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이미지지만, 실제로 이 정도 수준의 사무 PC를 목도한 적이 있다!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언제부턴가 우리는 먼지와의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봄과 가을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황사와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이 다반사다. 덕분에 공기청정기 시장은 해마다 봄이면 호황을 누리고, 반려동물의 털이나 침구류 속 먼지까지 없애기 위해 다양한 도구들이 발명됐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간과하는 곳이 있다. 바로 PC 내부다.
▲ PC 케이스 내부 공기 순환 구조
<출처 : 쿨러마스터 MasterBox LITE 상품블로그 발췌>
상시 공기 순환이 이뤄지는 구조상, 집안의 먼지는 PC를 한 번쯤 관통해 지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항형 케이스처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PC가 늘어나면서 쿨링팬도 많아졌고, 제조사들은 메쉬 커버나 필터로 먼지를 막는다고 홍보하지만, 미세먼지나 황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정기적으로 PC 내부를 청소하고 있을까? 이따금 대청소할 때 잠깐 열어보는 것이 과연 적절한 빈도일까? 그 사이 쌓인 먼지가 우리의 PC를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기사에서는 먼지가 PC 내부에 쌓였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경각심을 갖자는 목적이지, 확률을 따지는 건 아니다. 최악의 경우라는 것을 감안해서 봐야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임을 명심하자.
수명 단축
▲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단연 과열이다. 말 그대로 PC 부품의 온도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는 현상이다. 먼지로 인한 내부 트러블 중 가장 흔한 유형이기도 하다.
CPU, 그래픽카드(VGA), SSD는 원래 발열이 심한 부품이다. 이때 쿨링팬이나 통풍구, 전원 공급 장치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 흐름을 방해해 내부 열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가 뭉쳐 시커멓게 자리 잡고, 결국 공기 순환을 막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갇히며 부품의 온도는 점점 올라간다. 전자기기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금 당장 PC를 열고, 쿨링팬과 통풍구에 쌓인 먼지를 확인해보자.
소음 지옥
▲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먼지가 팬의 블레이드나 베어링에 쌓이면 회전을 방해하고, 이는 곧 진동과 소음 증가로 이어진다. 쿨링팬은 회전 수를 높여 온도를 낮추는 단순한 구조지만, 이 순환이 먼지로 인해 망가지면 온도는 계속 오르고 팬은 더 빨리 돌고, 소음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근에는 저소음 PC나 제로팬 기술 등으로 정숙한 환경을 지향하는 유저가 많지만, 온도 앞에서는 장사 없다. 먼지를 제거해 쿨링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팬이 조용해지면, 당신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회생 불가
▲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전기는 저항이 적은 경로를 따라 흐른다. 그래서 회로는 구리선이나 금도금된 길로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먼지가 그 길 주변에 쌓이고, 습기를 머금으면 어떻게 될까? 원래는 비전도성인 먼지가 습기로 인해 전도성을 띠게 되면, 전기는 엉뚱한 경로로 흐르며 쇼트(Spark)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른바 "메인보드 쇼트났다"는 상황이 여기서 벌어진다. 특히 봄철, 공기 중 미세 금속 입자가 많은 시기에는 더욱 위험하다. 더 무서운 건 멀티탭이다. 플러그가 위로 향해 놓여 있다면,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 먼지에 불꽃이 튄다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PC와 멀티탭 위의 먼지를 털자. 방심은 화를 부른다.
통제 불능
CPU, RAM, 그래픽카드는 메인보드와 정밀한 접점으로 연결된다. 특히 그래픽카드나 메모리는 길게 뻗은 슬롯 구조여서 먼지가 쌓이기 쉽다. 접촉 불량(접불)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지만, 그 원인을 사용자가 인식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부팅 오류, 블루스크린, 잦은 재부팅… 이런 증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이 먼지라는 걸 떠올리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파워서플라이 케이블처럼 꽂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얇은 연결부에 먼지가 들어가면 문제가 생겨도 눈치채기 어렵다. 예방이 최선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먼지는 점점 당신의 PC를 침식시키고 있다.
명령 거부
이 사례는 조금 가벼운 해프닝일 수 있지만, 필자가 실제로 겪은 일이기에 소개한다. 마우스 밑면에 있는 광센서는 작은 먼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마우스 패드나 책상 위의 먼지가 센서에 들러붙으면, 커서가 멈추거나 이리저리 튀는 현상이 발생한다. 볼마우스 시절처럼 청소하는 일이 드물어진 만큼, 방치하기 쉽지만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PC뿐 아니라 마우스, 책상 위 공간도 함께 점검하자. 사소하지만 성가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다소 과장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먼지는 정말로 PC의 최대의 적이다. 건강에도 해롭고, 기기에도 해롭다. 방 안은 매일 청소하면서도 PC 내부는 방치하기 쉬워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 CROSSGUN 다용도 에어건 X3 PRO 해외구매 (5.0Ah)<43,100원>
▲ 벡스인터코퍼레이션 강력먼지제거제 DR-99 200g<3,860원>
다행히 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에어건, 먼지 제거 스프레이 같은 간편한 도구들이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에 강제 청소하듯 억지로 하지 말고, 내 PC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관리하자. 지금 당장 PC를 열고 먼지를 털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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