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한참을 걸었다. 걸음마다 봄이 피었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총 길이: 총 3.6km
소요 시간: 도보 약 1시간 30분
진행 코스: 순담게이트 → 순담계곡 쉼터 → 순담 스카이전망대 → 단층교 → 구리소 쉼터 → 한여울교 → 화강암교 → 샘소 쉼터 → 2번홀교 →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주상절리 절경 구간) → 동주황벽 쉼터 → 현무암교 → 쌍자라바위교 →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 너른바위 쉼터 → 드르니 쉼터 → 드르니게이트

봄 햇살을 머금은 철원 트레킹
한반도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한탄강, 그 중심에 ‘철원’이 자리한다. ‘한탄강(漢灘江)’은 본래 ‘큰 여울의 강’을 뜻하지만, ‘한이 서려 있는 강(恨灘江)’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과거 왕건에게 왕좌를 뺏긴 궁예가 철원 명성산으로 쫓기며 한탄강에서 한탄을 했다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궁예가 후백제와 일전을 치르고 철원으로 돌아오던 중 한탄강에 지천으로 깔린 현무암을 바라보며 운이 다했음을 한탄했다는 전설도 있다.

또한 한탄강 유역은 삼팔선이 지나는 곳으로,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기 때문에 그곳에 서린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이름에 녹아든 것이다. 이처럼 한탄강은 우리나라의 기나긴 역사뿐만이 아니라 태초의 한반도를 품고 있다. 한탄강의 역사는 약 5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평강 지역의 화산 폭발로 인해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었고, 한탄강 물이 현무암을 오랜 시간 침식시켜 오늘날의 협곡 절벽을 만들었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자,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어딜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데, 유독 봄이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 연장 3.6km, 폭 1.5m에 달하는 잔도길이다. 잔도길이란 산, 절벽 등에 선반으로 이어진 길을 뜻하는데, 쩍쩍 갈라진 주상절리와 한탄강의 옥색 물빛을 함께 감상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코스가 없다.

주상절리는 직역하면 ‘기둥 형상으로 갈라진 틈’을 뜻한다. 현무암질 용암이 땅 위를 흐르다가 차가운 환경과 만나게 되면 이론상 육각형의 벌집모양을 띄며 굳게 된다. 이 냉각되는 과정을 지속하면 단단하게 굳어진 표면의 틈은 땅속까지 파고들게 되고, 그 결과 육각 기둥의 바위들이 무수하게 서 있는 듯한 주상절리의 모양이 완성되는 것이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에서는 기다란 모양, 수평 판 모양, 주름치마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만나 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한탄강의 기반암인 화강암과 단층, 마그마가 화강암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흔적인 ‘암맥’도 함께 볼 수 있다. 한탄강을 따라 잔도길을 천천히 거닐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연둣빛 신록과 햇살에 반짝이는 주상절리, 그 풍경을 감싸 안은 한탄강의 투명함은 철원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봄날이다.

1시간 30분, 피어나는 철원의 봄을 마주했던 시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6곳의 교량, 6곳의 쉼터, 그리고 3곳의 스카이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다.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순담계곡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순담계곡 쉼터’는 순담게이트 바로 앞쪽에 위치하는 첫 번째 쉼터다. 그곳에서 약 10분 정도를 걸으면 ‘순담 스카이전망대’가 등장한다.

한탄강 위로 반원 형태의 교량 하나가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생각보다 아찔하다. 이후 단층교를 지나면 ‘구리소 쉼터’가 나온다. 한탄강의 여울 소리가 가마솥 끓는 물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서 강 아래쪽을 유심히 보면 하천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을 하나 찾을 수 있다. 자갈이 물과 함께 회전하며 바위를 갈아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개구멍이다.
구리소 쉼터에서 조금 걸으면 한여울교다. 여울은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빨라지는 곳을 뜻한다. 이후 화강암교를 거쳐 샘소쉼터에 닿는다. 참고로 화강암교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제법 흔들리는데,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이후 샘소 쉼터, 2번홀교를 지나면 주상절리 절경 구간으로 꼽히는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가 등장한다. 이곳에 닿았다면 이제 딱 코스 절반까지 온 셈이다. 이곳에도 반원 형태의 다리가 있는데, 중간부터는 바닥 전체가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가 훤히 보인다.

발밑 아래 펼쳐진 옥빛 한탄강에는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발길을 계속 옮기면 동주황벽 쉼터가 나온다. 황벽은 주상절리가 햇빛을 많이 받으면 황톳빛으로 물드는 특성에서 차용했고, 동주는 철원의 옛 명칭이다. 현무암교와 쌍자라바위교를 나란히 지나면 ‘드르니 스카이전망대’가 나온다.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왕건의 반란으로 쫓길 당시 이곳을 들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너른바위 쉼터, 드르니 쉼터를 차례로 거치면 드르니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다. 주말 및 공휴일에는 순담게이트와 드르니게이트를 오가는 셔틀버스(10:00~18:00)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평일에는 각 게이트 앞쪽에 있는 택시를 이용해 각 매표소를 오가면 된다.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원한다면 ‘오디(odii)’ 앱에서 오디오 도슨트를 들으며 트레킹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철원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