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미래의 교차점, 파이버 채널은 사라지지 않는다
AI가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 데이터는 더 이상 '생산물'이 아닌 '연료'가 되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흘려보내고, 모으고, 보호하는 길목엔 항상 인프라가 있다.
그 중심에서 30년을 한 자리를 지켜온 존재. 어쩌면 '너무 조용히' 있었기에, 우리는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결PIF 정승진 부장은 바로 이 지점을 짚으며, 브로케이드(Brocade)가 만들어가는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현재와 미래를 청중 앞에 펼쳐냈다.
정 부장은 브로드컴의 파트너사이자, 국내 브로케이드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세계보안엑스포 2025에 참여한 이유는 단순한 제품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AI와 보안이 발전할수록 스토리지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질 겁니다. 그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파이버 채널(Fibre Channel)의 가치는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어요.”
AI가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GPU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다. 블랙웰(Blackwell) GPU처럼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더라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즉 네트워크와 스토리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때문에 인공지능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네트워크 성능은 필연적으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더넷(Ethernet), 인피니밴드(InfiniBand), 그리고 RoCE(이더넷 기반 RDMA 기능 제공 프로토콜). 이 세 가지는 AI 인프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다. 모두 각각의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안정성과 낮은 지연시간, 고속 전송뿐만 아니라 기존 엔터프라이즈 인프라와의 통합이 용이한 인터페이스는 단연 파이버 채널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공식 표준화 이후, 지금까지도 수많은 공공기관과 금융권, 의료 데이터베이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파이버 채널.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전산실에서 16Gbps, 32Gbps가 현역으로 활약 중이며, 최근엔 64Gbps급 제품도 등장했다. 브로케이드는 이 분야의 오랜 기술 주도자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국내에서 책임지는 이가 바로 정승진 부장이다.
하지만 왜 여전히 파이버 채널일까?
“파이버 채널은 전용 네트워크로 구동됩니다. 이더넷처럼 오버헤드가 많은 TCP/IP 기반이 아니에요. 그래서 미션 크리티컬한 작업이나, 트랜잭션이 빈번한 데이터베이스 환경에선 압도적인 안정성과 속도를 제공합니다.”
보안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물리적으로 하나인 Fabric 영역(동일 네트워크와 유사한 의미) 내에서도 논리적으로 여러 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분리하여 관리되기 때문에, 랜섬웨어나 외부 공격이 침투해도 피해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 마치 문이 잠긴 방들로 나뉜 성처럼, 하나가 뚫려도 나머지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성은 물리 보안과도 맞닿아 있다. CCTV 시스템처럼 대용량 영상이 연속적으로 기록되고, 정밀한 보존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특히 유용하다. “씨게이트의 센(SAN) 스토리지는 저희 브로케이드 스위치와 직접 연결이 가능해요. 기존 센 인프라를 유지한 채, 고성능 스토리지를 더하는 방식이죠.”
이는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국내 통신, 금융, 제조, 공공기관 중 브로케이드 기반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브로케이드의 제품군은 현재 브로드컴 산하에서 계속 진화 중이다. 2017년 인수를 통해 브로케이드는 브랜드로 편입되었고, 현재는 SAN스위치와 스토리지 어댑터, 콘트롤러, 트랜시버 등 전 라인업을 OEM뿐만 아니라 직접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정 부장은 “글로벌 SAN 시장에서 브로케이드의 점유율은 약 80%. 명실상부한 1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AI라는 혁신의 물결이 모든 것을 밀어내고 재편하는 시대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반드시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 '안정성, 신뢰성, 그리고 보안.'
브로케이드는 바로 그 가치를 중심에 두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정승진 부장은 그 자리를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킨다.
“AI가 모든 걸 바꾸고 있지만, 모든 걸 바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니까요.”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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