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세상에 ‘커피’가 없었다면?
졸음을 쫓기 위해 마시는 음료, 소화를 시키기 위해 마시는 음료, 밤을 새우기 위해 마시는 집중음료. 바로 ‘커피’다. 사실상 현대인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커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음료를 넘어 연료가 되었다랄까?
그런 커피를 만나지 못할 뻔한 사건이 과거에 있었다. 커피가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할 때, 교황에게 커피를 금지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교황님 커피를 금지시켜 주십시오!

커피의 시작은 유럽이 아니다. 6세기 에티오피아 부근에서 시작된 커피는 이슬람교도들의 음료였다. 이슬람은 철저하게 술을 금지하기도 했고, 커피는 맛도 좋지만 마신 사람들의 정신을 깨워줬다. 그런 커피가 유럽과의 전쟁에서 그들에게 전해지고 만다.
16세기 유럽 시민들 사이에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사제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에게 커피란 ‘이교도들의 음료’이었다. 심지어 이슬람교도들은 자신들이 마시는 와인을 금지시키고 마시는 게 이 커피가 아니던가. 사제들은 커피를 시커멓고 흉측한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고, 교황에게 공식적으로 커피를 금지시켜 달라 청원을 낸다.
그리고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8세’는 말한다. 커피의 맛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이 결정에 따라 유럽에서 커피, 더 나아가 전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과연 그는 커피의 맛을 보고 어떤 말을 했을까?
만약에 : 교황님이 ‘커피’를 맛없게 마셨다면?

생각해보자. 커피는 이미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악마의 음료’로 금지시되고 있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커피의 맛이라는 게 맛있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다. 커피가 달콤한 맥심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당시 커피는 향은 좋은데 씁쓸한 음료였기 때문이다.
교황이 첫 입에 ‘으악 써, 역시 악마의 음료를 퇴마 한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교황님이 커피를 금지시켰다면 대대적으로 커피열매를 모아 화형식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로마에 커피 로스팅 향기가 솔솔 뿌려져 사람들이 더 커피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할 땐 또 거하게(?) 하는 게 중세유럽이니까.

그렇게 커피는 금기의 음료가 되고(독일에는 한때 커피를 단속하는 커피 스니퍼란 직업도 있었다), 유럽사람들은 와인이나 맥주를 음료로 반쯤 취한 채 살아가다가 중국에서 온 차를 맛보고 눈을 떴을 것 같다. 오늘날 스타벅스, 동네카페에서 모두 차를 기본으로 팔지 않았을까?
커피는 거의 중동지역의 전통음료로 남고 말이다. 두바이 가면 마실 수 있는 ‘잘라’ 이런 음료처럼 말이다.
사실은 : 교황님이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다행히도 커피의 향과 맛이 교황의 마음에 들었다. 맛으로 이렇게 완벽한 음료를 이슬람교도들만 마시고 있다니 화가 난다. “어째서 사탄의 음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것이냐…” 교황의 한탄에 사제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릴 것이다.
교황은 결국 커피에 결정을 내린다. “내가 이 사탄의 음료에 세례를 내려 기독교의 공식음료로 만들겠다.”

결국 교황님이 인증한 음료라는 점에서 온 유럽인이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깨우게 되고 일의 능률 또한 오르게 되고. 야근이 탄생하게 된다(?).
커피가 악마는 아니지만 나이트메어 음료이기는 한 것. 그래도 맛있었으면 되었잖아?
교황 커피에게 세례를 주어
기독교의 음료가 되게 하다

교황이 커피에 세례를 내린 덕분에 우리는 지금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어쩌면 와인과 맥주를 일상에서 마시는 술의 시대에서 대 커피(카페인)의 시대로 바뀐 것이고, 달리 말하면 커피와 그것을 마시는 커피하우스 통한 이성의 시대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의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는 커피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사형수에게 사약(?) 대신 매일 3잔의 커피를 마시게 했고, 결국 이를 관찰하는 의사나, 구스타프 3세 본인보다 커피를 마신 사형수가 오래 살아남아 버리기도 했다.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 한 잔, 그리고 교황님의 결정을 기리며 한 잔. 이렇게 한 잔의 커피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늘어날수록 커피의 향기와 맛이 더욱 깊어진다. 다음에는 어떤 음료의 이야기를 마셔볼까?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