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사두아의 바다는 문득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지는 분위기다. 낯간지러울지 몰라도, 어쨌든 나누고 나면 후련한 이야기들. 누사두아는 1970년대 관광을 목적으로 만든 복합 관광 지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다 할 관광 명소도, 상권도 거의 없다. 이름난 비치 클럽이 있는 곳도 아니고, 우붓처럼 깊은 숲이 있는 곳도 아니다. 바다가 있지만 울루와뚜처럼 좋은 파도가 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사두아에는 초호화 브랜드 리조트가 가득하다. 발리에서 가장 깔끔하고 한적한 백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리아 발리는 누사두아에 자리한 거대 왕국이다. 이 왕국의 규모를 묻는다면, 발리에서 전기세를 가장 많이 쓰는 리조트라고 답하겠다. 육중한 몸집 뒤에는 인도네시아 토종 기업인 ‘물리아 그룹’이 있다. 모기업인 물리아 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일, 대리석 생산 업체다. 대리석을 기반으로 유리, 도자기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보니, 리조트 인테리어에서 여유가 흐르다 못해 넘친다. 금수저를 가뿐히 누르는 무려 대리석 수저. 전 객실이 대리석 바닥인지라 객실에선 굳이 맨발을 고집했더랬다.

물리아 발리는 물리아 리조트(Mulia Resort), 더 물리아(The Mulia), 물리아 빌라(Mulia Villas)로 나뉜다. 3가지 테마로 구성된 대규모의 단지를 둘러 ‘물리아 발리’라고 통칭한다. 누사두아의 게게르 해변(Geger Beach)을 감싸고 있는 무려 30만 평방미터의 대지에 들어선 모든 곳이 오직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이다. 이 규모를 체감해 보자면 대략 롯데월드의 4.5배쯤. 차마 걸어서는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객실은 745개다.

물론 놀랄 만한 숫자지만, 부지의 규모에 비해서는 비교적 여유로운 숫자다. 리조트 타입 객실을 갖춘 ‘물리아 리조트’는 526개의 객실을 지녔다. 그 옆으로 111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더 물리아’가 있고, 풀빌라 객실인 ‘물리아 빌라’는 108개의 객실로 구성했다. 3개의 등급을 나눠 객실을 구분했고, 그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범위가 천차만별이라 생각했다면 오해다. 물리아 발리에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 좀 더 적합한 곳이 있을 뿐이다. 레스토랑이 5개, 바도 5개, 수영장은 어림잡아 6개. 단순히 물리아 발리의 모든 공간을 하루에 한 곳씩만 들른다고 계산하면, 2년하고도 1달이 더 걸린다.

물리아 발리가 제시한 선택지 중 내가 고른 것은 더 물리아였다. 더 물리아는 전 객실이 스위트룸이고, 모든 룸마다 테라스와 자쿠지가 마련되어 있다. 오션뷰 스위트일 경우 물리아 발리의 시그니처 수영장, 오아시스 풀(Oasis Pool)을 내려다볼 수 있다.
물리아 발리 수영장에는 거대한 여인석상이 나열되어 있는데, 위치에 따라 석상이 들고 있는 요소가 각기 다르다. 대체로 발리 여성의 삶을 투영한 요소를 조각했다. 연꽃은 희생과 헌신의 증표, 물을 담은 바구니는 순수함과 정화를 상징한다. 오아시스 풀에는 총 16기의 석상이 벼를 든 채 서 있는데, 이 석상이 1기당 1억원이란다.

말이 나온 김에 물리아 발리의 여유로움에 대해 좀 더 묘사하자면, 물리아 빌라 전 객실에 들어가 있는 오리지널 자쿠지도 1대당 1억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물리아 발리의 모든 벽면에는 물리아 그룹 CEO가 수집한 아트피스로 가득한데, 물리아 빌라 로비 입구에는 걸려 있는 ‘웨민쥔(岳敏君)’의 웃음 시리즈가 압권이다. 웨민쥔은 현재 중국 현대미술 씬에서 최고로 꼽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시간은 느긋하게, 몸은 나긋하다. 아침이면 테라스에 누워 책 한 권을 읽다 말고 더 라운지로 내려가곤 했다. 더 라운지는 더 물리아의 라운지 공간인데, 이곳에서 조식과 애프터눈 티를 제공한다. 조식은 3가지의 한식 선택지가 존재한다. 소고기무국과 설렁탕, 그리고 육개장. 참으로 그것이 문제로다.
Editor’s Pick
Restaurant in Nusa Dua

Soleil
솔레일
물리아 발리에는 레스토랑만 5개다. 대부분의 식사가 다채롭고 아름답지만, 솔레일(Soleil)만큼은 반드시 들러 봐야 한다. 솔레일은 물리아 발리의 시그니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생면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그중 라쟈녜뜨(Lasagnette)가 일품이다. 사실 솔레일에서 가장 고대했던 식사는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했던 일요일 점심의 축복, 선데이 브런치다. 일요일 11~15시까지만 누릴 수 있는데, 매번 예약이 꽉 차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기본 뷔페가 제공되고, 여기에 자리를 뜰 때까지 셰프 특선 요리가 계속 깔린다. 레스토랑 창밖으로 오션풀장이 바로 바라다보인다.

Tabel 8
테이블 8
테이블 8은 광둥식 레스토랑이다. 테이블세팅부터 레스토랑을 가로지르는 도자기 장식품이 압권인데, 이 모든 도자기가 오직 이곳을 위해 커스터마이징된 작품이라고 한다. 탕수육, 크림 새우, 베이징덕같이 한국 여행객에게 익숙한 메뉴는 물론이고 샤오롱바오, 하가우 등 수제 딤섬 종류도 다양하다. ‘상시 바이 더 티 마스터(Xuangxi by The Tea Master)’는 테이블 8의 시그니처 티인데, 각종 찻잎을 블렌딩 한 것이다. 이 차를 우릴 때 목이 긴 주전자를 가지고 나와 퍼포먼스를 펼친다. 새우당면찜, 마늘 가득 넣은 볶음밥, 살짝 매콤하게 볶은 탕수육은 반드시 따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The Cafe
더 카페
‘잘 먹는 것’의 즐거움을 빼놓고 여행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현지식부터 유럽식 정찬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물리아 발리다. 물리아 발리의 더 카페는 눈의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이다. 일식, 중식, 인도식, 이탈리아식, 인도네시아식 등 각 섹션마다 본토 출신 셰프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 물론 한식 코너도 있다. 전, 닭강정, 백숙은 물론 김치 종류만 4가지 이상이다. 초고추장, 쌈장, 생마늘, 고추까지 완벽 구비. 삼겹살, 돼지갈비, 소갈비는 그 자리에서 그릴에 구워 내어 준다. 더 카페 소갈비 양념은 가히 압권이다. 흉내만 내는 음식이 아니라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