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는 더 이상 단순한 데이터 저장 장치가 아니다. 데이터 활용 방식이 변화하면서 저장 공간이 곧 비즈니스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고, 이는 개인용 스토리지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블록 스토리지로 자본이 이동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기업은 단순한 보관을 넘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래안텍(RAEANTech)은 스토리지 유통 전문 기업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및 서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 유연함이 경쟁력
지난 2008년, 오랜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신은정 대표가 설립한 래안텍은 초기에는 일반 소비자용 하드디스크 유통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그녀의 커리어는 용산 전자상가의 분주한 골목길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매장 안에서 고객을 마주 보고 제품의 차이를 설명하고, 하드디스크를 직접 장착해주던 그 시절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신 대표가 업계의 섭리를 온몸으로 익힌 시간이기도 했다.
"컴퓨터 한 대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상담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손님들이 제품에 대해 궁금한 걸 묻고, 저는 설명하고 직접 설치까지 도와드렸죠.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래안텍의 초창기는 흔히 말하는 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였다. 그러나 변화는 불가피했고, 신 대표는 이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감지했다. 점점 개인 고객의 수요는 줄어들고, 데이터센터 및 기업용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의 중소 유통사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너졌지만, 래안텍은 정면 돌파로 생존한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단기적 매출보다 장기적 생존'이라는 전략을 택했을 때 찾아왔다. NAS, 감시용 저장장치, 서버용 고용량 하드디스크 등 특수 목적형 제품으로 라인업을 전환한 것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존 방식이었다. 여기에 더해 고객 중심의 현장 대응, 충분한 재고 확보, 발 빠른 의사결정 체계 등 실행력까지 더해지며 래안텍만의 정체성을 획득해 나갔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신뢰와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이 회사를 이끕니다. 저는 늘 고객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매 선택의 기로에서 신은정 대표는 시장의 흐름을 보고 시장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씨게이트와의 파트너십, 도약의 전환점
2025년, 래안텍은 글로벌 스토리지 브랜드 씨게이트(Seagate)와의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는다. 결정은 단지 하나의 브랜드를 유통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과거 신 대표가 업계에 첫발을 디뎠을 당시 씨게이트 제품을 처음으로 만났던 순간부터 이어진 긴 시간의 연결고리 끝에서 마주한 결과다.
"처음 제가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가장 먼저 접한 브랜드가 씨게이트였습니다. 그때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제품을 이해하는 게 더 어려웠죠. 그 브랜드와 수십 년이 흐른 뒤에 파트너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건, 저에게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씨게이트는 단순히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전 세계 유통 파트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독특한 점은 래안텍이 추구해 온 고객 밀착형 영업 방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 그리고 유통사와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은 곧 래안텍이 지향해 온 브랜드 철학과도 일치했다.
목표도 세웠다. 씨게이트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 확보다. 이를 위해 NAS, 서베일런스,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제품군 강화는 물론 자체 브랜드 서버와 DAS, JBOD 확장 스토리지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단일 제품 공급자를 넘어 종합 데이터 인프라 제공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기술력과 감각, 그리고 경험이 빚어낸 성장
신은정 대표의 경영 철학은 직관과 경험, 그리고 데이터 기반 분석의 균형 위에 서 있다. 그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부터 상정한 뒤, 그것을 버텨낼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단기적인 이익에 흔들리기보다는, 오래 버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그만의 방식이다.
"저는 항상 최악을 먼저 생각합니다. 만약 그것이 터졌을 때도 우리 회사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땐 과감하게 갑니다. 반대로 작은 리스크라도 회사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유혹적인 기회라도 놓칩니다."
이러한 판단력은 단순한 신중함을 넘어선다. 모두가 컴퓨터 부품을 취급하던 시절에, 하드디스크 한 가지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당시 주변에서는 말렸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작지만, 컴퓨터 시스템의 핵심이 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하드디스크는 충분한 미래가치를 지닌 제품이라는 것을.
오늘날 되돌아 보니 당시의 판단이 옳았다. 오늘날 AI와 영상처리, 머신러닝, 실시간 분석, 클라우드 백업 등 수많은 데이터 기반 산업에서 고성능 저장 장치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래안텍은 그 변화의 물결 위에서 선제적으로 방향을 틀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했다.
10년 이상 근속기업, 사람과 신뢰 중심의 경영
기술의 흐름은 빠르다. 하지만 기업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신은정 대표는 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계산하지 않은 말, 솔직한 태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려는 자세가 신뢰를 만든다는 것이다.
"제가 얘기할 때 머리를 굴리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편이에요. 그게 진짜 통하더라고요. 듣는 사람도 다 압니다. 이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요."
직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래안텍에는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부분이다. 단지 오래 다닌 것이 아니라, 대표와 함께 회사의 변화를 직접 만들어온 동료라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는 래안텍의 또 다른 경쟁력이자 자산이다.
"우리 직원들이 다 10년이 넘었어요. 같이 울고 웃고, 새로운 도전을 해왔죠.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래안텍이 있는 겁니다."
래안텍은 단순히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기술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사람을 남기는 회사를 꿈꾼다. 그리고 중심에 신은정 대표가 있다. 신 대표의 다음 결정이 무엇이든, 그것은 분명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AI 및 클라우드 시대, 래안텍의 차별화 전략
차별화된 경쟁력의 근간에 래안텍은 AI 및 클라우드 연산을 위한 서버 및 스토리지 솔루션, 맞춤형 오버클럭 테스트 및 A/S 지원, 대기업 및 연구소를 위한 기술 컨설팅 서비스 등 분야의 전문성을 더해가는 중이다. 특히 AI 기반 데이터 분석 및 클라우드 네트워크 확장 등 차세대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xFusion, Supermicro 등의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하며, 보다 안정적인 서버 및 스토리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씨게이트 고성능 제품군이 있다.
래안텍이 시장에 유통할 씨게이트의 '엑소스 코볼트(Exos Corvault) 패밀리'와 'SkyHawk AI 24TB' 시리즈다. 코볼트는 미션 크리티컬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고성능 대용량 운영과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ADAPT 이레이저 코딩 기술은 장애 상황에서도 빠른 복구를 가능케 하며, 뛰어난 효율성과 내구성으로 엔터프라이즈 수요를 충족한다. 특히 SkyHawk AI 24TB는 고해상도 영상 감시 데이터를 장시간 저장하고 분석해야 하는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스마트 분석 기능을 지원하는 시스템과의 연계도 원활하다.
대용량의 핵심이라면 '모자이크(Mozaic) 3+'다. 현 단계에선 30TB 이상 용량을 실현하며, HAMR(열 보조 자기 기록)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HDD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HAMR은 레이저를 이용해 데이터를 더 높은 밀도로 기록할 수 있게 하여, 저장 용량과 안정성, 성능 모두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래안텍은 이러한 씨게이트의 최신 기술력을 자사의 맞춤형 인프라 서비스와 결합해, AI·클라우드 시대가 요구하는 고밀도·고신뢰 스토리지 환경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데이터를 가치 있게 만들고 그 가치를 지키는 기술은 당당하게 래안텍의 포트폴리오 중심에 위치한다. 기술 이상의 기술, 신뢰 이상의 가치로 무장한 래안텍의 다음 행보가 밝은 이유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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