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경기 이천=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두 발 달린 것들, 자전거는 물론 소싯적 모터사이클도 제법 탄다는 소리를 들었다. 2종 소형 면허는 없지만 지금 다시 모터사이클을 탄다고 해도 따로 '교육'이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만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 혼다코리아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경기도 이천)'에서 초보자 스쿠터' 과정을 체험하면서 느낀 건 모터사이클이 길어야 10분 남짓한 기능 시험을 치르고 받는 면허로 이런 과정 없이는 절대 도로를 달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누구나 쉽게 몰고 다니는 모터사이클 '혼다 PCX'조차 만만치 않았다.
혼다는 오는 2050년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혼다 안전의 역사가 전기된 센터의 리셉션이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혼다, 2050년 교통사고 제로를 위한 투자
경기도 이천 부발역 인근에 있는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오는 2030년까지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 '제로'라는 목표를 위해 설립됐다. 1964년 일본에서 처음 설립된 안전운전 교습소는 이천에 있는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포함, 전 세계에 43개의 거점이 운영되고 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21번째 안전운전 교육 시설이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이론과 굴절, 좁은 길 등 4개의 코스 통과로 간단하게 원동기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리와 다르게 일본의 모터사이클 면허는 합숙을 포함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고 S자 코스, 슬라럼, 급정지, 신호 대기 그리고 미끄러짐, 발착 지점 이탈, 넘어짐 시 탈락, 후방 이동 등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기본 상식과 안전 운전 요령, 필수 장구를 갖추면 더 즐거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참고 이미지)
우리와 또 다른 건 상당수의 면허를 취득한 후에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와 같은 전문 학원에서 안전한 운전을 위한 실전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다. 센터의 김선수 교관은 "우리나라에서 면허를 따고 운전하고 있는 사람들도 일본 면허 시험에서는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면허를 따는 과정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운전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이륜차(자전거, 모터사이클)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8.6%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이륜차 사고는 52.7% 급증했다.
김선수 교관은 "모터사이클은 치명적인 사고에 취약한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라이더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기본적인 운전 요령과 수칙을 지키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라며 "주행 전 주변을 살피는 요령, 모터사이클을 점검법, 올바른 자세 등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센터에서 교육한다"라고 했다.
돈이 아깝지 않은 시간... 다시 붙은 자신감
센터의 교육은 모든 안전 장구를 완벽하게 갖춘 후 시작한다. 안전 장구는 모두 무상으로 대여한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교육은 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원동기 면허가 없는 탓에 스쿠터로 진행한 이날 비기너 코스를 마치면 다음 단계인 타운 라이더, 투어 라이더 그리고 고급 과정인 테크니컬 라이더 코스로 난도를 높일 수 있다.
간단한 이론 교육을 마치면 풀 페이스 헬멧, 글러브, 가슴 보호대와 부츠 그리고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까지 모든 보호 장구를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김선수 교관은 "10년을 안전하게 탔어도 단 한 번의 사고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이 모터사이클"이라며 "이런 사고에서 부상을 줄일 수 있는 안전 장구는 언제 어떤 라이딩을 하든 반드시 챙겨 올바르게 착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 김선수 교관이 모터사이클의 기본 안전 점검 요령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교육은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주차하고 전후로 이동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연료를 채우는 사소한 요령은 물론 시동을 걸고 방향 지시등을 켜고 전, 후 제동 레버의 방법과 조작법, 안전하게 핸들을 쥐는 법, 올바른 승차 자세, 넘어진 모터사이클을 힘들이지 않고 세우는 요령 등 초보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기본 조작법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제 주행에서는 회전과 슬라럼 등을 직접 체험하며 시선을 통해 방향을 틀고 정확한 제동 요령까지 습득하게 된다. 어설프게 시작했던 처음과 다르게 "멀리 보세요. 회전할 때 가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전경을 보세요. 바이크가 알아서 해 줍니다"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르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하는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센터에서는 넘어진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세우고 쉽게 주차하고 수동으로 이동하는 요령까지 교육한다. (혼다 코리아)
센터에서는 넘어진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세우고 쉽게 주차하고 수동으로 이동하는 요령까지 교육한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교관의 꽁무니를 따라 잡지도 못했던 처음과 다르게 커다란 원 선회, 라바콘을 돌며 감속과 제동 가속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제법 수준이 높은 뱅킹, 6m 간격의 슬라럼, 플록턴, 평균대를 통과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불안했던 교육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교육을 마칠 때가 오면 대다수 초보 운전자들도 어려운 코스를 안전하고 능숙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된다. (혼다 코리아)
현장에서는 모터사이클의 급제동, 사각지대 감지 등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도 배울 수 있다. 교육을 마치면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상으로 안전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다. 하루 종일을 투자해야 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경량 슈퍼 커브부터 헤비급 골드윙까지 체험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의 교육용 모터사이클, 슈퍼커브부터 골드윙까지 약 60개의 모델로 교육이 이뤄진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에는 60개가 넘는 혼다 모터사이클 라인업이 교육용으로 준비돼 있다. 교육생들은 경량 스쿠터 슈퍼 커브(Super Cub)부터 4000만 원대 골드 윙(Gold AWing)을 직접 몰며 단계별 난도에 맞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센터의 시설도 완벽하다. 교육생을 맞이하는 리셉션, 안전 장구를 대여하고 착용하는 피팅룸과 라커 그리고 샤워실과 휴게실, 강의실을 갖추고 있다.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정비 교육을 위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혼다 에듀케이션 교육생 강의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센터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5회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교육 비용은 27만 원으로 꽤 비싸지만 모든 코스가 동일하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고 있는데 3월은 꽉 차 있고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이 시작되는 4월에도 일정이 다 채워져 있다"라고 했다.
국내 모터사이클 등록 대수가 약 224만 대(2월 기준)에 달하고 이륜차 사고가 전혀 줄지 않고 증가하는 상황에서 혼다 에듀케이션과 같은 시설에 라이더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고 왜 필요한지를 실감한 하루였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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