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퍼블리싱을 맡은 하드코어 액션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이 오는 3월 28일 정식 출시된다.
카잔’은 네오플의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IP로 개발된 하드코어 액션 게임으로, 던파 IP로 처음 시도하는 콘솔& PC AAA급 대작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큰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특히, 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기반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묵직한 무기를 휘두르는 액션 플레이와 소울라이크 장르 특유의 패링(반격) 시스템 등의 하드코어 액션. 그리고 검과 도끼, 창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스킬 콘텐츠로 차별화를 두어 ‘2024 게임스컴’, ‘2024 도쿄 게임쇼’ 등 국제적인 게임쇼에 출전하여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국내 게임사로서는 드물게 ‘골드행’(Gone Gold / 게임 완성본을 마스터 CD에 담는 행위)을 공식 발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출시가 입박한 ‘카잔’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것일까? 네오플의 윤명진 대표와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규철 아트 디렉터,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던파 IP에서 처음 시도하는 장르다. 전투 구현에 어려움은 없었나?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기본적으로 성장하는 전투의 재미를 가진 던파의 특징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콘솔 플레이를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재미를 줄까?’ 를 중점적으로 고려했고, 카잔의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의 체험을 동기화하는 것을 목표로 전투를 구현했다.
일례로 게임 초반 카잔이 팔과 다리 힘줄이 모두 끊긴 폐인인 상태로 등장하는데, 처음부터 스타일리시하게 전투하면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치열하고, 역경을 극복하면서 간신히 생존하는 형태의 전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후반부는 복수의 대상을 찾아 나서며, 성장을 하면서 전성기 보다 강해지면서 더욱 화려한 액션을 체감할 수 있다. 이렇듯 성장과 액션의 재미를 느끼는 던파의 재미를 전투에서도 체감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Q: 개발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몬스터는 무엇인가?
윤명진 대표 – ‘바이퍼’다. ‘바이퍼’는 첫 번째로 기획한 보스 몬스터이기도 했는데, 보스 몬스터의 기준은 어떻게 잡고, 어떤 패턴을 어떻게 써야 하며, 어떤 식으로 몬스터를 구현할 것인가 등 보스전의 기준을 잡은 것이 ‘바이퍼’이다 보니 정말 많이 손을 댔고, 엄청난 수정을 거쳐 기억이 남는다.
재밌는 일화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10번 도전해서 깨는 보스는 쉬운 보스”라는 생각하고 있었고, 바이퍼가 처음 구현됐을 때 테스트해보니 10번 이내로 깨서 개인적으로 쉽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바이퍼’를 아무도 클리어 못 해서 ‘그것도 못 합니까?’하고 당당히 나갔는데, 그때 ‘바이퍼’가 많이 수정된 버전이어서 10번 정도 그냥 죽고 못 깼던 기억이 난다.(웃음)

Q: 국내 게임사에서는 정말 드문 ‘골드행’을 발표했다. 소감은 어떤가?
윤명진 대표 – 국내 개발자 중에서 골드행을 경험한 이들은 정말 많지 않을 것이다. ‘골드행’은 개발진들이 압박감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낸 작품의 최종 결과물이다 보니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국내 개발자들이 한번은 느껴봤으면 할법할 정도의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카잔’이 ‘던파 모바일’에 이어 두 번째 런칭 작품인데, 정말 느낌이 달랐다. 온라인 게임인 ‘던파 모바일’은 라이브 서비스를 계속해야 해서 런칭 이후 계획을 더 중요시했는데, 카잔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패키지 게임이다 보니 완성하면 끝이라는 느낌이 정말 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실제로 마무리가 다가오니 “뭔가 부족한 것이 없나?”,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는 않나?”하는 식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기는 한다. (웃음) 그래서 출시 이후에도 후속 대응을 하면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밸런스를 조절하고, 새로운 DLC도 생각 중이다.
Q: ‘혈흔 효과’ 등 게임 속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떤 포인트를 두고 개발했나?
이규철 아트 디렉터 – 카잔을 만들 때 다른 부분은 몰라도 전투 파트는 “정말 할 수 있는 끝까지 가보자”라고 생각했다. 처음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윤명진 대표님이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라는 평가를 해줬는데, 카메라가 흔들리는 ‘카메라 쉐이크’를 쓰면 느낌은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하나씩 수정을 해가며 텍스처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어가면서 구현했고, 처절하게 싸우는 ‘카잔’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디테일을 집어넣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시면 상대가 공격하던 중 이를 반격하면 상대 허리가 살짝 경직되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이 무기마다 다르다. 여기에 무기 강도에 따라 밀리는 효과부터 미디어팀이 구현한 효과음까지 신경 써서 구현하는 등 ‘카잔’만의 타격감과 아트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Q: 최적화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 최적화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 – ‘카잔’은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분이 게임을 즐겨주는 것을 목표로 한 게임이었다. 그래서 최적화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사실 최적화 작업이 굉장히 고차원적인 작업 같지만, 실상은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개발 기간 내내 게임 이곳저곳을 확인하면서 프레임이 떨어지는 곳이나 문제가 생기는 곳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 기술, 개발 등 모든 파트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
최적화 작업은 출시일을 기준으로 16개월 이상 한 것 같은데, “최적화가 끝나간다”라고 느낀 것은 고작 2개월밖에 안 된다. (웃음) 어떤 노하우가 아니라 그냥 반복적으로 많이 했던 것이 최적화 작업이었던 것 같다.
