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캠페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텔란티스가 사실과 다른 광고를 제작했다가 시민 단체의 항의로 들통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에서 허위 및 과장 광고를 감시하는 '트루스 인 애드버타이징(Truth in Advertising)'은 최근, 스텔란티스가 제작한 지프와 닷지, 램 등의 광고가 이들 차량을 미국산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경고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트루스 인 애드버타이징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프, 닷지, 램이 미국산임을 강조하기 위해 'Made 또는 built'라고 표현하는 광고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스텔란티스는 또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 태생임을 의미하는 'American Born'을 콘셉트로 지프를 '미국에서 가장 애국적인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또한, 닷지와 램 모델들도 미국에서 만든 차라고 소개했다.
트루스 인 애드버타이징은 "스텔란티스가 미국에 조립 공장을 두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제품의 국산 부품 비율 등을 감안하면 완전한 미국산 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프와 닷지, 램 차량이 미국 공장에서 최종 조립되는 것도 있지만 사용되는 부품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미국산'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AALA(American Automobile Labeling Act) 기준에 따라 자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고 현지에서 최종 조립을 한 경우에만 미국산으로 규정한다. 현재까지 AALA 기준을 적용했을 때 미국산으로 정의할 수 있는 모델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100%를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고 부품의 60~70%를 조달한다. 반면 지프와 닷지, 램은 대부분 차량이 캐나다와 멕시코, 이탈리아 등에서 공급한 부품으로 조립되고 있어 미국산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스텔란티스는 결국 'Made 또는 Built'라는 표현을 ‘조립(Assembled)’이라고 수정했다. 스텔란티스는 이전부터 미국 기업이 아닌데도 미국 기업처럼 행세하며 애국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FCA), 프랑스 푸조와 시트로엥(PSA) 등 여러 브랜드가 합병해 2021년 출범했으며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다. 이 가운데 지프는 그룹의 핵심 브랜드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진정한 '미국산'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광고 문구 하나에도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스텔란티스의 애국 마케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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