입구
주말에는 골목 가득 여행객들이 들어찬다
주말에는 골목 가득 여행객들이 들어찬다

채소, 꽃, 다채로운 일본산 식자재도 가득이다. 아침 시장이 열릴 때면 군데군데 먹거리도 지천에 널리는데, 시식 인심이 좋아 하나하나 맛보는 것도 재밌다. 요부코의 바다가 얼마나 풍성한지 체감할 수 있다. 매년 1월1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정오까지 시장이 열린다.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관광객이 제일 많다.

요부코 시장 입구에 자리한 만보.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요부코 시장 입구에 자리한 만보.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萬坊
만보

요부코 오징어는 살이 얇고 색이 투명하다. 그래서 회로 먹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뭉근하게 달큰한 맛. ‘만보’는 오징어회로 요부코에서 유명한 수상 레스토랑이다.

오징어 슈마이. 쫄깃한 오징어가 딤섬의 피 역할을 대신한다
오징어 슈마이. 쫄깃한 오징어가 딤섬의 피 역할을 대신한다

오징어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데, 그중 ‘오징어 슈마이’가 인기를 끌었다. 슈마이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 안에 다진 돼지고기나 새우 등으로 속을 채운 딤섬을 뜻하는데, 만보에서는 반죽 대신 얇게 썬 오징어로 완자를 감싸 피의 쫄깃함을 구현했다. 요부코 아침 시장 입구 쪽에 오징어 슈마이를 테이크 아웃 할 수 있는 만보가 자리한다. 겨자를 살짝 올려 먹으면 금상첨화. 오징어 다리 튀김도 있다.

웨일 브루어리 내부 인테리어. 오래된 민가의 뼈대를 그대로 살렸다
웨일 브루어리 내부 인테리어. 오래된 민가의 뼈대를 그대로 살렸다

Whale Brewing
웨일 브루어리

각종 수산물이 널려 있는 요부코 아침 시장 골목에 자리한 수제 맥주 양조장. 웨일 브루어리는 80년 된 일본 전통 가옥을 브루어리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기존 민가의 거대한 목재 뼈대(9m)를 그대로 살려 낸 것이 특징.

웨일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 3종
웨일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 3종

상호에 ‘고래(Whale)’가 들어가는 이유는 과거 요부코가 포경 산업으로 번영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요부코 사람들에게 고래는 번영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산업이 점점 쇠퇴함에 따라 지역 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요부코가 브루어리로 다시 부흥하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을 담은 네이밍이다. 웨일 브루어리에서는 총 3가지 종류의 맥주를 양조한다. 페일 에일(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PA), 바이젠(Weizen, 독일식 밀 맥주).

잘 구워진 소라. 달달한 맛이 일품
잘 구워진 소라. 달달한 맛이 일품

Hadomisaki Beach
하도미사키 해변

가라쓰는 제주올레가 시작된 서귀포시와 1994년부터 자매도시를 체결해 교류해 왔다.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가 유독 제주와 닮아 있는 이유다. 가라쓰 코스의 종착점은 요부코에 위치한 하도미사키 해변이다.

끓는 물에 사케를 데워 준다. 겨울에는 이만한 게 또 없다
끓는 물에 사케를 데워 준다. 겨울에는 이만한 게 또 없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입구에 길게 늘어선 소라구이 포장마차. 다닥다닥 여러 점포가 붙어 있지만, 어딜 앉아서 먹으나 가격은 같다. 숯불 위 나란히 열 맞춘 소라가 타닥타닥 잘 익어 간다. 따뜻하게 데워진 사케 한 잔과 향긋한 소라 한 입 베어 무니 바다 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겨울에는 굴찜도 먹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폰즈 소스에 굴을 찍어 먹는다. 새콤한 초고추장과는 또 다른, 달콤하고 향긋한 풍미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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