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안엑스포 2025의 부스 한편, 씨게이트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공간에서 관람객과의 대화를 이어가던 한 인물이 있다. 래안텍 조정호 이사는 짧지만 뚜렷한 한 문장으로 이번 전시의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씨게이트 제품을 고객에게 더 가까이 알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저장 장치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의지가 느껴지는 말이다.
조정호 이사는 최근 데이터 저장 수요의 흐름을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AI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영상 기반 보안 시스템이 고도화되며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의 물결. 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SD가 아닌 하드디스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SSD는 빠르지만, 발열이나 소비전력, 가격 같은 제약이 있어요. 용량이 커질수록 그 한계는 더 뚜렷해지죠. 반면 하드는 속도 면에서는 부족해도, 용량과 가격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요. 특히 영상 보안이나 AI 분석 등에서 데이터를 오랫동안 저장해야 할 경우, 하드의 진가는 다시 부각되고 있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CCTV, 엣지 단말 등의 영역에서 SSD와 HDD는 공존하고 있다. 고속 처리와 연산에는 SSD가 적합하지만, 대용량 백업과 장기 보존에는 HDD가 유리하다. 스토리지는 단순히 '빠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요구를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래안텍의 방향도 분명해졌다. "우리는 기존에도 SI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해왔고, 서버나 NVR 쪽에 강점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 기조를 이어가면서, 영상 보안과 AI 데이터 저장 쪽을 타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2025년 1월, 래안텍은 씨게이트 공식 유통사로 합류했다. 배경엔 기업 내부의 오랜 경험과 저장 장치에 대한 확고한 노하우가 있었다. 래안텍 신은정 대표 역시 30년 넘게 HDD 영업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다른 브랜드의 HDD도 유통했지만, 씨게이트와의 맞손은 저장 시장의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조 이사는 "가장 힘든 건 오래된 인식이에요. 오래전 문제를 아직도 기억하는 고객이 있어요. 하지만 요즘 제품은 그 시절과 완전히 다릅니다. 품질도 안정화됐고, 기술력도 한층 발전했어요. 그 부분을 하나하나 설득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래안텍이 씨게이트를 다룬다는 사실에 응원을 보내는 거래처도 있었고,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조심스레 덧붙였다. "물론 기존에 저희와 일을 하셨던 분들 중엔 변화에 놀란 분들도 있죠.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잘 됐다는 말씀도 들었고요."
하드디스크의 가치는 이제 속도가 아닌, 믿음과 확장성, 그리고 장기적인 저장 전략에 있다. 래안텍은 그 접점에서 고객을 만난다. 빠름을 향한 기술의 질주 속에서, 무엇을 오래 남기고 싶은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드디스크는 다시 한 번 유효한 해답이 되어가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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