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닉스 발표가 막을 내리고, 짧은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흐름이 바뀌었다. 이번엔 다른 얼굴. 실버스톤의 순서다. 무대 위 말투는 단정했고, 표정은 진지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그 안에 흐르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는, 기술 그 자체로 말합니다.”
대만에 본사를 두고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호주까지 물류창고를 갖춘 글로벌 브랜드. 8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며 OEM·ODM의 깊이를 확보한, 흔히 말하는 ‘조용한 거인’. 이들이 오늘 보여주려는 건 화려한 쇼가 아니었다. 마이크로닉스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했다면, 실버스톤은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워크스테이션용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산업용, 게이밍, 스토리지까지 세분화된 케이스 라인업. 단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버스톤의 케이스는 애초부터 다른 환경, 다른 용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서버랙부터 프리미엄 HTPC까지. 데스크톱과는 결이 다른 구조. 거기에선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타협은 없다. 냉정하고 확실한 기준. 실버스톤은 그것을 산업의 언어로 설명했다.
케이스만이 아니다. 300W에서 2500W까지 폭넓게 커버되는 PSU 라인업은 ATX, SFX, TFX, 플렉스 ATX, CRPS 등 거의 모든 폼팩터를 지원한다. 단순히 ‘있다’는 게 아니라, ‘전부 갖췄다’는 수준이다.
특히 2,000W급 CRPS 전원 공급 장치는 일본산 캐패시터를 사용하며, 플래티넘 인증과 고급 전원 관리 기능까지 갖춘다. 고성능 연산 서버와 AI 시스템을 위한 준비가 이미 끝나 있다는 뜻이다.
이 날 소개된 쿨링 솔루션 중에서도 눈에 띈 건 듀얼 펌프 구조의 순행 쿨러와 500W+급 TDP 지원 라디에이터였다. 단순한 냉각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고려한 설계. 그저 ‘식히는 쿨러’가 아니라, 연산을 유지시키는 ‘기계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XED120WS, 6mm 히트파이프 8개와 120mm 볼베어링 팬이 탑재된 공랭 쿨러가 있었다. 데스크톱과 서버,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진짜 기술은, 바로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다.
이게 다가 아니다. 스토리지 확장카드, PCIe 어댑터, 사스 컨트롤러 등 주변기기까지 소개를 이어갔다. 이때 실버스톤이 보여준 건 단지 제품군의 다양성이 아니다. 기초부터 확장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모든 부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 그것이 실버스톤이 ‘솔루션’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
준비한 PPT가 막바지에 달할 즈음, 실버스톤 매니저는 말했다.
“우리는 매달 평균 8종의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숫자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말의 어조였다. 자랑이 아니었다. 약속 같았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조용히. 그렇게 기술을 쌓아가겠다는 다짐.
마이크로닉스가 감성과 경험을 이야기했다면, 실버스톤은 구조와 원리를 보여줬다. 그 차이가 두 브랜드의 조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둘이 함께여서 더 단단해지는 구조. 마치 사용자와 시스템, 디자인과 기능처럼. 오늘의 무대는 그렇게, 기술의 두 얼굴을 보여주었다.
[마이크로닉스 관계자와의 1문 1답]
Q1. 클래식 II 시리즈 골드 등급에 1200W 제품이 추가되었다고 하셨는데, 이 제품은 어떤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기획된 건가요?
A1.새로 출시되는 클래식 II 골드 1200W 제품은 기존 골드 라인업이 1050W까지만 지원됐던 부분을 확장한 것입니다. 최근에 지포스 RTX 5000 시리즈처럼 출력 요구가 높은 하드웨어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고출력 파워 제품군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그에 맞춘 라인업입니다.
Q2.작년에 발표한 칼럭스 키보드는 가격대가 꽤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텐키리스 버전은 가격이 어떤가요? 그리고 앞으로 추가적인 라인업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2. 텐키리스 버전은 기존 풀배열 버전보다는 조금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지만, 프리미엄 제품군인 만큼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칼럭스 시리즈는 현재 소비자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추가 라인업도 내부적으로 디자인을 진행 중이며, 향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Q3. 위즈맥스 2500W 제품의 타깃층과 예상 수요가 궁금합니다. 또, 우드 케이스에 사용된 원목 재질의 내구성이나 내열성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3. 2500W 파워는 고성능 AI 작업이나 고용량 프로그램을 다루는 하이엔드 환경을 고려해 설계된 제품입니다. 최근 PCIe 기반 시스템의 전력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고용량 파워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우드 케이스에 사용된 원목은 리얼 월넛 재질로, 내열성과 내구성을 고려해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설계되었고, 발열 관련 부품도 트랜스포머 등 주요 부품을 이중화하여 발열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모든 제품은 헬스 인증 과정에서 온도 테스트를 포함한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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