Q: ‘스팀 덱’ 완벽 호환 작품으로 선정됐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 – 사실 가장 두려웠던 기기가 ‘스팀 덱’이었다. 그래서 개발이 결정되고 ‘스팀 덱’을 직접 사서 플레이를 해봤는데, 의외로 정말 잘 만든 기기였다. GPU는 부족하지만, CPU의 사양이 좋았고, 애초에 Full HD나 4K 영상을 구현하는 기기가 아니다 보니 보완할 방법이 많았고, 생각보다 작업이 순조로웠다.
반대로 가장 어려웠던 기기는 ‘Xbox 시리즈 S’였는데, 메모리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였다. 메모리가 부족하면 아트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Q: 던파 원작 요소는 게임 속에 어떻게 구현되어 있나?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카잔’은 던파를 모르는 분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추구했다. 초반부 카잔의 목표는 ‘생존’이다 보니 화려하거나 다이나믹한 스킬은 많이 없지만,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원작 특유의 콤보나 귀검사의 액션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카잔’은 최초의 ‘귀검사’이고, 원작으로부터 800년 전에 등장한 인물이다. 이에 정제되고, 발전을 이룬 800년 후 ‘귀검사’들의 스킬과는 달리 거칠고, 광폭한 액션을 구사하며, 이렇게 귀검사가 되어가는 과정과 카잔이 펼치는 거친 액션을 게임 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회차 플레이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 엔딩을 보기 위한 요소는?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1회차에서도 진엔딩을 볼 수 있다. 선택 질문에 따라 많은 여러 엔딩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엔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Q: 플레이 타임이 80시간에 가깝다. 최근 싱글 게임들과 달리 플레이타임이 긴 이유는?
윤명진 대표 – 플레이 타임이 길수록 개발 기간이나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네오플)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고자 했다. 이 게임은 던파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런 작품이다 보니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더욱이 ‘카잔’은 오즈마와 함께 던파의 근간이 되는 캐릭터이자 수많은 세계관에 등장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을 적당히 맞추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고, 이 게임만 해도 ‘카잔’이 누구인지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이용자들이 ‘카잔’을 통해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껴주셨으면 한다.
Q: ‘카잔’이 던파 IP 확장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인가?
윤명진 대표 – 사실 던파는 웹소설, 웹툰 등 다양한 형태로 IP가 확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카잔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아직 만들어보지 않은 콘솔 플랫폼을 처음 시도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다. 네오플은 던파를 좋아하고, 게임에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은 회사다. 그러다 보니 ‘카잔’은 게임이 가진 본연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했고, 그 외적인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실제로 ‘카잔’은 타이틀에 ‘DNF’ 단 한 글자도 들어가 있지 않고, 게임 내에도 오즈마나 황제에 대한 언급도 잘 나오지 않는다. 만약 게임에 이런저런 설정을 덧붙이면 콘솔로 게임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혼선이 갈 수도 있어서 오롯이 게임이 가진 재미만 보여드리고자 했다. 다만 수집 요소로 배경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왜 카잔이 싸워야 하는가?” 등은 제대로 선보이려고 했으니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Q: 무기의 수가 생각보다 적었다. DLC로 추가하려는 계획인가?
윤명진 대표 – 우선 DLC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 만들고 싶기는 하다. 무기 개수가 적다는 지적은 실제로 테스트 당시 피드백에서도 나왔던 의견인데, 이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이유가 컸다.
‘카잔’은 기존 소울라이크 장르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이에 무기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어야 하고, 허투루 넘거나 사용되지 않는 무기가 없도록 많은 공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무기를 수집 요소처럼 늘린다면 완성도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해 개수를 많이 늘리지 않았다.
다만, 패키지 게임을 처음 만드는 만큼, 런칭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이나,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미지수인데, 이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Q: ‘카잔’은 서구권 공략에 초점을 맞춰온 느낌이 강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고려했나?
윤명진 대표 – ‘카잔’은 서구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글로벌 시장에 출전하는 게임”이라는 느낌에 가깝다. ‘카잔’은 원작 던파를 즐겨주신 이용자나 던파를 모르는 이용자 모두를 타겟으로 한 게임이다.
현시대에 이용자들은 던파의 횡스크롤 도트 스타일의 액션 게임보다는 3D 그래픽과 ‘백 뷰’(Back view) 스타일의 게임에 더 익숙하다. 이에 게임의 방향성을 정할 때 더 대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액션 게임으로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글로벌에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돌파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카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